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조선 시대 서민들이 향유했던 그림이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한 민화는 백성들이 오랜 세월 살아오는 동안 이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 사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송진석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송진석 작가는 전통 민화의 맥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민화를 선보이며 화단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본지에서는 탑(塔)을 소재로 한 그림에 많은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낸 송진석 작가를 인터뷰했다.
송진석 작가_ 無意識, 60.6X72.7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1
송진석 작가가 그리는 탑은 기존 탑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원래 탑은 종교적 색채가 짙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탑은 불교적 의미의 탑이라기보다는 현세구복(現世求福)을 염원하는 ‘공덕탑’으로 기능한다. 송진석 작가가 줄기차게 캔버스 위에 탑을 정성스레 세우는 이유다. 또한, 그는 현대적인 색감을 통해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석탑을 따뜻하게 탈바꿈시킨 것은 물론 종이가 아닌 캔버스로 작업하는 등 전통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송진석 작가
이렇듯 석탑이라는 소재로 복을 기원하고 또 발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송진석 작가는 2019년 제1회 개인전 <낮은 곳에서 바라보다>를 시작으로 총 4회 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했으며, 이외에도 다수 초대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또 제18회 갑오동학 미술대전 장려상을 비롯해 제8회 대한민국민화미술대전 우수상, 제4회 설촌창작연구회 장학상, 2022년 스포츠서울 기업&브랜드 대상 등을 받으며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송 작가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민화과 석사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경희대 교육대학원 전문교육자과정 관화/민화실기 전임교수,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겸임교수 등을 맡으며 후학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진석 작가_ 感應Ⅰ, 200X200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1
틈, 72.7X60.6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1
초대개인전 <玄 별헤는 塔> 성황리 개최
송진석 작가는 지난 10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에서 초대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玄 별헤는 塔’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송진석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그 의미를 더했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법한 ‘탑’을 소재로 한 민화 30여 점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송진석 작가_ 霧中2, 91X91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1
溫氣2, 72.7X72.7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2
“저는 한마디로 탑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제가 그리는 탑은 실제 풍경인 운주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형적인 석가모니 석탑이 아니라 조금 더 재미있는 석탑이 많아 저에게 조형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계속 공부하다 보니 석탑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인간의 발원이나 소원들이 집약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산을 갈 때 흔히 볼 수 있는 돌탑들도 이와 같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저도 석탑을 그리면서 제 작품을 감상하시는 분들이 부디 만사형통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송진석 작가 _무중 blue, 45X45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2
무중 yellow, 45X45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2
<玄 별헤는 塔> 전시는 그야말로 그의 작품세계와 예술철학이 응집된결과물을 볼 수 있던 자리였다는 평이다. 송진석 작가는 <玄 별헤는 塔> 전시에서 석탑이라는 물상으로 ‘형상 밖 형상’을 표출했다. 즉, 탑을 ‘형상 밖의 형상’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무의식 속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 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玄(검을 현)’이다. 그는 심오한 무의식 공간을 표현하는 바탕색으로 다름 아닌 玄을 선택했으며, 이는 모든 색이 섞여 검어진 색으로 ‘黑(흑)’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러한 바탕색 위에 점과 번짐을 혼용한 조형 기법으로 탑을 세운 송진석 작가는 자아를 찾는 여정의 길라잡이가 되는 석탑, 또 그 너머 찬란한 별 무리를 헤며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해내기를 작품으로 말하는 듯 보였다.
송진석 작가_ 숨, 91X91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2
무중 red, 45X45cm, 캔버스, 아크릴, 혼합재료, 2022
민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한 시점
“저는 민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은 민화를 비전문적인 영역이라며 폄하하곤 합니다. 하지만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처음으로 민화과가 설립된 만큼 이제는 민화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민화는 미개척분야가 너무 많습니다. 한국 미술사에서 빠진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화는 19세기 생활의 일부분으로 장식요소로 자리했습니다. 위로는 궁궐에서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유한 민속 문화입니다.한국 미술사에서 배제된 민화를 재조명하는 일은 잃어버린 역사의 한 조각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민화가 거듭나길 바라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민화가 현재 기반이 너무 약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송진석 작가의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빠르게 지나갈 듯하다. 올해에만 3번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 재해석을 멈추지 않는 그는 식물이나 풍경이 아닌 생명체가 들어간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다음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안에 박사 논문을 마무리해 박사 졸업을 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힌 송진석 작가. 2023년에는 그의 소망도, 송진석 작가의 그림을 마주한 많은 이들의 소원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