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페이스엄] 조정은展, 브레멘 사물 음악대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조정은 초대전 '브레멘 사물 음악대'展이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방배동 스페이스엄에서 열린다.

이번 조정은 '브레멘 사물 음악대'전은 노쇠하여 버려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악사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 브레멘으로 떠나는 여정처럼, 사라져가고 쓰임새를 잃어가는 사물들이 본래 역할에 벗어나 작품 속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기존에 작가가 해왔던 다실바 화분 시리즈를 넘어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작품 속에 스토리를 더해 가는 첫 페이지가 되는 전시이다.

조 작가는 아이와 같은 눈으로 작업을 한다.

조정은 작가는 “나는 비교적 어릴 때(5세-7세)의 기억이 꽤 좋은 편이다."라며 "내 상상의 원천은 어릴 때 했던 여러 가지 실험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 땐 모든 것이 궁금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조정은 작가는 스스로 똑같은 꿈 여러 번 꾸기, 꿈에서 꼬집어보기, 꿈에서 놀다가 집에 간다고 하고 깼다가 다시 돌아가기 등의 ‘꿈 실험’을 모두 성공한 뒤, ‘자연 실험’, ‘몸 실험’을 거쳐 ‘사물 실험’이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나는 여전히 사물이 살아있는 것 같은 상상에 설레며 그것을 그림에 옮길 때 상상이 실현되는 기분이 든다."라며 "머나먼 저편 조정은 어린이의 세포들이 깨어나는 것 같다.”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설명했다.

 ‘일상의 사물들’을 기반으로 작업을 해 온 조정은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사물이 다시 새로운 사물이 되는 것에 대한 탐구이고 그가 어느 날부터 연루되기 시작한 ‘것들’에 우리를 연루시키는 초대의 행위이다.

조 작가는 “쓰임새에 있어서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물과 사물과의 만남은 친숙하지만 낯선 느낌을 준다.”라며 “사물이 현실세계와 다르게 놓이고,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가의 자기 분석 혹은 고백은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 이외에 각자가 세상을 만나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효용도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의 물활론적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꿈, 자연, 몸, 그리고 사물로 자신만의 ‘인식 실험’을 전개하며 그것에 대한 언어적 분절을 깨고 모든 것을 ‘사물’이라는 개념으로 믿어왔고, ‘사물 그림’이라는 또 하나의 다른 ‘사물’로 체화한 듯 작품을 그려냈다.

이렇듯 일상 속 사물들을 레디메이드로 활용하면서 아상블라주를 보여주는 응용미술에서 작가의 통찰과 성실은 스스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체계도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한다.

우리시대 예술의 영역에서 자유란 결국 기존의 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식의 단계인 ‘믿음’ 그 자체가 된다. 즉, 사물은 그 자체로 다른 의미를 띤 사물로 거듭될 수 있는 믿음의 대상이 되며, 여기서의 대상은 단지 관찰되거나 소비된 뒤 버려지는 대상이 아닌 새로운 찬미의 대상, 대화의 대상, 매개의 대상이다.

사물이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은 시간과 공간은 작가의 주체적인 해석과 변형, 조합의 과정 안에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미학이 된다. 우리는 그것에 연루되며, 그 이야기를 공유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 사물과 작가의 일상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에 신뢰를 쌓아간다.

 

■ 작가노트

브레멘 사물 음악대 : 정물화 같은 우화 | ‘브레멘 동물 음악대’는 늙어서 더 이상 짐을 나르거나, 사냥을 할 수 없는, 잡아먹힐 일만 남은 동물들이 브레멘에 악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가는 길에 쉴 곳이 필요했던 그들은 도둑이 있는 집에서 힘을 합쳐 도둑을 물리치고 그곳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제목은 브레멘 음악대지만 브레멘에 도착해 연주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악사가 된다는 것은 명분이고 그들은 살기 위해 떠났으며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살아갈 편안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나의 작업은 쓰임새를 잃어가는 옛 사물들이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물들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겠다. 사물 음악대들도 동물 음악대와 마찬가지로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점은 현실에서의 쓸모와 상관없이 작품으로서 다시 살아간다는 점이다.

물건들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작업하면서 사물들을 정지된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정물화가 아니다. 마치 우화를 만들 듯 각 물건들이 살아있음을 상상하며 그린다. 내가 태어나 처음 익히기 시작했던 사물들은 오래된 소꿉친구와 같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 둘 없어질 때마다 내가 살았던 시간들도 사라짐을 인식한다. 언젠가 우리도 세상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는 그것을 어쩔 수가 없다. 실제로 그림형제가 바라본 노쇠한 동물들은 브레멘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란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작품으로 끌어와 생명력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현실에 있는 것들로 세상에 없는 공간을 그리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물을 통해 아날로그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지나가는 시대를 재해석하고 담고 싶다.

이번 개인전에는 다실바 화분이 없다. 내가 처음 영감을 받았던 행궁동 다실바 의상실 사장님의 화분에서 이미 벗어난 지 오래인데, 화분이란 이름으로 제한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화분이란 이름을 버리니 사물들은 자유로운 배치를 가지게 되었고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이야기가 더해지고 나아가 작품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싶어졌다. 이 전시를 시작으로 스스로의 작품 색과 풀어나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정물화 같은 나의 우화의 첫 페이지인 ‘브레멘 사물 음악대’를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

관련 기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작성

0/2000

댓글은 검수 후 노출됩니다. 비방·욕설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