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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순 개인전, 기억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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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정원 53x45.5cm paper,acrylic on canvas 2019 (사진=피카디리미술관 온라인 갤러리)
기억의 정원 53x45.5cm paper,acrylic on canvas 2019 (사진=피카디리미술관 온라인 갤러리)

 

강명순 작가 개인전이 9월 15일부터 10월 12일까지 부산 정준호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만 3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온 70대의 노작가 강 작가는 '기억의 정원'이라는 연작 20편을 전시한다. 강 작가는 작품 초기에는 책상 의자를 모티브로 구상과 추상의 이분법인 '대립'이라는 명제를 표현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관점이라는 개념에 접근하였고 재료는 핸디코트, 동판, 끈 등 으로 다양해졌다. 강 작가는 3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들풀, 꽃의 이미지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표현했다.

강 작가의 작업은 재생지나 버려지는 광고지, 포장지 등 종이로부터 시작된다. 캔버스에 핸디코트나 젯소를 전체적으로 칠해 물감작업이 잘 흡수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밑 칠 작업을 하고 말린다. 종이(재생지)를 손으로 나뭇잎 형상이나 기억된 내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찢거나 오리면서 각각의 형태를 전체적인 조형을 생각하면서 적절히 배치하고 붙인다.

완전히 잘 마른 후에 종이표면을 조각 칼이나 날카로운 것으로 긁거나 문지르면서 각각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 위에 색을 다양하고 조화롭게 입히고 문지르고 칠하면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덧칠을 반복한다. 선, 면, 색을 적절히 배치한다. 색을 입은 종이는 마티에르를 만들고 다시 긁거나 문지르면서 각자공간에서 서로에게 반응하고 조율되기를 기대하면서 바니시로 칠하고 말리고를 여러 번 반복하고 마감한다.

강 작가는 꽃을 꽃처럼 그리려 집착한다. 이유는 꽃이 만드는 생성력, 끊임없이 자신을 보게 만드는 색과 빛과 향기와 형태 때문이다. 아직 추위가 남은 봄날, 햇살 바른 곳 어디서든 피어나는 코딱지풀의 분홍빛 꽃에서 부터 오월의 장미, 여름 한낮에 보는 베롱나무 꽃, 때로는 겨울 언저리 어디쯤 느닷없이 만나는 핀 듯 만 듯 나무를 덮고 있는 비파 꽃 등 다양한 꽃을 작품화 한다.

강명순의 작업에서 구상적 형태가 우세를 이룰 때나 추상적 기세가 화면을 이끌어갈 때도 어떤 꽃이라 특정하지 못하지만, 꽃이라는 이미지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인상을 부정하기 힘들다. 재현의 욕구와 탈재현의 욕구 사이에서 이미지들이 명멸한다. 그리기로서 언어와 객체로서 꽃이 접촉하는 세계, 자신의 언어와 삶이 접촉하는 일인칭의 세계가 거기 생성되는 것이다.

스스로 생성하는 이미지로서 꽃은 그런 면에서 어떤 소재보다 많은 사람에게 관심의 대상이고 즐거움이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꽃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움직임을 느끼게 하고 움트고, 봉우리 맺고, 펼쳐지면서 피어나는, 그리고 시드는 순간순간을 모두 보아낼 수 있게 한다. 그것은 하나의 움직임, 운동, 생성, 이미지의 끊임없는 변형으로 생겨나는 생성 그 자체다. 한 번도 한순간도 정지한 적이 없이 생성하고 움직이는 세계에 대한 시선, 그것은 단순히 꽃이라는 소재에 대한 집착이나 손에 익은 대상이 가지는 친근함이나 익숙함이 아니다. 도리어 익숙해서 지나치기에 언제나 낯선 것으로서 다가오는 감성의 온도를 보여주는 소재다. 그의 꽃은 꽃의 연약함과 강인함이라는 두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한다. 잎과 줄기라는 대비적 묘사와 표현에서도 드러나지만 한 사물이 가진 두 개의 얼굴, 그 속성을 하나의 세계로, 그리고 세계를 유동하는 이미지로서 읽게 하고 집중케 하는, 말로 드러낼 수 없는 말을 보여준다.

소나무 껍질을 재현한 듯한 이미지는 소나무라는 대상을 묘사하는 것에서 온다. 때로는 소나무라는 지칭적 의미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소나무라는 구체를 지각한다. 추상이 그대로 구체적 사물로 지각된다는 말이다. 그가 던져주는 소나무 껍질이 단단해지고 두터워지고 거칠게 변하는 시간이 사물에서 의미로 진폭을 가진 이미지로 변형된다. 시간과 빛, 형상과 비형상, 시각적 지각과 의미가 재질감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지우고, 붙이고 문지르고, 색을 칠하고 형태를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면서 화면은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이행된다. 대상은 이제 구체였던 시간을 지우고 현재의 잠재된 형상으로 거듭하는 것이다. 화면은 현재가 됨으로써 서정적 주체와 대상이 하나가 되는 혼돈으로 언제나 현재에 반응하는 장소가 된다.

색, 혼색, 혼돈의 형태감, 형태 안에서 나오는 색감, 무겁게, 때로 두텁게, 가볍고 얇게, 선과 색이 민감하게 서로 밀어내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선과 면, 유동적 이미지의 색상과 형태, 수채화의 물과 색료가 섞이는 듯한 수성적 이미지와 견고하게 구축되는 유화물감의 이미지가 병치 되면서 화면의 이중성, 대비적 성격의 공존이 드러난다.

꽃을 받치고 있다기에는 너무 거친 가지들, 두터운 색 위로 가볍고 연약하게 민감한 꽃잎을 배치하는 이런 장치들은 그리면서, 지우면서, 붙이면서 드러나는 구조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구조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운동, 미묘함, 규정하기 힘든 형태, 어느 경계에도 속하지 않는 선과 색상들이다.

구체적인 꽃의 형상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 구체성을 부정할 수 없는 상태로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어떤 꽃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 그것이 때로 묘사의 부족에서 오는 애매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구상적 형태가 우세를 이룰 때나 추상적 기세가 화면을 이끌어갈 때도 어떤 꽃이라 특정하지 못하지만 이런 이미지 주위를 맴돌고 있는 인상은 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라는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꽃의 일반성 혹은 꽃이 던지는 의미들 사이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라 지각하는 것도 회상하는 것, 현재와 과거 사이의 시간에서 함축된 또 다른 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임을 부정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그것은 현실의 꽃이면서 기억 속의 꽃, 현재의 구체성을 가진 사물이면서 망각과 기억, 회상과 추억 사이에서 자신을 들춰내는 잠세적 이미지인 것이다. 꽃이면서 꽃이 아니고, 추상이면서 구체도 아닌 것, 마음속의 세계를 그리는 만다라, 자신이자 세계를 만나는 화엄 세계, 꽃이자 세계인, 세계이자 한 송이 꽃으로서 작품인 세계이다.

혼돈의 세계에서 선을 긋고 색을 칠하고 색이 겹쳐지고 선이 중첩되면서 형상이 드러나고 그 형상이 꽃이라는 만다라로 나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질서 짓고 자신을 보아내는 것이다

긁고, 문지르고, 덧씌우고 지우는 과정에서 대상의 초점은 흐려지고, 그리는 나조차 흐려지는, 대상으로서 꽃은 과거에 이 장소를 점유했거나 앞으로 점유하게 될 수많은 대상으로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현재의 세계, 서정적 주체가 된 현재의 자기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재현의 미학에 맞서는 것만이 현대적인 것은 아니다. 도리어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 밖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언어와 삶이 접촉하는 장소, 서정의 주체로서 일인칭의 세계가 강명순의 작품이다.

 

■ 작가소개

강명순(Kang Myungsoon)
경남 진주 출생

개인전
2021 미광화랑 (부산)
2021 초대개인전 (피카디리미술관 서울)
2021 한국미술진흥원특별기획영상전 (서울)
2020 서울전광판영상전 (서울홍대)
2019 BFAA국제교류전 (벡스코 부산)
2017 갤러리마레 (부산)
2016 부산미술국제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2014 미광화랑 (부산)
2014 남송아트기획초대전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3 남송아트기획초대전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0 NAAF in Tokyo (선샤인시티 동경)
2009 현대미술상황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8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서울)
2007 현대미술여성작가회전 (부산문화회관)
2007 마산아트센터초대전 (마산)
2006 IAF기획초대전 (피카소화랑 부산)
2006 한국현대미술전 (리우하이수 아트뮤지엄 상해)
2005 아시안아트뮤지엄 (후쿠오카)
2004 인사갤러리 (서울)
2004 마린갤러리초대전 (부산)
2002 마린갤러리초대전 (부산)
1999 송하갤러리 부산
기획, 초대, 단체전 350여회

수상경력
2022 k아트프라이즈 리더상, 마스터즈대동경전 금상수상 (일본)
2021 앙데팡당코리아국제예술제 우수상 (피카디리미술관 서울), HMA예술제 최우수상, 국제공모신원전 동상 (동경도미술관 일본), 아트프라이즈 금상 (피카디리미술관 서울)
2020 앙데팡당코리아국제미술제 특선 (피카디리미술관 서울)
2019 아트프라이즈 동상 (피카디리미술관 서울)
2019 KAPA국제미술상 특선 (BT갤러리 서울)
2019 근대일본미술협회 공모전 우수상 (동경도미술관 동경)
2018 복근성푸전시국제교류전 입선, (미주도 마조벡스코)
2018 근대일본미술협회 공모전 특선 (동경도미술관 도쿄)본
2013 충남아트페스티벌 입선 (충남도청전시실 당진)
2010 해운대미술대전 입선 (부산디자인센터 부산)
2005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입선 (박정희체육관 구미)
2005 IAF-Japan전 우수작가 본상ㅡ(아시안아트뮤지엄 후쿠오카)
1994 미술세계대전 입선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4 부산일보미술대전 입선 (부산문화회관 부산)
1993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작품소장처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산지방법원 254호법정, 부산시약사회관, 진주여자고등학교, 대한적십자경남지부, 영동건설, 퍼시픽블루CC, 주외과의원

소속단체명
한국미술협회, 부산미술협회, 형맥회, 부산현대미술작가회, 해운대미술가회, ADA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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