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위 시민들’은 다원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쫓는지도 모른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소재로 했다. 정체성과 개성을 잃어가며 똑같은 얼굴 똑같은 표정으로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인이 현대사회의 소산인 빌딩 위에 서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각각의 인물은 빨간색의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아이템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이자 삶의 중심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가장 소중하며 자신이 중시하는 것만 있으면 된다는 현대인들의 단상을 담고 있다. 그들이 좇는 것은 그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나 문명으로부터 생겨나고 교육받은 무언가에 집착한다. 인간은 문명을 만들고 문명은 인간을 만든다. 현대사회의 이 대립적 구조 안에서 문명과 과학의 발전에 뒤따른 인간의 이념과 가치관의 갈등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 배병희는 전북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독일 알라누스 예술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시대정신, 전북현대조각회, Musterkollektion(독일), Blickwechsel(독일), Steinskulptur(노르웨이)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 및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작가는 7년에 걸친 독일 유학생활을 보냈다. ‘빌딩 위 시민들’은 독일에서 겪은 낯선 감성과 귀국 후 변화된 한국사회에서 겪은 감정들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다원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쫓는지도 모른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일에 쫓겨 자신들의 정체성과 개성을 잃고 똑같은 얼굴들과 표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얼굴이 없는 것과 다름없이 보인다. 현대인들이 이 사회의 소산인‘빌딩’위에 고독히 서 있는 모습을 다양한 형태의 나무 조각으로 조각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하였다.
묘사를 절제하고 감정에 충실하며 느낌으로 끌질한 작품들은 빌딩과 인체를 나무 한 덩어리로 표현하고, 나무의 무늬와 갈라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그것은 결국 문명과 인간의 자연스럽지만 뗄 수 없는 관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영상작품들은 같은 주제로 현대무용가의 몸짓을 담아낸다. 분주하지만 획일화된 현대인의 자아정체성을 무용가의 빠르고 반복적인 혹은 정적이고 느린 퍼포먼스 영상으로 표현하였다.
작가는 현대인의 허위의식 즉 자신의 존재가 현실로부터 떨어져 있어 현실과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가가 바라본 현실은 낯선 외로움, 쓸쓸함 등 여러 감정들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마비된 도시인 것이다. 정신 가치를 상실하고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집단의 구성원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