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인공은 거짓말쟁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현실에 기반했던 거짓말들이었다. 그가 거짓으로 꾸민 이야기들이 내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거짓말이 예술가들의 행위와 닮아 있어서였다. 나는 예술가들은 현실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선으로 사실에 붓질을 통해 별것 없는 것을 볼거리로 만든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은 평범했지만 자기가 만들어낸 과장들로 평범하지 않음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이런 내용과 닮은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 심봉민, 작가 노트, 2024년 심봉민1) –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 영화 <빅 피쉬> 중에서2) –
심봉민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팀 버튼의 영화 <빅 피쉬>(2004)를 든다. <빅 피쉬>는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를 잃고 만든 영화이다. 영화에서 아들 윌은 평생 결혼반지를 이용해 큰 물고기를 잡았다는 무용담을 평생 늘여놓는 이야기꾼 아버지는 못마땅했다. 그러나 결국 아들은 자신을 사랑해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빅 피쉬>의 아버지처럼 작가는 예술가가 태생적으로 거짓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얼핏 보기에는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앞에 멜빵 바지를 입고 강아지와 뛰노는 만화 속 장면 같은 <여름 끝 그리고 다롱이>(2021)를 작가는 자전적인 경험과 연결한다.
실제로 심봉민의 <정원사> 시리즈는 실재와 허구의 복합체이다. 자신이 어렸을 적 경험한 풍경, 풍경에 대한 느낌과 기억, 성장하면서 보았던 영화 속 풍경과 겹치는 자전적인 자연 풍경, 화가로서 특히 동양화가로서 오랜 풍경화의 전통을 답습하고 연습하면서 체화된 풍경 등, 다양한 층위가 혼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가는 <정원의 틈을 보는 아이>나 <정원 틈으로 날아온 친구들>(2022)의 한 가운데 거울 이미지를 삽입한다. 거울의 표면에는 리얼리티가 그대로 반영되지만, 이미지 자체의 좌우는 바뀐다. 흡사 현상학자 메를로-퐁티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간의 눈이 그것이 속한 신체를 보지 못하듯이 자신 편의 리얼리티를 동시에 볼 수 없다. 좌우가 바뀌는 거울 이미지는 인간의 감각적 경험이 처한 한계상황을 보여준다.3) 다시 말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리얼리티에 대하여 거리감을 두고 관찰하고자 할 때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밖에 없다. 자신을 비추려는 시도의 결과는 매번 왜곡되고 거울 위에 비친 이미지는 낯설게 보인다.
심봉민의 복합적인 리얼리즘은 세부적인 표현에서도 모순된다. 작가가 좋아하는 <빅 피쉬>의 유명한 프러포즈 장면을 연상시키듯 심봉민의 그림에는 빛이 그득하다. 빛이 어느 한 측면에서 들어와서 반대편에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화면의 뒤쪽에서부터 빛이 번지는 모양새이다. 이 때문에 <5월의 산책>이나 <말을 거는 정원> 등에서 환상적인 장면이 과연 국내의 풍경인지 갸우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서양의 목조 건물을 연상시키는 매우 단순한 형태의 집(그러나 아파트의 동수가 표시된) 근처로 멜빵바지를 입은 어린이와 강아지가 쫓아다닌다. 이에 대해서 한 비평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여자 주인공을 언급한다. 이처럼 대안적 리얼리티를 찾아다니고 현실과 다른 세계를 잇는 구멍을 통해서 앨리스에 비견될 만큼 심봉민의 풍경은 ‘다른 세상’에 속한 것과 같이 보인다.
심봉민의 정원사 전시에는 서구의 명산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장면이 한편에 위치하고 또 다른 한편에는 작가가 나고 자란 강원도의 산과 호수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존재한다. 여름과 가을에 꽃이 만발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계절의 풍경 시리즈와 함께 겨울의 눈, 소양강댐,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음지 속 ‘차가운’ 풍경 시리즈가 존재한다. <정원의 틈을 보는 아이>에서 푸른 바다, 차가운 느낌의 바라는 그가 어렸을 때 자라고 난 강원도의 소양호를 둘러싼 풍경이다. 그는 무척 오랫동안 강원도 산맥에 둘러싸여서 살았기 때문에 그곳이 춥다고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즉 그의 그림은 풍경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보다는 왜곡되었을 수는 있으나 매우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 근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