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경 작가 개인전 '넘어진 자리 Sigmoid Curve'전이 11월 1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도로시 살롱에서 열린다.
권인경 작가는 '넘어진 자리 Sigmoid Curve(2021)'라는 조금 뜻밖의 제목으로 전시회를 선보인다. 권 작가가 무던하고 성실하게 차근차근 작가의 길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염두에 둔 것은 ‘변곡점’이었다고 했다.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모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작업과 강의를 병행하며 꾸준하게 각종 공모전과 지원사업에 도전하여 선정되고, 적어도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개인전을 치러내며 동시에 수많은 기획전과 그룹전에도 훌륭히 참여해냈던 열정과 성실의 아이콘인 권인경 작가가, 잘 가고 있는 줄 알았던 행보에서 갑자기 넘어진 자리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권인경 작가는 꾸준히 도시를 그린다. 2005년 첫 개인전에서 작업을 선보인 후 2021년 오늘까지, 그의 작업에서 도시는 빠질 수 없는 화두이자 소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다. 현대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도시를 그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도시가 특별한 것은,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이미지가 강한 고층건물로 가득한 도시 풍경을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으로 동양화 재료(먹)와 서양화 재료(아크릴물감)를 혼합하여 그려내기 떄문이다.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지금이지만, 장지에 먹과 아크릴물감, 캔버스에 먹과 아크릴물감으로 동양화 붓을 사용해서 그려낸 도시 풍경을 보는 것은 여전히 조금은 낯설고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권 작가는 동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한 작품에서 만나기 흔치 않은 콜라주(collage) 기법을 회화 작품에 사용한다. 콜라주는 20세기 초 피카소와 브라크 등의 입체파 화가들이 인쇄된 종이나 신문 등을 오리고 찢어 붙이는 파피에 콜레(papier collé) 기법을 사용하면서 시작된 현대미술 기법 중의 하나이다.
권 작가는 자신의 도시에 고서를 찢어 붙여 콜라주하면서 그림에 시간과 이야기를 더해준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왜 작업에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히 도시의 외관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림에 누군가의 일상을,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보낸 시간을 더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종이가 아닌 오래된 고서(古書)를, 고서 중에서도 잡설(雜說)을 주로 찾아 구매하여 이를 작품에 더한다고 했다.
그의 도시 풍경은 사람의 향기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풍경에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굳이 그리지 않았을 뿐이지 도시 속 건물 안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점유하고 있다. 권 작가의 도시 풍경은 매우 도회적이고 세련되었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고, 다정하다. 어쩌면 그것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리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도시에 대한 애정과 그가 그 안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그가 귀기울여 듣고 담아내려 하는 타인의 이야기와 함께 그의 도시 풍경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인경의 도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그가 꾸준히 발표한 개인전의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도시_일상의 삶(2005)>, <도시_변화 그리고 반영(2006)>, <도시_시간의 공존(2007)>, <도시_순간의 지속(2009)>, <도시_조망과 은거의 풍경(2011)>.
그는 ‘도시’라는 큰 제목 아래 부제로 그가 도시를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시선을 설명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를, 고층아파트와 고층빌딩으로 빽빽한 서울의 도심 풍경을 다양한 구도와 기법으로 그려내며 발전시켰다. 오로지 빌딩들로만 가득찼던 그의 도시는 어느덧 물이 흐르고, 간간이 나무와 숲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눈 앞에 서있는 건물들의 수직성이 강조되는 풍경들을 그리던 작가는 어느덧 건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며 조망하며 보기도 하고 조금 비스듬히 누운 시선으로 보고 그려내기도 했다. 그리고 <Heart-Land (2013)>에 이르면 도시는 화면의 중앙에, 물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치 오래된 고지도 같은 모습으로 구현된다.
그의 도시 풍경은 실재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상상 속의 ‘유토피아’, 자신의 중심부, 안심할 수 있는 어떤 요새의 모습이 되었다. 전시의 주제도 더 이상 ‘도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이제 도시의 외관에서 도시 안에 있는 공간들, 도시의 내부, 사람이 점유하는 공간 – 집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심장부 - Heart-Land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그 안에 쌓인 사람의 흔적, 우리가 그 안에서 경험한 것들의 기억으로 작가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