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집] 프리즈 서울, 국내 아트페어의 패러다임 바꿔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프리즈·해외 갤러리로 컬렉터 쏠림 심각 7만 명 이상 방문, 서울이 들썩 국내 미술시장 ‘다양성 확보’ 과제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국제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국제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한국 미술시장을 떠들석하게 했던 '프리즈 서울'이 5일 막을 내렸다. 2일 VIP 오픈부터 큰손 컬렉터가 몰렸던 프리즈 서울은 고가의 작품이 모두 팔렸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등 한국 미술시장에 변화를 몰고 왔다. 또 아트페어 기간 삼청동, 한남동 등 화랑가에서는 야간 전시 관람, 네트워크 파티 등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처음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리슨 갤러리 등이 개막 첫 날부터 활발한 판매를 보이며 프리즈 서울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아트페어다.

프리즈의 최고경영자 사이먼 폭스는 아시아의 첫 개최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예술가·미술관·갤러리·컬렉터의 기반이 독보적”이라며 “K팝·영화·드라마 등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키아프의 공동 개최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은 7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총 작품 거래액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은 6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한 키아프 서울(650억원)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서울 삼청동에 이어 두 번째 전시공간인 ‘페로탕 도산파크’를 개관한 프랑스의 페로탕은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 모두 참가해 양쪽 부스에 전시한 작품을 첫 날 모두 판매했다.

가고시안에서 전시한 독일 추상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 1984, 개막 첫 날인 2일에 약 203억원에 판매됐다. (사진=프리즈 서울)
가고시안에서 전시한 독일 추상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 1984, 개막 첫 날인 2일에 약 203억원에 판매됐다. (사진=프리즈 서울)

■ 해외 유명 작가 작품과 고가 작품들 호황

프리즈 서울에서 먼저 주목할만한 점은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과 고가의 작품들이 큰손들에 의해 모두 팔렸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가족 기업인 하우저앤워스에서는 피카소의 큐비즘에 영향을 받아 얼굴을 비틀고 해체하며 내면을 표현하는 조지 콘도의 신작이 280만달러(약 38억원)에 예약 판매됐고, 콜라주와 데콜라주를 통한 추상 표현주의로 주목받고 있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 또한 180만달러(약 24억원)에 선판매 되는 등 총 14점이 판매됐다.

거물급 갤러리인 가고시안은 독일 추상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이 오픈하자마자 1500만달러(약 203억원)에 판매됐고, 독특한 색감과 흥미로운 구도로 아트마켓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조나스 우드의 작품과 백남준, 무라카미 다카시,스탠리 휘트니 등의 작품이 모두 판매됐다.

백남준, ‘무제’ 베이클라이트 로봇 2002(좌)/ 스탠리 휘트니, ‘Stay Song111' 2022(우) (사진=프리즈 서울)
백남준, ‘무제’ 베이클라이트 로봇 2002(좌)/ 스탠리 휘트니, ‘Stay Song111' 2022(우) (사진=프리즈 서울)
 

영국의 리슨갤러리는 미묘한 색채의 그라데이션으로 환영의 차원을 만들어 내는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이 68만2천 파운드(약 10억7천만원)에 판매됐고, 영국의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의 설치작품과 줄리언 오피의 작품 2점 등 총 10점을 첫 날 개막과 동시에 판매했다.

벨기에의 그자비에 휘프켄스는 회화, 도예, 콜라주,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두루 섭렵하고 패션계에서도 유명한 미국 작가 스털링 루비의 신작 시리즈를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여 첫 날 모든 작품을 판매했다.

벨기에 그자비에 휘프켄스 갤러리의 스털링 루비 ‘Turbine‘ 연작 시리즈 (사진=프리즈 서울)
벨기에 그자비에 휘프켄스 갤러리의 스털링 루비 ‘Turbine‘ 연작 시리즈 (사진=프리즈 서울)

 

마리안과 이브라함 부부가 운영하는 마리안 이브라함 갤러리는 피사체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페인팅하는 표현 기법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가나 출신의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 세 점을 개막 1시간만에 판매했다.

패션브랜드 디올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마리안 이브라함 갤러리의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들 (사진=프리즈 서울)
패션브랜드 디올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마리안 이브라함 갤러리의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들 (사진=프리즈 서울)

국내에 지점을 두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선구자인 게오르그 바첼리츠 작품을 120만 유로(약 17억원)에 판매하고 자신의 신체를 캐스팅한 인체조각으로 유명한 안토니 곰리의 조각을 50만 파운드(약 8억원)에 판매했다. 또한 조각가이면서 모험가인 동시대 인기작가 톰 삭스의 작품 등 11점을 첫 날 판매했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 이불의 작품도 판매됐다.

 

게오르그 바첼리츠, ‘X-ray am Mittag(정오의 엑스레이)’ 2020(좌)/ 이불, ‘ Perdu CXLIV' 2022(우 (사진=프리즈 서울)
게오르그 바첼리츠, ‘X-ray am Mittag(정오의 엑스레이)’ 2020(좌)/ 이불, ‘ Perdu CXLIV' 2022(우 (사진=프리즈 서울)
 
키아프 서울의 페로탕 부스 전시 전경.
키아프 서울의 페로탕 부스 전시 전경.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워스는 피카소의 큐비즘에 영향을 받은 조지콘도의 신작 ‘붉은 초상화 구성’(약 38억원)과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니콜라스 파티의 '클라우즈'(4억4000만원)를 포함해 개막 1시간 만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15점의 작품들을 판매했으며 화이트큐브는 현대 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대작을 약 5억4000만원에 판매했다.

니콜라스 파티, 'Clouds(구름)' 2022(좌) / 안드레아스 거스키, 'V&R Ⅲ' 2022(2009) 에디션 2/6(우). (사진=프리즈 서울)
니콜라스 파티, 'Clouds(구름)' 2022(좌) / 안드레아스 거스키, 'V&R Ⅲ' 2022(2009) 에디션 2/6(우). (사진=프리즈 서울)

국내 갤러리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찾아낸 색채로 화폭을 물들이는 박서보의 ‘묘법’을 7억원에,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마대 자루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으로 단색화의 거장이 된 하종현의 ‘접합’을 5억원에 판매했다.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국제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국제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가한 학고재는 한국 추상미술의 문을 연 이봉상의 작품 ‘하늘, 산, 숲’을 서울의 한 기관에 판매했고 동시에 공간추상의 개척자 하인두의 두 작품을 서울의 한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이봉상, '하늘, 산, 숲' 1963 (사진=프리즈 서울)
이봉상, '하늘, 산, 숲' 1963 (사진=프리즈 서울)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는 휘슬에서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많은 배헤윰의 신작 두 점을 한국의 컬렉터와 글로벌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배헤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휘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배헤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휘슬의 전시 전경. (사진=프리즈 서울)

프리즈 서울에 참가했던 해외 갤러리들은 행사장의 뜨거운 열기와 높은 판매액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벌써부터 내년 행사를 기약하고 있다.

하우저앤워스의 아시아 매니징 파트너인 일레인 곽은 "프리즈 서울은 한국이 가진 활기찬 예술 현장의 에너지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며 “이미 매우 역동적이고 고도로 정보화된 예술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불러일으켜 서울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프리즈 서울을 이끈 디렉터 패트릭 리는 “첫 번째 프리즈 서울에 보내준 뜨거운 반응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공동으로 주최한 키아프 서울에도 감사를 드리고 이미 2023년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숯의 작가' 이배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의 부스. (사진=프리즈 서울)
'숯의 작가' 이배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의 부스. (사진=프리즈 서울)

 

■ 7만 명 이상 방문, 서울이 들썩

프리즈 서울은 이번 아트페어 기간동안 총 7만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코엑스 3층 프리즈 서울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프리즈 서울 출품작 중 최고가를 기록한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 앞에는 대작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에곤 실레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 리처드 내기 갤러리 부스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앙리 마티스, ‘아네모네가 꽂혀있는 꽃병’ 1946(좌)/ 알베르토 자코메티, ‘디에고 흉상’ 1961, 청동 4/6 에디션(우) (사진=프리즈 서울)
앙리 마티스, ‘아네모네가 꽂혀있는 꽃병’ 1946(좌)/ 알베르토 자코메티, ‘디에고 흉상’ 1961, 청동 4/6 에디션(우) (사진=프리즈 서울)

수천 년의 미술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미술사를 대표하는 고대 거장들의 작품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술관급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또 애콰벨라 갤러리즈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키스 해링, 윌렘 드 쿠닝,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명작들을 전시했다.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작품들로만 꾸며진 프리즈 서울 페로탕의 부스. (사진=프리즈 서울)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작품들로만 꾸며진 프리즈 서울 페로탕의 부스. (사진=프리즈 서울)

아시아에 자신의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타바레스 스트라찬은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며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다라와 같은 상징적인 요소를 통해 우주를 재현함과 동시에 삶과 존재에 대한 고찰을 원형 안에 담아냈다.

 

영국의 리처드 내기 갤러리가 전시한 에곤 실레의 작품들 (사진=프리즈 서울)
영국의 리처드 내기 갤러리가 전시한 에곤 실레의 작품들 (사진=프리즈 서울)

세계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일한 갤러리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리처드 내기 갤러리는 에곤 실레의 유화와 드로잉 등 40여 점의 걸작을 선보였는데 국내의 아트페어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 관계자들은 아트페어에 유례없는 관객들이 몰린것은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의 미술시장 관심은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프리즈의 최고경영자인 사이먼 폭스는 "프리즈 서울은 올해 처음 열었는데도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다"며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제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미술시장 ‘다양성 확보’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개최지로 송현동 부지를 빌려줄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내년에는 프리즈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리즈는 아시아 전체의 컬렉터를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더 많이 출품할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미술계는 이에 대응해 어떻게 아트페어를 운영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프리즈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은 변화의 계기를 맞이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의 과제로 지적되는 ‘다양성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미술시장이 더 다양해져야 미술계 변화의 사이클을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작성

0/2000

댓글은 검수 후 노출됩니다. 비방·욕설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