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침묵의 땅’ 이라는 주제로 사진에 가까운 유화기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문인환의 회화전이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갯벌과 하늘은 그 색상과 느낌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지만 특히 ‘침묵’이라는 단어와 ‘땅’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갯벌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침묵’은 ‘말’의 하나의 존재양식으로서 사람들이 어떤 사항에 대해 타자를 향해 정확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며, 침묵하는 자는 끝없이 이야기하는 자보다도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다. 또한 ‘침묵’은 하이데거 철학 사유 전체의 기반이기도 할 정도로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크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갯벌을 감상하며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자리에 회색빛 흙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 벌판과 같은 외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과 그 역할들을, 그리고 그런 갯벌들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그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한 작가의 무한한 노력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갯벌은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곳이자 대부분의 어류 및 무척추동물의 산란장이며 생육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종류의 물새와 조류들도 먹이와 휴식, 산란과 번식의 장소로 갯벌을 이용하는데 그 무엇보다도 갯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물에서 흘러드는 오염 물질을 걸러 내어 바다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 자연정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갯벌이 바다의 종착지이지만 정화를 통해 또 다른 시작이 반복되는 것을 생각할 때 작가는 갯벌 안에서의 모든 것들이 정화되어 소생하는 것처럼 그 안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메시지와 동기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갯벌의 속성과도 같이 묵묵히 그려낸 자신의 그림들이 보는 이들에게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그 소중함이 간접적으로 전달되어 어떤 치유의 힘이 되길 바랄 수도 있겠다. ‘One's Reason for Being은 매순간 자연의 대상들을 바라보며 사유했을 작가 문인환의 삶과 정신에 주목하고 자연과 인간의 존재와 그 이유에 대해 성찰하며 기획하게 된 전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만화가를 꿈꾸다 그림에 빠져 영남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황토길, 논길, 산길을 그려오던 작가 문인환은 3회 개인전 이후 작가로서의 물음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서 하늘 아래 넓게 펼쳐져있는 갯벌을 발견한다. 순간 작가는 갯벌이라는 존재의 내면을 응시하게 되고 감추어진 것들 안에 깃들어 있는 생명의 힘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후 강화도 동막 갯벌을 시작으로 서해안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며 ‘침묵의 땅’이라는 주제로 갯벌을 그리기 시작한다. 작가가 인간이란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된 시점 또한 이 때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햇살이 구름 사이로 비치고, 먼 지평선에 길게 뻗어있는 갯벌사이로 물길이 보였다. 군데군데 놓인 돌덩어리들과 얽혀진 진흙들이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일 수가..., 물위에 투영된 모습의 반짝이는 갯벌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져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오랜 시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 작가노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