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전이 11월 25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20년 수상작가인 캠프(CAMP)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둔 협업 스튜디오이다. "캠프"라는 이름은 "미시적 힘에 의한 공유지(Commons According to Micro Power)", "컴퓨터 예술 혹은 윤리적 정치(Computer Art or Moral Politics)"처럼 4개의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코딩으로 추출하여 조합한 약어로 십만 개가 넘는 가짓수를 갖는다. 이들 조어의 의미에서 드러나듯 캠프는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시민, 기술자 등과 개방적으로 협업하며 미디어의 문턱을 낮추는 참여적 작업을 통해 사회 시스템과 기술 하부구조에 대해 질문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제목인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CAMP After Media Promises)』도 두문자어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캠프"는 작가의 이름이자 "진영"이라는 보통 명사의 뜻도 될 수 있다.
작가들은 거대 미디어 인프라가 우리 삶과 가치 체계에 여지없이 포개져 있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그 매체 기술들이 약속했던 전망에 개입하여 다른 여지를 만드는 "이후"를 제안한다. 전기와 에너지, 교통과 교역, 텔레비전과 라디오, 영화와 비디오,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각종 미디어들이 약속한 세상에 도달했을 때 그 미디어 기술이 독점적이고 권력적인 구조로 작동한다면 그 기술들의 이후를 다르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어떤 여지를 도모하는 작은 개인들이 모여 자율적인 진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캠프의 작업이다.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의 권력에 저항하며 지역사회와 수공의 협력으로 공공·공동·공유의 개념을 재설계해 나가는 캠프의 작업은 팬데믹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네트워크 미디어 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남준(1932∼2006)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 독일에서 선보인 ‘TV부처’다. 불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마치 부처가 TV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상념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관람객과 평론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이 작품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TV와 전통을 상징하는 불상 간의 소통을 시도하며 새로운 자기 인식 방법에 대한 담론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보상자로 지탄받던 TV는 백남준의 손을 거쳐 예술 매개로 탈바꿈됐다. 그로부터 약 50년이 흐른 올해, 낯선 방법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졌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는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가 우리 삶을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각 매체의 다른 기능성을 모색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20년 수상작가인 ‘캠프(CAMP)’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협업 스튜디오다. 국제예술상은 백남준아트센터가 2009년부터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계승한 작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는 감시매체가 아닌 예술매체로서의 CCTV를 조명한다. 캠프는 구도심과 도시 재생이 공존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을지로의 대림상가를 골라 올해 10월 건물 옥상에 무인 작동 CCTV를 세웠다. 1시간마다 움직임의 범위가 설정된 카메라는 그간 잘 비춰지지 않았던 도시의 주변 이야기를 담아낸다. 전시실과 웹사이트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영상이 재생된다. 2008년, 이들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 이후 CCTV를 대거 설치한 영국 맨체스터 쇼핑몰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전시장에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캠프의 주요 작품들을 8개 대형 스크린에 펼쳐놓은 ‘무빙 파노라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백남준 아카이브 자료를 온라인에 오픈해 아카이브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비디오 아카이브에 대한 제안’도 있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전시는 조촐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의미가 묵직하다. 이미 우리의 환경이 돼버린 미디어의 생경한 모습을 보며 기술에는 하나의 용도만 있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