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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박소영展, 유어산수(遊於山水) ‘구름 위에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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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영, 유어산수(遊於山水)22-0340 x 50cm, 장지에 수묵, 안료, 2022 (사진=갤러리 도스)
▲ 박소영, 유어산수(遊於山水)22-0340 x 50cm, 장지에 수묵, 안료, 2022 (사진=갤러리 도스)

생명체가 존재하는 공간을 구름과 하늘로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동양의 성리학적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식물들을 자연의 은유적 상징으로 등장시켜 자연과 벗하여 소요유(逍遙遊)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박소영 작가노트 중-

 

박소영 개인전 '유어산수(遊於山水) 구름 위에 노닐다’展이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박소영은 야외를 거닐면서 받았던 영감을 바탕으로 자연과 우주에 대한 명상과 사색을 작품에 지속적으로 담아내 왔다. 거기에는 자연과 벗하여 그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소요유’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투영됐다. 이러한 작업의 방향은 이번 전시에서도 문맥을 같이한다. 더불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신작들에 더했다.

‘소요유’에서부터 이번 전시의 제목인 ‘유어산수’까지 작가의 작업에서 ‘유(遊)’는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작용한다. 유의 어원을 보면 깃발(旗)이 자유롭게 나부끼는 모습과 그 움직임이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 같으므로 ‘흐른다’는 뜻에서 점차 의미가 파생, 확장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유는 ‘흐른다’에서 ‘거닐다’, ‘나가 놀다’, ‘유람하다’ 등과 같은 사람의 행위와 관련된 의미로 자주 사용하게 됐다. 여기에 동양 사상의 형이상학적 의미가 연계되어 군자가 배움을 위해 ‘한가롭게 노닐다’ 또는 장자의 ‘소요유’처럼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다’, 구속으로부터 ‘초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으로 하늘을 표현하고 이상향에 대한 성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하늘 위 구름에 겹쳐진 산수와 사군자는 동양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자연의 은유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통로가 되어 정신적 사유를 담는다. 여기에 동양화 안료인 금분과 은분의 사용으로 자연의 신성하고 장엄한 표현을 부각시킨다.

산수와 매화 나뭇가지가 보여주는 동세가 풍부하면서도 간결한 선은 견고하고 유연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으며, 부유하는 구름의 형상은 먹의 농담으로만 차분히 덩어리 감을 표현하여 서정적인 감성으로 내면의 안식을 이끌어낸다. 특히 물기가 있는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먹을 번지게 하는 발묵법과 먹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겹쳐 그리는 파묵법이 눈에 띈다. 이러한 기법은 구름이 자아내는 숭고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효과를 준다. 이와 같은 우연적으로 먹을 번지게 하는 과정은 무한한 가능성의 부여이자 자유로운 현상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하늘 위 부유하는 구름과 대나무는 끝없이 펼쳐지는 무한한 공간 속 고요한 자연과의 조우를 표현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앞에 서서 자연스럽게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고 사색에 잠기게 만들며 자연이 주는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조선 중기의 이징(李澄)이 그린 이금산수도(泥金山水圖)를 작가 본인의 화풍으로 재해석한 산수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느린 붓질로 섬세한 감각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는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내면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관념적인 공간인 상상 속 이상 공간을 만들어내어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정신적 가치의 확립을 표출한다.

자연은 생명의 기운으로 저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때로는 풍성하게 때로는 가볍게 변화를 지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구름에 중첩된 산수와 사군자는 정지된 화면에 표현되었을지언정 결코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어떻게든 흘러가는 시간 속 머물러 있지 않는 우리의 인생과 맞닿아 있으며 장자의 소요유 사상과 혼연일체하여 숭고한 자연에서의 명상과 사색으로 초월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유자적 떠다니는 구름 위 오랜 세월을 지내온 높은 고도의 굽이진 산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자연 속 마치 한 마리의 봉황이 되어 자유로이 노니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작가의 심상을 깊이 공감하는 과정은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반추하고 인생과 자연의 섭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산수화에서 유는 자연 즉, 산수에서 노닐면서 도를 체득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산수를 즐기는 것은 곧 도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거닐고 노님은 새로운 경험을 유발하고 인식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화가들의 수양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화가는 붓을 들고 창작 활동을 함으로써 이번에는 화폭 위를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이처럼 유를 통해 수양하고 창작하는 것이 화가의 입장에서의 유라면, 산수화를 벽에 걸어 놓고 누워서 유람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와유(臥遊)는 감상자의 입장에서의 유이다.

감상자는 그림을 통해 상상하면서 아무 제약 없이 그곳을 노닐 수 있으며, 때로는 자신이 거닐었던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작품을 음미할 수도 있다. 박소영은 전통 회화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아오면서 본인이 체화한 창작과 감상, 두 측면에서의 유의 개념을 작품으로 발현하고자 한다.

이번에 전시한 신작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하늘과 그 공간을 부유하는 구름 형상이다. 이것은 그 위에 그려지는 산수와 매화의 배경이 된다. 구름 형상은 작가가 가족과 함께 일 년 반 정도 미국에서 지내던 시기의 작업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주로 작은 원들이 집적되어 마치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크고 작은 덩어리들을 표현했다. 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난 것은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작가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롭게 ‘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노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작품의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하고, 타국에서 전통에 대해 다시금 통찰하게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여유로운 사색 속에 얻은 자양분은 귀국 후에도 이어져 모든 생명체가 공생하는 자연의 공간으로 상정한 하늘과 유동적인 대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구름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신작들에서 그간의 작업과 다른 시도 또한 보여준다. 정선의 금강산과 이징의 이금산수도(泥金山水圖)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전에는 주로 배경이 되는 형상 위에 사군자의 대나무, 매화 등을 자연을 은유하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그려왔는데, 이번에는 그 자리에 산수를 그렸다. 전통 산수화의 전형을 가져오되 그것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이 아니라, 나름의 심미관으로 선택한 부분을 하늘과 구름 형상 배경에 위치시켜 작가만의 가상 공간을 창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공간을 자유롭게 즐기고 자신의 보폭에 맞춰 작품속을 거닐면 될것이다.

 

■ 작품소개 (사진=갤러리 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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