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을 떠받치는 세 축으로 안목과 출처, 그리고 테크니컬 검사를 든다. 세 요인은 미술품 감정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세간에 ‘과학감정’이란 신조어가 남발되면서 ‘안목’과 ‘출처’의 중요성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시되거나 폄하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과학’을 무오류성을 가져다주는 ‘요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 감정의 기틀을 세운 조반니 모렐리(Giovanni MORELLI)가 화면 속 신체 부위를 따로 스케치해 감정에 참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과학이 감정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사람들은 ‘과학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진실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로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다. 과연 과학적 검사는 미술품 감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과학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준 예로 렘브란트의 <자화상 >을 들 수 있다. 영국 버클랜드수도원에 소장된 이 작품은 30년 전에 감정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렘브란트의 제자가 스승을 따라 그린 것으로 판단 났다. 그런데 새로 테크니컬한 분석을 받아보니 렘브란트가 애용하였던 포플러나무와 버드나무가 사용되었고 재료도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적 접근으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게티미술관이 1,000만 달러에 구입한 <쿠로스>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두 차례의 과학 분석(탄소와 산소 동위 원소측정과 탈백운석화 과정)을 거쳐 외관과 형태에 대한 의혹, 인위적으로 탈백운석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 위조된 출처, 영국에서 나온 똑같은 위조품 등으로 점점 의심만 키워갔다. 조지아대 노먼 허츠 교수와 캘리포니아대의 스탠리 마골리스의 검사 등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검사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감정이 꼭 과학 장비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버나드 베렌슨(Bernard BERENSON)이 <이탈리아 귀족 남녀>를 보는 순간 직감으로 벨리니(BELLINI)의 것이 아니라 조반니 파울라 아우구스티노의 것임을 알아챘다. 남녀가 입은 옷과 모자, 그리고 장신구들은 ‘밀라노식’이 아닌 ‘베네치아식’이라는 것, 서명이 밀라노 <피에타> 서명과 유사한 점을 들어 그는 원작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을 보는 순간 14년 전에 밀라노의 교회에서 본 아우구스티노의 <피에타>가 떠올랐고, 동일 미술가의 것임을 밝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