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속 생명체의 영감으로 전달하는 순수추상
- POINT Project in Seoul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얀 칼럽(Jan Kaláb) 작가 (사진=이미희 기자)
눈이 부시게 화려한 색감과 유선형으로 만들어진 비정형 캔버스, 체코의 현대미술가 '얀 칼럽(Jan Kaláb)'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한국 첫 개인전이 5월 2일 부터 6월 10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얀 칼럽 초대전은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와 레지나갤러리(대표 홍정연)의 협력으로 지난 3월 대만 전시에 이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 전시이다.
'산호섬 그 너머(Beyond the Atolls)' 전시장 전경 (사진=이미희 기자)
얀 칼럽의 추상회화에는 몽환적인 꿈과 이상향이 담겨 있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로 특정 짓기 힘든 유기적 형태의 화면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만난 산호초 처럼, 새로운 설렘을 선사하는 환영의 창을 보는 듯 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제가 물속에 사는 생명체들의 형태와 색감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Beyond the Atolls’라는 제목은 물속 어딘가 신비스럽게 숨어있는 보물 같은 생명체를 떠올리며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을 이 세상에서 바라보며 탐험을 꿈꾸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제를 생각하면서 이 신비로운 물속 생명체들이 실제로는 참으로 연약해서 언젠가는 사라질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마치 발견되지 못하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물속 생명체들에게 집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전했다.
'산호섬 그 너머(Beyond the Atolls)' 전시장 전경 (사진=이미희 기자)
얀 칼럽(b.1978)의 청소년기는 프라하에서 동서독 통일을 비롯한 유럽의 정치적 격변기였으며, 몸소 체험한 시대적 변화의 감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크게 주목받은 체코의 대표적 그라피티 2세대 작가이다. 특히 이미 십 대 후반부터 체코에서 볼 수 없었던 그라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로 활동하며 특유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유소년기는 사회적 급변기로 흔히 '피를 흘리지 않고 시민혁명을 이룩한 것'을 비유하는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의 시기였다. 1989년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국경이 개방됐고, 외부에서 들어온 그라피티 문화는 감수성이 한창 예민했던 얀의 예술가적 감성을 일깨워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얀은 상징적인 그래피디 크루 DSK(Da Style Killas)를 결성하고 리더로 활동하며 베를린과 뉴욕에 이르며 그들만의 즉흥적인 스프레이 페인팅을 남겼다.
그 후 2002년 체코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2800년 설립된 프라하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그라피티를 통해 글쓰기 형태와 콘텐츠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가령 글자의 모양이나 색상, 선묘, 스케일 등의 분석으로 좀 더 부피가 큰 3D 그라피티 조각까지 개발해 학교 주변 건물의 외부에 시현하기도 했다.
작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가로 체코의 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인 프란티세크 쿠프카(1871~1957, Frantisek Kupka)이다. 쿠프카는 초기 리얼리즘 회화로 시작해 유럽 추상 미술운동과 색채성이 풍부한 입체주의의 한 분야인 오르피즘(Orphisme) 경향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래서 인지 풍요로운 색채의 감각적인 조율과 독창적인 화면의 조형성은 프라하의 감성과 예술 건축, 디자인이 녹아들어 지금의 얀 칼럽 작품이 지닌 주된 인상이며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얀 칼럽 작품이 선보이는 색의 병치는 회화적 질감의 완벽성과 다중적 시각에서 바라본 공간성의 여백미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마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어느 자연의 생명력을 예술가의 영감으로 표현해낸 듯하다. 그렇게 얻어낸 얀 칼럽의 구형(球形)은 데미안 허스트나 야요이 쿠사마, 우고 론디노네, 아뉘시 카푸어 등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특성을 선보인다. 그라데이션으로 조합된 색의 교묘한 어우러집은 전체의 완성 과정의 순수한 수작업의 성과다. 덕분에 우리는 얀이 선보이는 추상의 관문을 통해 더없이 평화로운 휴식과 평온함을 만나게 된다.
얀 칼럽(Jan Kaláb)의 POINT Project in Seoul (사진=작가 제공)
■ POINT Project
2014년 부터 시작된 뉴욕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작품이 다른 장소에 만나는 도시의 환경과 사람 속의 또 다른 그라피티를 보여주고자 시작하게된 얀 칼럽만의 또 다른 시도이다.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예술작품이 도로의 한 부분이 되어, 특정한 시간과 엄선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진 촬영의 결과물은 관객들의 시각을 다른 환경으로 돌려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한다. 새로운 장소에 모르는 사람과의 즉흥적인 협업을 통해 작품이 전시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밖으로 벗어나 더욱 확장된 장소, 도시 전체와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촬영한 이미지는 얀 칼럽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으며 추후 사진집 출판을 목표로 진행중인 프로젝트이다.
■ 얀 칼럽 작가 약력
체코(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출생, 오늘날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Cakes’ 라고도 알려진 프라하 언더그라운드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 단체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당시 The DSK 크루를 결성 하였다. 이후 얀의 작업은 3D 그라피티, 빛이 걸린 설치, 애니메이션 NFT, 회화 및 조각으로 진화해왔다. 2006년 프라하 미술 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저명한 트라포 갤러리 (Trafo Gallery)에서 2008년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는데, 트라포 갤러리는 연간 6회로 제한된,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유명하다. 이후 뉴욕, 마이애미, 런던, 파리, 상하이 및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