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시험해 온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강서경:버들 북 꾀꼬리> 전시가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한 것으로, 마치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를 가져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각·촉각·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의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와 그 속에서 함께 자리하고 관계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을 제시한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사진=이미희 기자)
강서경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액티베이션)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전통을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매체, 형식, 시대의 구분을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강서경은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하여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다.뛰어넘는 조형적, 개념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사진=이미희 기자)
전시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가 3차원으로 펼쳐져 공감각적으로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는 사계를 담은 산, 바닥과 벽으로 펼쳐지는 낮과 밤,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귀, 작지만 풍성한 초원과 제 자리를 맴도는 둥근 유랑, 그리고 각자의 자리를 만들고 전시의 보이지 않는 틀이 되는 다양한 사각이 함께 한다.
관람객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사이사이 존재하는 여백의 공간을 직접 거닐어 보며 각자의 움직임과 서사를 더하게 된다. 이렇듯 다양한 작품과 관람객이 함께 모인 전시는 각기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고 관계 맺는 풍경으로 제시된다.
로비의 대형 미디어월에서 펼쳐지는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꼬리>는 전시 공간에 펼쳐진 작업들을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하고, 이를 긴장과 자유가 균형점을 찾아가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검은 사각의 시공간 속에서 중력과 원근을 무시한 채 나타나고 가로지르고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요소와 사운드는 우리의 공감각을 자극하고, 신체와 사물과 풍경을 대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강서경은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함께 사는 다른 이들의 존재, 그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더불어 관계 맺는 ‘진정한 풍경(眞景)’을 늘 고민해왔다.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강서경 작가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연대의 서사를 펼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나,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장에서 강서경 작가. (사진=이미희 기자)
작가는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 Luxembourg, 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베니스 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 (2018, 2016) 등에 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