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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와 성찰이 교차하는 공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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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방, 권인경 展 | 23.10.27~12.25 | 갤러리밈

A different memory, 2022, Chinese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69.3x66c~
A different memory, 2022, Chinese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69.3x66c~

 

권인경의 이번 전시는 그가 꾸준히 추구해 온 ‘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 준다. 도시의 전경에 펼쳐지는 다양한 형태의 방들, 사각의 틀에 존재하는 구획된 방들. 실내에 펼쳐진 방의 모습 등, 권인경은 이러한 방들의 모습을 이항 대립적구도보다는 내면적인 진술에 중점을 두고 보여 준다.

실내와 실외, 도시라는 전체와 방이라는 부분을 대립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더듬고 하나의 문맥을 다양하게 읽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원근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방들은 방이라는 한정된 의미를 넘어 열린 공간으로 우리 내면으로 다가온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 널려 있는 방들의 내부로 들어선다. 방 안은 나무와 화분, 가구들로 가득 차 있다. <서로 다른 기억들>과 <열린 창>에서는 열린 시선을 통해 안과 밖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방의 배치는 응시와 성찰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방들은 응시(凝視)의 눈으로 보면 허황하고 그저 단조로운 우리 일상의 방일 뿐이다. 그러나 성찰(省察)의 눈으로 보면 우리의 내면이 숨 쉬고 우리의 삶과 기억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권인경은 응시와 성찰을 구분하지 않는다. 시점을 고정된 것이 아닌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풍경을 쳐다보는 눈과 그 눈을 쳐다보는 눈은 서로 단절된 시선으로 분리하지 않고 교차하는 것으로, 기억을 통해 이질적인 것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 교차의 시선을 통해 대상과 삶의 또 다른 형태를 계속해서 모색한다.

권인경의 화면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보이지만, 단절보다는 내적인 동질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과 밖에서 보이는 다양한 방들은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공간이다.

이러한 방들은 작가의 상상 속에서 의인화되며, 그 안에 놓인 식물이나 탁자, 의자 등도 의인화 과정을 거쳐 무한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시간 속에서 구체화되고 작가의 따듯한 시선을 담는다. 이처럼 그의 방과 그 내부를 채우는 물건은 초월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의미의 시간에 존재한다. 따라서 권인경의 방은 ‘존재의 집’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방으로 들어서는 것에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허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잊힌 기억을 되살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도 우리에게 방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교차하는 시선을 우리에게 보여 줄 뿐이다. 그 시선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일 뿐이다.

[출처=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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