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 작가 개인전 '아는 숲 The forest I know'展이 9월 1일부터 27일까지 호아드 갤러리(HOARD GALLERY)에서 열린다.
‘기억’은 작가 최지현의 오랜 주제다. 10여 년간 자연의 이미지를 빼곡하게 채운 바탕에 집이나 일상적인 사물을 배치한 작업으로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인 기억을 조형화했다. ‘존재’ 또한 기억과 더불어 작가의 주요 화두다.
최지현 작가는 "이번 전시 '아는 숲'은 숨겨져 보이지 않는 오브제처럼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기억을 주제로 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이유가 있고,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을 여전히 꾼다. 지금은 없는 함께 웃는 사람들이 있었고, 노을이 지던 저녁에는 어김없이 달려 집으로 갔던 기억도 있다. 지금과는 아주 다르고 생소하기까지 한 그런 일들은 오늘 나를 여기에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최 작가에게 예술은 가장 아름다운 세계요, 의식 깊은 곳에 움츠려 있던 기억을 활동과 감각을 통해 현재로 소환하는 과정이다. 이때 불러들인 기억은 작품 속에서 영원히 유효하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은 채 하나의 기록이 된다. 이어 기록이 된 기억과 존재는 낱낱이 모여 역사가 된다. 이를 작가의 발언으로 대체하자면, “하나의 조각은 형태를 만들고 형태가 모여 이야기를 이룬다. 완성된 화면은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의 숲이 되는 것이다.”
존재는 기억이고 존재하는 인간이란 기억하기에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억과 존재는 모두 삶을 밑동으로 한다. 기억과 존재, 그것에 대한 자각은 인간으로서 살아 왔고 살아가며 살아갈 것이기에 가능하다. 기억은 삶에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고, 인간은 기억을 함으로써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기억은 감정과 연결된다. 그리고 감정은 관계와 밀접하다. 기억이 없다면 사회는 물론 나의 존재도 스스로에게 생경해진다. 따라서 나의 존재는 곧 나의 기억이다. 예술가는 그 기억과 무의식 속에 저장된 것들을 비워내고 걸러내며, 관계로 엮인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최지현도 그 중 한명이다.
조각은 기억의 파편일 수도, 조형적 요소일 수도 있다. 해석의 여지는 넓다. 복잡하게 새겨진 ‘숲’은 사회와 갈음된다. 이야기는 동시대인들의 말하지 못한 혹은 말 할 수 없는 숱한 말과 글의 집합이다. 중요한 건 드러나지 않음이다. 기억과 존재를 무명의 식물과 동물의 형상으로 덮고 있다. 마치 패턴처럼 멀리서는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근거리에서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풍경에 ‘무언가’를 가득 숨겨놓은 형국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들(얼룩말이나 곰, 오랑우탄 등)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은 어떤 기억이든 숨겨놓기에 용이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흡사 수수께끼를 풀 듯 하나하나 근접해 자세히 관찰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확인의 대상이 실상 동물과 식물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무언가’ 내지는 ‘누군가’가 방점이고, 그곳엔 기억하지 못해 괴롭다고 하기 보단, 잊지 못해 괴로운 순간들이 들어있다. 작가는 여기에 망각을 앉힌다. 생채기 난 기억에 딱지가 앉아 궂은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념(失念)을 호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