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자신의 저서 <장인>에서 ‘우리는 만듦으로써 생각하고 생각함으로써 만든다’라고 언급했다. ‘장인’이라는 숙련된 기술자의 만듦새에 깃든 특별함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만드는 손이 반드시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어떠한 경지에 오를 수 없음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 만들기가 수준 높은 완성도와 함께 사유하기를 요구하는 예술표현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김최미 작가의 작품 Cabinet은 2020부터 연속적으로 다루어진 작품으로 작가는 초기 작업인 아티스트북에서 사진, 영상,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적 시도를 해왔다. 작품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맥락은 ‘만드는 것’에 있으며, 서랍이라고 불리는 Cabinet 안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물건들은 작가 자신-남편-불특정 대상인 시민-가족으로 Cabinet을 소유한 대상을 바꿔가며 이야기 하고, 서랍속 물건인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외형적 힘과 함께 경계를 흐리는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작가는 Cabinet 을 여는 순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자신의 삶 혹은 타인의 삶과 일시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물건-사람-기억과 같이 여럿을 연결한다.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호기심은 이미 아는 것, 익숙한 것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그간 간과했던 혹은 회피했던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게 하며, 우리가 서있는 현실을 인식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모으고 읽기를 넘어선 행위로 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서랍 속에 인생이 담겨있고, 그걸 바라보는 나와 상대, 오브제 사이를 흐르는 묘한 긴장감’속에서 감각되는 무언가를 꺼내 포개어 본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아티스트북에서는 그런 표현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며, 이 감각적인 표현들의 개입으로 작가는 Cabinet 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Cabinet은 자신이 발견한 세계를 열어 의미적으로 특수성을 부여하고, 다시 닫으며 그 세계를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모습의 간격을 좁히며 공간과 이미지를 새롭게 사유해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