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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적 표현의지에 의한 필연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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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記憶)에서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억 속으로 몰입(沒入)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남기고 간 모티브의 형해(形骸)처럼, 시간성 속에서의 잔여적(殘餘的)인 존재를 굳이 고집하려 하는 그림들이 있다. 바로 그것이 요즈음의 許桂가 보여주는 그림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그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모티브는 그러나 단지 표현의 수단일 뿐, 그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색채(色彩)를 통한 감정(感情)의 조형적인 전달 바로 그것인 것이다.

파괴(破壞)와 생략(省略)을 통한 침체된 바탕 위에 색을 타고 나타난 활발한 포름(Form)은 전체를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혼연일체(渾然一體)의 분위기로 휘돌아 가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여울어지는 풍부한 색채의 리듬은 다양하고 세련(洗鍊)된 색채감각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 작가의 경우, 그것은 거의 타고난 감성(感性)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런 점은 하늘에 뜬 붕어와 같은 소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친근하고도 자유로운 마음의 표현을 통해서 사물(事物)에 대해 잊어버렸던 즐거움마저 되찾게 해준다. 

최근 2~3년 이래로 이 작가는 그동안 그려왔던 추상회화(抽象繪畵)에서 구상(具象)의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단순한 구상화로 정착하기에는 여러 유동적인 가능성을 띠고 있다고 보겠다.

그것은 단지 상념(想念)의 세계, 심상(心想)의 세계, 또는 기억의 세계를 그려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들이 그의 조형적인 표현의지(表現意志)에 대한 필연적(必然的)인 자극제(刺戟劑)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에 하나의 방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그것은 화면에 공허(空虛)한 공간을 넓게 둠으로써 정신적(精神的)인 회화공간(繪畵空間)을 설정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畵家 許桂는 그의 그런 그림의 배경을 통해서 배경과 모티브, 공간과 포름의 새로운 어울림이 차분히 세련된 색채를 따라 새로운 조형에의 가능성을 전개시키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추상(抽象)이나 사실(寫實) 이상의 조형적인 설득력(說得力)을 지니는 것을 뜻한다.

글. 박래경 미술평론가 (출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편집자 주 : 미술평론은 독자들에게 미술 작품 이해도를 높이고 정보 전달을 위해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제공하며 저작권은 평론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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