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찬 작가 개인전 'The Same Gaz'전이 11월 11일부터 28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공간 듬에서 열린다.
공간 듬 20201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아무 일도 없었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covid-19가 시작된 이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일상과 익숙한 환경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예찬 작가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공원의 나무와 풀, 산책하는 강아지, 맑은 공기 등을 접하며 평소 지나쳤던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낯설었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의 주된 이야기로 풀어냈다. 연약하지만 꼿꼿하게 핀 작은 꽃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연물을 그린다.
김 작가는 주로 산책길에서 마주친 풀을 그린다. 낮과 밤의 풀의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자 채색과 수묵 기법으로 빛과 어둠을 강조한다. 날씨와 계절에 따른 다양한 풀의 모습을 그려 일상의 순간을 기록한다. 깊이감 없이 평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개의 이미지를 교차하고 중첩하여 풀의 모습을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탐구하여 작가는 전통적 회화 방식에 상상력을 더한 새로운 풍경화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환경으로 피로해진 이들에게 자연을 감각으로 느끼고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3인의 작가가 3회에 걸쳐 릴레이로 진행하며 이번 전시는 그 세 번째 전시이다. 'The Same Gaze'은 김예찬 작가가 무언가를 읽고 형성된 시적 이미지에 대한 그의 고민과 시선에 대한 전시이다.
■ 작가노트
문학을 읽고 있는 순간 발현된 시적 이미지를 쉽게 a라고 하자. a는 많은 양의 언어묘사로부터 형성되었다기보다는 두 세줄 정도 분량의 가벼운 몸집을 가지고 있다. 단 a는 우리가 시적 문장을 읽는 순간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것이므로 아무래도 보고 있는 언어 그 자체에 종속되기 쉽다. 이들 중 몇몇은 독자의 마음에 남겨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a의 몸에서는 탈락하는 것들이 생긴다. 독자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몸집이 작아직 a’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때 a는 a-1, a-c, a-가의 다른 형상으로 창조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서로 다른 a-1, a-c, a-가 를 기반으로 a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이 과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언어가 시적이미지가 되고 마음에 남겨지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것과 유실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본다.
이번 작품은 김사과의 『천국에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천국에서』는 주인공 케이의 성장소설이다. ‘The Same Gaze’를 준비하며 성장소설의 장르적 성격을 결정짓는 작품 속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인공의 삶을 짓누르는 거대한 존재를 뒤로하고 케이가 풍경을 바라보며 감각하는 내적 독백에 주목했다. 내게 선별된 a는 대부분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 생명 존재들과의 교감으로부터 형성된 내적 독백이라는 점이다. 또한 『천국에서』의 서사와 관련 없어보이는 시적 이미지들이라는 점이다. a는 이제 시간이 지나며 소수의 단어, 가벼워진 이미지로 압축되어 나의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일상에서 우연한 기회로 몸이 작아진 a를 만나게 된다. 예를들어 케이가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습기 가득한 공원을 걸으며 들이쉰 달콤한 나무향을 묘사하는 장면(a)과 내가 경의선 숲길을 걸을 때 맡았던 습기 가득 머금은 이름모를 풀의 향(a-1)을 유사하다고 감각하는 상황이다. 여기(a-1)에는 김사과, 케이, 나 세사람의 시점을 연결하는 무엇이 있다.
무언가를 읽고 형성된 시적이미지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나의 현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이런 현상은 내 마음속에 내재된 어떤 욕망과 자연히 연결된다. 닥 섬유로 이루어진 한지에 채색을 하면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 보다도 색을 ‘새기다’, ‘저장하다’, 예민한 대상과 ‘교감한다’ 등의 행위에 의미를 두게 된다. 레이어마다 흡수된 붓의 터치, 색으로 모여진 결과물들은 어떤 것을 바라는 나의 마음과 이어진다.
내적 독백을 통해 형성된 ‘a’에서는 ‘개인의 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작업에서 평시점을 자주 사용한 이유는, 케이와 김사과의 시점을 보다 생생히 드러내고 그들과 동일한 높이의 시선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그녀들의 태도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양한 회화적 접근과 판화(전사기법)로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좁혀보고 싶었다. 그것을 긍정하고 그녀들과 내게 전달된 각자 일상 풍경의 숭고함에, 조용하고 꾸준한 생명의 존재들에 다음 시선이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