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화랑 창업 1세대에 이어 화랑 운영을 꾸려가는 2세 경영자들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30~50대인 이들 2세 경영자들은 국내 미술시장으로 진입한 외국계 화랑들과 경쟁하는 한편 해외시장에 우리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특히 국내 미술시장 활황 분위기를 주도하며 기존 블루칩 작가와 수집가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미술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신진 작가, MZ세대 컬렉터들을 발굴하고, 갤러리사 그림을 감상하고 판매하는 곳에서 탈피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것에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화랑업은 대를 잇는 가족경영이 많다. 작가·수집가와의 신뢰 관계를 장기로 이어가며 컬렉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창업 1세대는 그 노하우를 후대가 발전적으로 이어가길 바라며 경영자 수업을 시킨다. 2세대 인물들은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트비즈니스의 매력에 빠져서 가업을 계승했다. 사업 성취감 못지않게 국내외의 빼어난 예술가, 안목 높은 수집가들과 교우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다.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해 주는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크다.
작가와 수집가들은 대를 잇는 화랑들의 전통과 역사를 인정하고 그 선구안을 존중한다.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국내 대표 화랑들이 위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외국 유명 화랑들이 국내에 앞다퉈 들어오고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2세대 경영자들의 장점이 특별히 부각된다. 해외 유학 후 체계적 경영 수업을 거치며 시야를 키웠기 때문에 급변하는 국내외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에 대한 리더십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이미 2세대 경영 안정화가 이뤄진 화랑으로 평가 받는 갤러리 현대와 동산방화랑에 이어 국제갤러리, 예화랑, 선화랑, 진화랑, 표화랑 등은 오너의 자녀들이 화랑업계 리노베이션을 이끄는 등 업계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1세대 오너들이 현장경영 노하우에 밝다면 2세들은 미술교육과 갤러리 경영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아 글로벌 화랑으로 도약을 시도한것이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2세대 경영자들 대부분이 공격적 전략으로 자신들의 미술 영토를 넓혀가고 있으나, 일부는 1세대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가나아트가 대표적이다. 화랑계 한 원로는 “가나아트 창업자와 가까워서 자주 대화를 나누는데, 경영 그립을 여전히 강하게 쥐고 있더라”며 “화랑 대표를 맡은 2세가 아직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 미술경영 전문가는 “2세대는 창업자의 영향권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시대 변화에 맞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며 “소극적으로 운영하면 지금까지의 성공을 지키지 못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시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