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에 건립될 예정이던 박서보미술관이 결국 무산됐다.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써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예천군의 행정은 지자체 주도 예술 사업 추진의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 8월 박서보 화백이 예천군과 업무협약 체결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예천군은 사업비 255억원을 투입해 2025년 7월 박서보 화백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건립한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술관은 예천읍 남산공원 7만1,700㎡ 터에 연면적 4,832㎡, 지상 3층 지하1층 규모로 255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이었다.
당시에도 설계 공모와 예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관급공사를 지자체 주도 예술 사업이 진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규정 때문이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지만 그래도 예천군을 믿고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박서보 화백은 업무협약에따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페터 춤토르에게 설계를 맡기려 했으나, 예천군은 규정 때문에 업무협약을 이행할 수 없었다.
현행 규정상 미술관은 공공건축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건축물 설계를 의뢰하려면 공모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천군은 규정에 따라 페터 춤토르에게 공모로 설계에 참여하라는 의견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페터 춤토르측은 공모 방식을 거절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일일수 있다. 계약자가 미리 정해진 ‘공모’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예천군이 규정에 맞게 진행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위법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천군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천군과 군 의회는 4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박서보미술관 건립 실시설계타당성용역을 했고, 군수와 군 의장 및 군 의원 2명, 관계 공무원 등은 지난해 9월 해외 미술관 견학차 일본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