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화가의 계보를 확장 시킨 선구자이자, 운보 김기창의 아내였던 우향 박래현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3월 4일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박래현 화가는 남편 운보 김기창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대표적인 여류 화가이다.
‘박래현 사색세계’는 아트조선의 두 번째 개관 특별 기획전으로, 재작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이후 선보이는 첫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향 박래현의 대표적인 추상 연작, 그리고 미공개 작품까지 총 8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2부 ‘피어나다’는 세계여행가였던 박래현이 해외에서 영감을 얻고 작업한 작품들도 함께 보여주며 기대를 모았다.
지난 2020년 3월 서울옥션에서 박래현의 '매화도'(67×37.5㎝·연대 미상)는 61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당시까지 작품 수가 적은 데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우향의 경매 낙찰은 매우 드물게 이뤄지곤 했다. 또 지난해 2월 서울옥션에서 태피스트리(색실을 짜 넣은 그림) 대작 '작품'(131.7×111.3㎝·1975년)이 7100만원에 팔렸다. 3월에는 케이옥션에서 대표작 시리즈 중 하나인 '부엉이'(78×45.5㎝·1960년대 추정)가 추정가의 5배인 3400만원에 팔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1961년작 '정물 A'는 수묵담채화이다. 1958년에서 1960년대 초반 김기창과 천경자 등이 주도한 '백양회전'에 몰두하던 시기 작품이다. 박래현은 이 시기 전통 회화의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를 재해석해 감각적인 화풍을 정립했다. '정물 A'는 맑은 담채로 회색과 갈색조의 낮은 채도의 색감을 구사하면서도 윤곽선을 그리는 대신, 색면을 화폭에 찍어낸 현대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박래현은 일찌감치 도쿄 여자미술학교로 수학한 유학파로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단장'이 특선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하지만 소수인 여성 화가였던 데다, 결혼 후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시간이 길었다. 1960년대 이후에는 부부전을 통해서 주로 전시를 열었다.
박래현 화가는 지난 2020년 10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 당당히 재평가 받았다. 박래현의 대표작 '이른 아침' '노점' 등이 1950년대 고단했던 시대 여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기록했을 만큼, 여성 화가의 대모였기에 기획된 전시였다.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 통역자'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여성들의 감정을 작품 속에 풍만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었다"고 평가했다.
박래현은 시대를 앞서간 화가였다. 1959년작 '기도'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연상시키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과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박래현의 방법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상을 사실적인 시각에서 묘파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입체파적 방법의 원용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