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 카타르 아트바젤은 전 세계 미술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VIP 프리뷰 제도를 전격 폐지하며 “예술을 더 많은 사람에게 개방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시장의 중심을 소수 컬렉터에서 대중으로 옮기겠다는 의도였다. 카타르 측은 이번 결정을 통해 ‘예술의 민주화’를 실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브랜드 아래 다른 도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아트바젤파리(Art Basel Paris 2025) 가 역사상 처음으로 ‘울트라 VIP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이름은 Avant Première, 말 그대로 ‘가장 먼저 보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시간이다. 참가 갤러리 203곳이 직접 선정한 극소수의 컬렉터만이 초대되며, 이들은 기존 VIP 데이보다 하루 앞선 10월 21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그랑팔레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아트바젤 측은 “이번 결정은 for the market, by the market, 즉 시장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초대 인원은 비공개이며, 기존 VIP 등급과 무관하게 갤러리가 직접 고객을 지명한다. 일부 억만장자 컬렉터들이 과거 비공식적으로 프리뷰를 진행하곤 했지만, 이처럼 공식화된 ‘울트라 VIP’ 제도는 처음이다.
결국 같은 브랜드 안에서 카타르는 문을 열고, 파리는 문을 좁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두 도시는 서로 다른 시장 논리를 반영한다. 카타르는 아직 미술시장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신흥 지역으로, 예술을 국가 브랜드이자 문화외교 수단으로 삼고 있다. 개방과 참여가 중요하다. 반면 파리는 이미 성숙한 시장을 가진 도시다. 컬렉터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누가 먼저 본다’가 곧 ‘누가 먼저 산다’로 이어지는 곳이다. 따라서 파리는 오히려 VIP 구조를 세분화하며 ‘가장 빠른 접근’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었다. 하나는 예술의 민주화를 실험하고, 다른 하나는 예술의 계급화를 제도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