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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갤러리시선 공모기획展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전시기획 :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김정희 명예교수

사진=포스터
사진=포스터

갤러리시선 2인 공모 기획전이 9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GS건설 갤러리 시선에서 열린다. 

이승화 작가와 허유 작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김정희 명예교수가 기획했다.

이승화 작가의 작품은 도자기고, 허유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다. 이 작가와 허 작가의 작품의 매체는 다르지만, 주제는 공통되게 빛이다.

이 작가는 도자기 표면에 규칙적으로 크기가 같은 둥근 구멍을 만들고 그곳을 오목렌즈로 채우거나, 표면 일부나 전체를 뚫새김해, 즉 투각해 여러 모양의구멍을 만들었고, 그 구멍을 다양한 색의 유리로 채워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실제 빛의 효과가 나타나게 했다.

허 작가는 반투명 성질을 지닌 백색 비단에 묽게 탄 같거나 비슷한 색의 물감으로 주로 크기가 같은 원 형태를 전체나 아니면 일부가 겹치게 규칙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셀 수 없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렸다. 이에 따라 덧그린 정도에 따라 색이 짙고 어두워지면서 허 작가의 화면은 색이 있는 유리나 천에 빛이 일부는 투과하고 일부는 투과하지 못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닮게 되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두 작가의 작품을 두 벽면이 유리로 된 ‘갤러리 시선’ 공간에서 함께 전시해 놓고 보게 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관객이 상상력을 확장하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게 되었다.

이승화 작가는 도자기 형태와 명칭에서 전통을 따르고 있다. 이 작가의 도자기의 형태는 호(壺)와 매병(梅甁)과 주병(酒甁)이다. 호는 입 부분의 크기와 굽의 폭이 손이 들어갈 정도로 크고 안정적이어서 내용물을 퍼내 쓸 수 있는 항아리를 칭하는 용어다. 주병(甁)은 입구가 좁고 목이 가늘고 길며 허리 부분이 넓어, 내용물을 목 부분을 잡고 부을 수 있는 항아리를 칭한다. 매병은 입술, 즉 입구의 맨 윗부분이 좁고 구부(口部)가 짧으며, 어깨는 넓고 허리 부분부터 좁아져 저부(底部)가 홀쭉한 병을 칭한다.

한편 전통적으로 도자기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그 순서는 색깔->기법->무늬->형태->쓰임새다. 따라서 이를테면 이 작가의 제목이 〈백자투각색유리호〉인 작품은 표면은 흰색이고 뚫새김해서 구멍을 만들어 그것을 색유리로 채워 무늬를 만든 항아리다. 제목이 〈백금오목운학문매병〉인 작품은 표면에는 백금을 입히고, 가운데는 동그스름하게 패이거나 들어가게 만들고 구름과 학 무늬를 넣은, 입구가 작고 그 아랫부분, 즉 어깨가 넓은 병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기본적인 형태를 지녀 조롱박, 거북이 등으로 등장하는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는 빠져있다.

이승화 작가는 ‘기존의 것은 잃지 않으면서 새롭게 바꿔 간다’는 의미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자기의 중요한 작업 정신으로 보면서, 도자기에 색유리라는 재료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을 “새로운 것” 또는 “현대적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스테인드글라스는 새로운 기법은 아니다. 이 작가가 도자기에 구멍을 만들고 그곳을 색유리로 채움으로써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의미의 도자기가 잃는 것은 내용물을 담았을 때 새지 말아야 하는 그것의 그릇으로서의 기능, 즉 쓸모 가치(utile value)이고, 얻는 것은 백자의 백색을 더 희게 보이게 하는 여러 색깔로 이뤄진 무늬와 색유리를 투과한 빛이 도자기 안쪽 벽에 그림자와 유리의 색깔로 만드는 이미지라는 미적 가치(esthetic value)다. 이 작가의 도자기는 용기로보다는 미적 향유의 대상으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점은 원래 그릇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됐던 도자기가 제작된 시기 동시대인에게서나 후대인에게서 감상 대상이 되어 심미적 물건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 작가의 도자기가 이것 작명법에서 맨 나중에 나오며, 쓰임새를 나타내는 용어인 호, 주병, 매병 등으로 불리는 것은 이 법칙에 맞지 않는다.
 

허유 작가가 비단에 묽게 탄 물감으로 크기가 같은 원 형태를 규칙적으로 간격을 두면서 한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연달아 그린 작품의 화면은 마치 보름달의 이동을 연속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는 허유 작가가 비단에 묽게 탄 물감으로 크기가 같은 원 형태를 규칙적으로 간격을 두면서 한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연달아 그린 작품의 화면은 마치 보름달의 이동을 연속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원 형태가 사방연속무늬처럼 확장되면서 겹쳐져 만들어진 화면은 표면이 올록볼록한 둥근 형태로 덮인 유리창에 빛이 투과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닮았다. 화면 바탕색인 백색을 경계로 그 부분에서 좌우로 멀어질수록 물감 덧칠 횟수를 늘려 어둡게 만든 화면에서 흰색 부분은 어둠 사이로 비치는 빛처럼 보인다. 위에서 열거한 효과들은 허 작가가 물감칠을 채색한다기보다는 염색하듯이 함으로써 더 잘 나타났다.

허 작가는 같은 계통의 색이라도 명도와 채도의 차이에 따라 원 형태가 앞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이거나 화면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작가 노트에서, 2차원 화면에 표현된 3차원 효과로 설명했다.

한편 허 작가의 작품 중에서 원 형태 한 개를 그 위에 쌓듯이 반복해서 그린 경우 원 가장자리에 물감이 번지면서 윤곽이 불분명해져 있다. 이것은 특히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서 발견되는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이미지를 닮았다. 이것은 모든 렌즈에서 초점이 특정한 거리에서만 나타남으로써 초점면에서 떨어져 있는 물체에 초점과의 거리에 따라 물체가 특정한 무늬 모양으로 흐려지는 현상을 칭하는 용어다.

미술사 지식과 시각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으면 위의 네 종류의 작품 모두 2차원 화면에 3차원으로 보이는 형태를 표현한 것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위의 작품 가운데 첫 번째 작품에서 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원이 중첩된 것은 이를테면 마르셀 듀상(Marcel Duchamp)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1912)와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들, 특히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의 〈발코니를 달리는 소녀〉(1912)에서처럼 움직이는 대상의 여러 순간의 모습을 한 화면에 그린 것으로, 회화로 표현된 시간이라는 4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작품에서 흰색 부분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i)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과 함께 첫 추상화가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회화 작품에서 1910년대 초부터 나타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이나 대기(大氣)처럼 보이는 백색으로 남겨진 부분과 다르다. 몬드리안은 이 부분을 3차원 공간이라고 설명하면서, 2차원인 평면에 3차원의 환영이 표현되어 칸딘스키의 회화가 추상이 아니라고 쓰기도 했다.

허 작가의 백색 부분은 그곳 주변의 밝은색이 어두운색으로 진행됨으로써 백색이, 즉 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화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효과 역시 착시 현상에 따른 것이지만 2차원 화면에 시간이라는 4차원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다. 이러한 효과가 이와 같은 화면에서 관객이 종교적 숭고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승화 작가와 허유 작가의 작품을 돌아다니면서 전시 공간의 조건과 연결해 관람하게 되면 작품들이 가진 위에서 언급한 특징들을 통해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아키텍쳐-스튜디오(Architecture-Studio)의 건축가들과 함께 디자인한 아랍세계연구소(Institut du Monde Arabe) 건물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파리 센강 변에 있는 이 건물의 남쪽 벽면은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로 만든 전통적 아랍식 격자(mashrabiyya latticework) 문양을 지닌 커튼월(curtain-wall)인데, 각 격자 안에 빛의 양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2만 7000개의 조리개가 들어 있다. 조리개가 열리면 빛의 양과 질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계속 달라지는 ‘구멍’이 만들어지면서, 그 구멍을 통과한 빛이 실내 바닥·벽·가구 등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양과 밝기가 달라지고, 위치도 바뀌는 ‘빛으로 이뤄진 그림’을 만든다.

이러한 매 순간 빛에 반응해 크기가 달라져 건물의 안과 밖의 모습이 달라지게 만드는 구멍과 그것을 통과한 빛이 만든 그림의 자리 이동 및 그것을 통해 지각하게 되는 시간이 흐름은 이승화 작가와 허유 작가의 작품들을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함께 볼 때도 경험하게 되는 요소들이다.

즉 허유 작가의 화면 속 연속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게 겹쳐진 원들은 장 누벨의 건물에서 조리개 구멍을 통과한 빛으로 이뤄진 그림이 이동한 모습을 기록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승화 작가의 모양과 색이 다른 구멍들로 이뤄진 도자기 표면과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오목렌즈 뒤에 있는 원 형태는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빛의 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색유리 조각들에서는 빛의 상태에 따라 조리개 구멍의 크기와 모양과 유리의 투명도가 달라지는 아랍세계연구소 건물 표면에서처럼 – 그리고 계속 변하는 바닷물 표면을 볼 때와도 비슷하게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진다.

한편 크기가 같은 정사각형이 연결되어 이뤄진 서양의 격자(grid)는 무엇보다 안정과 “질서”의 기호지만, 아랍의 격자는 크기가 다른 정사각형들이 조립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동적인 느낌을 준다. 미술관과 도서관이 있어 아랍 세계의 문화와 사상의 보고이자 전시장으로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한 이 건물의 표면은 서양에서 로고스와 진리와 이성의 알레고리인 빛을 통해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반응하면서 모양이 변한다. 이를 통해서 서양과 아랍의 문화와 문명의 차이가 두드러져 나타나면서 강조된다.

이승화 작가의 도자기의 매끈한 표면과 안정적인 좌우대칭 형태도 그것의 기본 재료인 구운 흙에 끼어든 이질적인 재료이자 구운 흙보다 예민하게 빛에 반응하는 유리를 통해서 표면의 모습이 계속 변함으로써 백자의 색과 그것의 형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적인 느낌과 안정감이 방해를 받게 된다.

특히 구부와 굽 부분을 제외하고 어깨와 허리 부분이 모두 뚫새김과 색유리로 이뤄진 도자기에서는 도자기의 덩어리 감이 사라지고, 유리의 깨어지기 쉬운 성질(fragility)이 두드러져 보이게 되는데, 그런 느낌을 빛이 더 강화한다. 이러한 도자기 표면의 모습과 그것에서 받는 인상과 느낌은 동질적이어서 위에서 언급한 아랍세계연구소 건물의 표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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