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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마법으로 엮어낸 파리와 서울의 풍경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사진작가 잔느 듀브레송

파리 출신의 프랑스 사진작가 잔느 듀브레송(Jeanne Dubresson, 28)이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에 대한 깊은 애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온 그녀는, 이미 세 차례의 그룹전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우연(Hasard)'을 따라, 사진과 사랑에 빠진 한 예술가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예술의 시작, 도시의 변화에 매료된 시선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항상 사진을 하고 싶었습니다." 듀브레송은 중학교 인턴십 과정으로 사진 학교를 택할 만큼 그 꿈이 확고했다. 예술을 사랑했던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전시를 접하고 미술 서적을 탐독하며 자랐다. 특히 도시계획 분야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영향은 그녀의 시선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부모님께서 도시계획 분야에서 일하시는 점이 저의 시선과 주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항상 도시의 변화하는 역동성, 즉 해체, 재건축, 도시의 변모, 주거지의 출현이나 소멸 등에 끌립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고블랭(Gobelins)'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패션계로 향하는 분위기는 그녀와 맞지 않았다. 그녀는 더 넓은 가능성을 탐험하고자 했다. "저는 매체를 섞고, 이야기를 만들고, 스스로를 한정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표현 형식을 탐구하기 위해 모션 디자인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3D, 스톱모션, 비디오 등을 실험할 수 있었고 훨씬 더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한국과의 인연,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애정

듀브레송과 한국의 인연은 19살, 패션 사진 어시스턴트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며 시작됐다. 당시 영화로만 접했던 한국의 매력과 사람들의 따뜻함에 반해,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 기회는 2018년 울산의 '고래마을' 철거를 앞두고 열린 아트 레지던시를 통해 찾아왔다.

"오래된 건축물이 낡았을 때조차 극도로 보호받는 나라인 프랑스에서 온 저로서는, 변화가 끊임없고 종종 매우 빠른 한국의 도시 기억에 대한 관계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대조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도시 계획, 공간의 변화, 장소의 소멸과 같은 문제에 대한 제 관심을 키웠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프랑스 내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KFTV(Korean French TeleVision) 설립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싸이, <오징어 게임>, 혹은 <기생충> 정도는 알지만, 이는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저희 팀은 한국의 다른, 똑같이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자막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작품 세계: 우연의 마법과 덧없는 순간의 기록

이번 전시의 제목 '우연'은 그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프랑스에서는 종종 "우연은 일을 잘 풀리게 한다(le hasard fait bien les choses)"고 말하는데, 이 말은 제게 특히 와닿습니다. 제 삶의 많은 중요한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 일어났습니다. 이번 전시가 좋은 예입니다. 작년 여름 올림픽 기간에 파리에서 우연히 외출했다가 시작되었으니까요."

그녀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제가 가끔 우연에 일을 맡긴다고 말할 때, 그것은 제 작품에도 해당됩니다. 저는 주제를 정하고 사진을 찍지만, 항상 예측 불가능한 여지를 남겨둡니다."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그녀의 철학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용한 Addiction(중독) 작품에서  '에멀젼 리프트(Emulsion Lift)' 작업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기법은 이미지의 얇은 젤라틴 막을 수작업으로 떼어내는 섬세하고 위험한 과정이다. "젤라틴이 너무 얇아서 쉽게 찢어지거나, 접히거나, 잔여물이 남을 수 있죠. 결과는 항상 불확실하며, 바로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미지는 더 이상 온전히 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해냅니다. 바로 이 무작위적인 부분이 작품에 시적인 감성, 독창성, 마법을 부여합니다."

Addiction (Installation View) 14.5x14.5 cm / Polaroid SX70 / Hahnemühle Glossy FineArt FineArt Baryta 325 gsm / 2017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Addiction (Installation View) 14.5x14.5 cm / Polaroid SX70 / Hahnemühle Glossy FineArt FineArt Baryta 325 gsm / 2017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이러한 탐구는 모로코에서 진행한 'Suspension' 시리즈로 이어진다.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베르베르 직물을 띄운 이 이미지들은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전통과 정체성을 환기시킨다. 직물은 무언가를 가리면서 동시에 드러내는 베일처럼, 전통과 변화, 기억과 움직임 사이의 조용한 대화를 만들어낸다.

Suspension n°1 121x76.5 cm Nikon D610 RCP Glacier 300gsm 2017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Suspension n°1 121x76.5 cm Nikon D610 RCP Glacier 300gsm 2017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려는 시도는 '비밀의 정원(Jardin invisible)' 시리즈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육안으로 감지할 수 없는 빛을 포착하는 적외선 필터를 통해, 그녀는 또 다른 색채의 현실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녀는 이 작업을 통해 "사진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단순한 기록의 도구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질문"하며, 사진이 "확장된 현실 인식으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Jardin Invisible n°1  121 x 82.31 cm / Infrared lens + Canon / RCP Glacier 300 gsm / 2018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Jardin Invisible n°1  121 x 82.31 cm / Infrared lens + Canon / RCP Glacier 300 gsm / 2018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그리고 이러한 존재와 소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찰은 그녀가 깊은 애정을 가진 한국, 서울의 '보광동(Bogwang-dong)' 시리즈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철거를 앞둔 동네를 기록한 이 사진들은 망각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기억의 매개체다. 그녀는 "이 이미지들을 마치 퍼즐 조각처럼, 겹겹이 쌓인 역사의 지층처럼 언덕 형태로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하며 사라져가는 공간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Bogwang-dong, Chronologie d’un effacement (Installation View)  NikonD610 / Hahnemühle Glossy FineArt FineArt Baryta 325 gsm / 2025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Bogwang-dong, Chronologie d’un effacement (Installation View)  NikonD610 / Hahnemühle Glossy FineArt FineArt Baryta 325 gsm / 2025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결국 그녀의 작품들은 '덧없는 순간'에 대한 깊은 매혹에서 출발한다. "한국을 관통하는 '영구적인 변화'에 깊이 매료되어 있습니다. 거의 집착에 가깝죠. 프랑스에서는 과거가 보존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가 어지러운 속도로 과거를 지웁니다. 그래서 저는 사라지기 전에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 기록해야 한다는 '긴급함'을 느낍니다."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사진제공 : 케이리즈갤러리)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길을 찾다

사진작가이자 모션 디자이너, 때로는 문화 기획자로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그녀는 과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제 프로필이 너무 다양해서 특정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종종 콤플렉스를 느꼈습니다. 사진, 비디오, 아카이브, 3D, 리터칭... 저는 많은 다른 분야를 탐구했고, 사람들은 종종 제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이것이 강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술에는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작품에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투영하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연한 만남과 스쳐 가는 풍경 속에서 예술의 마법을 길어 올리는 작가 잔느 듀브레송. 그녀가 앞으로 또 어떤 우연을 만나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그 미래가 기대된다.

잔느 듀브레송(Jeanne Dubresson, 28)의 국내 첫 개인전 <HASARD>은 케이리즈갤러리에서 7월 19일까지 열린다.

 

HASARD (우연) - Voluntary Accident
잔느 듀브레송 (Jeanne Dubresson) 개인전


2025년 6월 19일 (목) – 2025년 7월 19일 (토)
케이리즈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84길 10, B1
전시문의 : 02.517.6835 / gallerykliz@gmail.com
www.kliz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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