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이 낳은 조각가 최종태, 그의 시간과 공간이 다시 이어진다
대전 대흥동 문화의 거리 중심에 자리 잡은 전시관에서 개관식이 열렸다. 대전이 낳은 조각가 최종태 선생님의 이름을 딴 이 공간은 조용하고 단아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 예술의 시간을 이어갈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정갈함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선생님의 작품들
둥글고 평화로운 얼굴들, 기도하는 듯 고요한 형상들이 오래된 벽돌 공간 곳곳에 스며들 듯 자리를 잡았다. 내빈들의 얼굴에도 그 온기가 번진다. 대전이 한 거장의 예술 세계를 오롯이 품을 공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다.
■ 조심스러운 소환: 우리가 사랑했던 ‘대전창작센터’
전시장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멈춘다. 이 건물은 기억이 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본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쓰이던 이곳은 2008년 ‘대전창작센터’로 새 숨을 불어넣었다.
이후 약 20년 가까이, 이 공간은 대전 청년 작가들의 아지트였다.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걸어두고도 떳떳할 수 있었던 곳
파격적인 실험이 용납되던 곳
거칠고 서툴렀지만 생생한 에너지가 가득했던 발원지 벽돌 벽 사이사이에는 청년들의 망치 소리와 스프레이 냄새, 새벽까지 이어지던 뜨거운 토론이 배어 있다. 거장의 작품이 아름답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 붉은 벽에 스며든 청년들의 거친 숨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비판이 아니다. 그저 애틋한 기억이 여전히 이 공간을 지탱하고 있어서다.
■ 의문의 여백: 청년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거장의 나무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최종태 선생님의 작품 세계가 이 공간에서 오래도록 빛을 발할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통을 보존하고 한 예술가의 삶을 기리는 일은 도시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 소중한 행위다.
다만, 현장을 나서며 기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든든한 그늘 아래서, 다시금 새로운 새싹들이 마음껏 움트고 자라날 ‘내일의 대전창작센터’는 과연 어디에 마련되는가.”
거장의 전통을 지키는 공간만큼이나, 청년들의 실패와 실험을 받아줄 공간도 도시의 예술 생태계에는 꼭 필요하다. 최종태 전시관의 개관이 그 질문에 대한 대전의 고민을 함께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전시정보]
전시명: 최종태 전시관 개관전
기간: 2026년 4월 1일 ~ 7월 12일
장소: 최종태 전시관(대전 대흥동)
ⓒ 엄미영 미술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