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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혔던 조선 匠人 8000명, 이젠 세상에 나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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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개관하는 서울공예박물관 설립 총감독 맡은 김정화 관장

오는 15일 개관하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물 앞에서 김정화 관장은“이름없는 장인으로 남았던 조선시대 장인의 이름을 찾아드리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개관하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물 앞에서 김정화 관장은“이름없는 장인으로 남았던 조선시대 장인의 이름을 찾아드리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장인(匠人)들이 모두 이름 없는 무지렁이가 아니었습니다. 실력 뛰어난 장인들은 실록과 의궤에 이름을 남겼어요. 무명씨(無名氏)로 남아있던 그들의 이름을 한 분씩 찾아 불러드리고, 세상에 나오게 하는 작업을 이제부터 공예박물관이 할 겁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예 전문 박물관이 오는 15일 문을 연다. 

김정화(65) 서울공예박물관 관장은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약 300년간 ‘가례도감의궤’에 실린 장인 이름만 8000명이 나온다”며 “개관 기념 전시에서 이들의 이름을 모두 소개하는 미디어 영상을 상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는 장식미술관이 있고, 영국 런던에는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이 있는데 우리는 공예 전문 박물관 설립이 너무 늦었다. 그동안 공예가 미술사와 민속학 측면에서만 다뤄져 대중적 연구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모든 시대와 분야의 공예를 아우르는 전문 박물관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옛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서는 서울공예박물관은 건물 6동, 연면적 1만590㎡에 달한다. 이곳은 원래 세종의 여덟째 아들 영응대군이 머문 거처이자 고종의 아들 순종의 혼례를 위해 건축한 별궁 자리였다. 북촌·인사동·경복궁·창경궁 및 주변 여러 박물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문화 중심지 역할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김 관장은 그곳에서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운명과 만났다.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가 보티첼리의 작은 그림 앞에서 한동안 꼼짝할 수 없었어요. 이 그림이 도대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매료시키는 걸까. 미술사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마음먹었죠.” 귀국 후 전시 기획자이자 박물관 연구자로 활동하며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개관 작업에도 참여했다.

3년 전 공예박물관 설립 단계부터 총감독으로 시작, 개관 작업을 준비하는 내내 그는 “공예는 동사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모든 공예품은 그 시대의 산물이고,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 요구와 필요가 담겨 있죠. 시대에 맞게 의미도 변하고, 그 변한 의미에 따라서 공예가 어떤 가치를 발하는지, 결국 가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공예에 담긴 정신을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청동기부터 고려 상감청자, 조선 달항아리, 근대기 공예, 요즘 젊은 세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2만1750점을 수집했다. 근대 3980점, 현대작 1만3091점에 달한다. 자수공예 유물 수집과 연구에 헌신한 고(故)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이 유물 5000여 점을 기증했다. 그는 “완성품만 전시·감상해선 안 되고 제작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그냥 구매하는 게 아니라 작가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스케치, 도안, 작업 과정까지 담아 공예의 아카이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근대기 장인 10인의 계보를 소개하고, 조선 말기부터 현재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까지 9대째 내려오는 장인 가문 이야기도 발굴했어요. 사람이 숨 쉬는 공예박물관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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