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의 선구자 하종현 개인전이 2월 15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접합' 작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하종현의 대표 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는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으로 노동집약적이고 독창적인 기법을 구축했다.
'접합'의 방식과 형태를 고수하되 색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이 반영된 다채색의 '접합' 신작에서는 캔버스 뒷면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붓 터치와 함께 흰색이 섞인 색의 그라데이션이 강조됐다.
기존 '접합' 연작에서 기왓장이나 백자를 연상시키는 한국적인 색상이 주로 사용되었다면 다채색의 '접합' 신작에서는 일상적인 밝은 색상이 도입되어 현대적 감각을 드러낸다.
하종현 작가는 1960년대 후반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작가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30대 신진 작가이던 그는 캔버스나 유화 물감을 사기가 힘들었다. 당시는 국산이 제대로 없어 일본산을 수입해 써야 했으나 너무 비쌌다. 궁여지책으로 남대문시장에서 텐트 천을 사서 대신 사용해보는 등 여러 실험을 하던 어느 날, 쌀 포대로 쓰던 마대가 눈에 들어왔다. 마대는 올이 굵고 성긴 삼실로 짠 것이라 캔버스 천 같은 빳빳한 맛이 없었다.
그는 마대 뒷면에 물감을 칠했다. 천을 빳빳하게 하려고 했던 이 시도가 놀라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마대는 올이 성기다보니 의도치 않게 물감이 앞으로 밀려 나왔다. 이렇게 삐져나온 물감이 만들어내는 캔버스 표면이 어떤 붓질도 할 수 없는 추상적인 무늬처럼 여겨졌다.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마대 천 배압법(천 뒤에서 물감을 밀어올리는 기법)은 단색화(단색을 사용한 추상화)의 대가 하종현(87)의 평생 브랜드가 됐다.
배압법은 전통 초상화에서 쓰는 배채법을 연상시킨다. 배채법이 천의 뒷면에도 색을 칠해 앞면의 색상이 살아나게 하는 것처럼 배압법도 앞면으로 올라온 물감이 천체 화면의 기본 바탕색이 된다.
새롭게 도전한 ‘이후 접합’ 연작도 대규모로 공개됐다. ‘이후 접합’은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나무 막대를 물감을 묻힌 천으로 감싸는 작업으로 시작해 나무 막대를 이어 붙인다. 막대 사이사이에는 유화 물감을 짜 넣는데, 막대를 붙이는 과정에서 물감이 덩어리째 스며나오며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 전시소개
박서보처럼 단색화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거장 작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평생 유화를 다뤄왔다.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직후인 1959년에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당장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원조식량을 담던 마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이 굵고 성긴 마대 위에 그림을 그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마대를 펴보고 까보다가 마대를 빳빳하게라도 만들어보자고 뒷면에 물감을 칠했다. 그런데 성긴 틈새로 물감이 삐져 올라왔다. 그때 삐져나온 물감이 만든 무늬가 보였다. 물감이 마대를 지나 "자기의 얼굴을 가지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마대 뒷면에 물감을 칠해 밀어올리는 작업을 거듭하며 실험을 계속했다. 앞면에 배어 나온 물감 알갱들을 붓이나 칼, 나무 주걱 같은 도구로 긁어내고 밀어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배압법을 활용한 '접합(Conjunction)'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다른 방식으로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밀어내는' 방식은 유지하되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비져나온 물감의 입체적인 형태를 강조하면서 2차원의 예술인 회화에 질문을 던졌다. 이름은 '이후-접합(Post-Conjunction)'이라 붙였다.
'접합'과 '이후-접합' 시리즈가 주목을 받으면서 뉴욕, 런던, 파리 등 전세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중국 박시즈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하종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전시 소개글
■ 작품 소개 (사진=국제갤리러)
■ 작가소개
하종현 (1935 ~ )
1935년 경남 산청 출생. 195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1990 - 1994) 서울시립미술관 관장(2001 - 2006) 역임. 밀라노 무디마 현대미술재단(2003) 경남도립미술관(200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2012) 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으며 뉴욕, 런던, 파리 등 전세계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2012)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 <단색화>(2015)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 <과정이 형태가 될 때: 단색화와 한국 추상미술>(2016) 상하이 파워롱미술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2018) 등 주요 단색화 그룹전에도 참여.
파리 퐁피두 센터를 비롯해 중국 박시즈 미술관, 네덜란드 보르린던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홍콩 M+, 도쿄도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