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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바다를 항해하며, ‘배 위에 새겨 두고’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임재형, 황규민 2인전 《배 위에 새겨 두고》 2022년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삼청동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열려

임재형_평형_목판화_100 x 430 cm_2020 (사진=아트스페이스 영)
임재형_평형_목판화_100 x 430 cm_2020 (사진=아트스페이스 영)

임재형, 황규민 작가의 2인전 《배 위에 새겨 두고》 전시가 2월 15일(화)부터 3월 8일(화)까지 삼청동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개최된다.

전시의 제목은 사자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모티브가 되었다. ‘각주구검’은 원래는 배 위에서 검을 물에 빠트린 자가 그 빠트린 위치를 뱃전에 표시해 두고, 나중에 물가에 도착하여 표시해둔 위치의 물 속에서 검을 찾는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야기를 임재형과 황규민, 두 작가의 작업 매체와 소재, 그리고 태도에 빗대어, 화면(뱃전)에 어떤 것을 새겨 두고 다른 맥락(물가) 속에서 무언가를 찾게 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것이기 보다, 더 낭만적이고도 보편적인 의미를 구하는 태도를 함유할 수 있음을 은유하고자 한다.

두 작가는 그림에 쓰이는 재료나 소재, 표현 방식을 수동적으로 ‘선택’하여, 화면상에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들은 필력이나 구성 등 작가의 표현적인 ‘제스처(gesture)’는 최소화한 채 돌과 나무, 물, 연기 등을 그린다. 이러한 비정형의 자연물들이 자아내는 서정성만이 그림에 남고, 그림의 의미는 그림 뒤에 숨겨진다. 의미가 숨겨지며 종이 위에 남긴 흔적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따라 함께 그림 속으로,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듯 ‘잠겨 들게’ 한다.

사진=아트스페이스 영
사진=아트스페이스 영

 

임재형은 빙산이나 바다 위 구름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나 사라질 것들을 그려 왔다. 그는 선택한 이미지의 특징이나 서사에 맞추어 그리기 방식을 택한다. 물감이라는 표현적인 매체를 연필 드로잉으로 재현하거나, 기울어져 있던 이미지를 똑바로 보이도록 회전시켜 판화로 찍는 등, 설명하지 않으면 놓칠 법한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작품을 제작해 나간다.

최근에는 순환하는 물이나 흐르는 시간에 대한 기존의 관심에 이어서, “세대”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성당 화재’나 ‘여객선 침몰’ 등,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타는 성당의 연기나, 바다와 해변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암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개인적 사건에서 시작한 심상을 사회적 주제와 연결하여 ‘보편적인’ 이미지로 그려 내기를 시도한다.

황규민은 수묵화로 풍경을 그리고, 이미지를 목판화로 옮기며 동양화 담론을 시험해왔다. 그는 동양화에서 강조하는 ‘먹’과 ‘필’을 강조하는 대신, 물감을 종이에 찍어내듯 바르거나 필치 없이 종이 자체에 스며들게 하며 작가의 회화적 표현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표현 기법으로 만들어진 화면에서는 작가의 몸짓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필치보다 재료의 고유한 특성이 주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번에는 동양화 담론에 대한 관심에서 회화 작가로서 가지게 되는 개인적인 그림의 소재 선택으로 관심사를 넓히고자 한다. 작가는 회화의 소재로는 ‘사람처럼 보이는 나무’ 등 여러 속성이 겹쳐지는 것을 선택하지만, 판화에서는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눈보다는 소재의 본질이 강조된다. 이러한 강조는 동양화를 체계화하여 소재를 점(點), 획(劃), 탁(擢) 등의 단위로 구성된 새로운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때 회화와 판화를 넘나들며 작가의 시각과 동양화의 시각 사이에서 소재의 특성이 충돌한다.

두 작가는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담론적인 것에서 다시 개인적인 것으로 마치 배를 타고 왕복하듯 각자 의미의 바다 위를 끊임없이 떠다닌다. 항해하는 배 위에서, 두 작가는 어느 한 순간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보았노라고 기록해 두었다. 이처럼 작가들은 의미를 그림으로 “배 위에 새겨 두고”, 그 다음에 관객들은 이를 다른 시간과 맥락에서 보고 물 속을 헤집어 의미를 찾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상상하는 개인적인, 또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두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하고 건져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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