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은 단순히 우리가 보는 것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보지 않았거나,볼 수 없었던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사각지대 속으로 안내한다”-올라퍼 엘리아슨
자연현상과 과학적인 탐구, 미술 요소들을 접목한 설치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전이 6월 15일부터 7월 30일까지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의 주제인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존의 관습들로 인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 시대를 사각지대로 비유하며 사각지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고 무뎌졌던 감각들을 되찾아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국내에서 5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조각들과 워터컬러 페인팅, 대형 판화 등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엄선되어 공개됐다.
올라퍼 엘리아슨(좌)[사진=PKM 갤러리]/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 설치된 'The Weather Project',2003(우) [사진=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
올라퍼 엘리아슨은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 작가로 덴마크왕립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자연현상에 과학적 탐구와 기술을 더해 무지개, 물, 이끼, 증기, 빛 등의 유사 자연을 특정 공간에 재현하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 설치되었던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날씨 프로젝트〉는 빛을 내는 반원의 스크린을 벽면에 설치하고 천장의 거울에 반사시킴으로써 미술관 안에서 거대한 태양을 마주한듯한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뉴욕 현대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퐁피두센터 등 해외 유명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등 손꼽히는 국제 미술 행사에 참여했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중시하는 예술가로 기후, 환경, 난민 문제 등을 주제로 예술 활동을 펼쳐온 업적을 기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가'로 선정, '크리스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수채화 시리즈 [사진=권미나 기자]
본관 갤러리 1에 전시된 수채화 시리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주요 관심사인 색채 현상 탐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색은 빛이 물체의 표면에서 튕겨져 나와 우리의 망막에 도달할 때만 구체화 되는 것으로 색채 분석은 우리 자신을 분석하는 능력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몇 가지 색조만을 얇게 겹친 물감 층들과 미묘하게 역전된 색채구성, 다양한 크기와 위치의 원들은 깊이와 지속성, 움직임을 보여준다.
층을 이루고 있는 레이어링 작업은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Seeing sensitivity flare)>에서도 볼 수 있는데, 색유리로 작업한 이 조각은 '렌즈 플레어' 현상에서 기인한 작품으로 렌즈 플레어는 렌즈가 태양이나 밝은 광원을 향할 때 고리나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빛의 현상이다. 사진 및 영화 분야에서는 폐기해야 할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올라퍼 엘리아슨은 이러한 오류를 모든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전환하고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올라퍼 엘리아슨,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 Your polyamorous sphere, 2022 [사진=권미나 기자]
본관 갤러리 2에 전시된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Your polyamorous sphere)>은 '플라톤의 입체' 형태를 지닌 행잉(hanging) 조각으로, 플라톤의 입체란 플라톤이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와 정다면체를 연결한 것에 기원을 두고 있다. 투과와 반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색채 효과 필터 유리를 포함해 총 세 개의 색유리 층을 사용함으로써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색상 조합과 구조가 드러난다.
올라퍼 앨리아슨,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Orbital close encounter, 2022[사진=권미나 기자]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Orbital close encounter)>는 유리 재질의 구와 ‘클렐리아 곡선’을 합친 설치 작품이다. 클렐리아 곡선은 위성이 지구의 자오선을 따라 공전하는 궤도를 구의 표면에 수학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궤도를 따라 배치된 유리구는 낮과 밤이 바뀌는 자전을 시각화하고 있다. 곡선을 따라 돌아가는 여러 크기의 유리구에 시선을 맞추면 자신과 주변 공간, 다른 구슬들을 비추는 수많은 상들과 마주하게 된다.
신작들로 구성된 본관의 전시는 수학, 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올라퍼 엘리아슨의 광범위한 탐구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람자의 감각을 유연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 색채 스펙트럼 연작 The colour spectrum series, 2005 [사진=권미나 기자]
별관은 빛과 색에 대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오랜 연구를 보여주는 대표 작품들로 구성됐다. 2005년 제작된 <색채 스펙트럼 연작(The colour spectrum series)>은 프리즘을 통해 가시화되는 빛의 스펙트럼 근사치를 안료로 변환한 작업으로, 48점의 유닛에서는 깊은 보라색에서 어두운 진홍색으로의 매끄러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PKM 갤러리 별관 지하 리딩룸에서 출판물을 보고 있는 관람객 [사진=권미나 기자]
별관 지하에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 세계와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의 철학을 살펴 볼 수 있는 주요 전시 도록과 아티스트 북, 프로젝트와 워크숍 자료집, 스튜디오 매거진 등 작가의 주요 출판물 39종을 열람할 수 있는 리딩룸이 있다. 이 출판물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에서 직접 선별하여 보내준 것으로 작가의 광범위한 탐구가 응축되어 있다.
한편, 올라퍼 엘리아슨이 1995년에 설립한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은 건축가, 수학자, 미술사가, 공예가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하고 있는 예술공동체로 전세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