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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비밀스러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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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미지의 섬', SINN 展 | 2023.11.08~11.30 | 금산갤러리

SINN, , 2023, scratched and painted on aluminium Indian, 240×200㎝
SINN, , 2023, scratched and painted on aluminium Indian, 240×200㎝

이번 《비밀의 정원, 미지의 섬》의 출발은 2008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 SINN은 지중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섬들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관계 맺은 특별한 자연과 함께한 경험을 작품으로 펼쳐낸다. 그녀는 천혜의 자연을 누리며 반문명적인 환경에서 이전 대도시에서의 생활과 완전히 격리된 ‘아름다운 감옥’을 경험하게 된다. 예컨대, ‘지중해의 아침 빛과 공기’, ‘한낮 햇빛을 가득 끌어안은 자연의 색’, ‘은하수로 연결된 별 하늘길이 무수히 열렸던 밤’ 등. 이처럼 평범한 것 같지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에서 일상으로 복귀한 작가는 그 비밀스러운 정원 같은 곳을 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중해 섬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내면에 잠재된 ‘자아의 색과 리듬’을 회복할 수 있었고, 마침내 시간이 정지된 듯 비밀을 간직한 섬에서의 일상은 동화 같은 이야기로 재탄생하게 된다. 대자연과 함께한 작가의 실제 경험 위에 세워진 입체적인 이야기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의 출발은 현실이 아닌 작가의 실제 꿈에서 기인한 상상으로 시작된다.

작가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작품의 명제로 등장하는 ‘CASA HILLI’는 그녀가 일상의 근거지인 베를린을 떠나 지중해 섬을 방문할 때마다 거주하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모두 ‘노이톨리버’라는 나무가 있는 정원과 이 ‘힐리의 집’ 주변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아울러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터키블루, 연둣빛, 포세이돈 블루 등의 다양한 푸른빛 색조는 모두 작가가 섬에서 지냈던 경험을 통해 체화한 빛깔임을 알 수 있다. 화면에서 유독 생명에 대한 메타포로서 바다와 잔잔한 물결, 무지갯빛 기둥과 물방울, 때론 빙산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환상을 품은 감성이 느껴지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NEUELAND, 2023, scratched and painted on aluminium Indian, 150 × 600 cm
NEUELAND, 2023, scratched and painted on aluminium Indian, 150 × 600 cm

SINN 작가는 베를린에서 유학 중에 수많은 고딕 양식 건축물을 접하면서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가 발산하는 다채로운 색감과 빛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유리에 투영되고 반사되는 빛의 잔상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게 된 것이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빛에 반응하는 물성에 관한 관심을 확장하여 알루미늄이라는 재료를 캔버스 대신 사용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작가는 입체적 설치 작품에서 다양한 금속을 다룬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알루미늄은 가볍고 유연하며 무엇보다 전성이 뛰어난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물성이 반복적인 스크레치 작업과 잉크의 물성을 잘 받아들여 작가가 구현하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주제를 한층 창의적인 단계로 이끌어 주었다고 보인다. 방향성이 제각기 다른 표면에 빛이 반사되고 또 굴절, 왜곡되는 무수한 형상은 마치 거대도시의 유리와 금속성의 빌딩 숲에 비친 현대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새겨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다양한 색감의 레이어와 빛이 만나 구현된 화면엔 “무지갯빛 비가 내리는 대지의 풍경” 같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다.

작가 SINN이 펼쳐 내는 빛과 색,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시간 터미널’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은 꿈과 현실, 음양(陰陽), 미추(美醜), 강약(强弱), 유무(有無) 같은 상대적인 측면과 대립적인 관계가 와해되고 서로를 품어 내는 곳이다. 이전 작업에서도 ‘삶의 숲’을 주제로 사회적 관계와 시간을 다룬 작가는 자연과 개체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작가는 알루미늄 표면에 투영된 빛과 색,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바라본다. 셀 수 없는 생채기를 품은 화면은 빛과 시간을 사유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그녀의 분신이 되어 일상을 대변하고 나아가 시대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창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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