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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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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수, 텅빈 충만Pigment Inkjet Print, 27.9x35.6cm, 2010
▲ ⓒ김덕수, 텅빈 충만Pigment Inkjet Print, 27.9x35.6cm, 2010

등대에서 거친 파도소리를 들으며 기다림을 연습한다. 해를 기다리고 달을 기다리고 붉은 노을을 기다린다. 7 번 국도 바다가 보이는 영덕과 강구에서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기억은 빛 바랜 사진처럼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풋풋했던 추억은 사각 프레임에 한 마리 푸른 고래가 되어 여전히 바다를 떠돌고 있다.

작은 물 한 방울이 모이고 모인 수많은 지류가 강에서 만나 흐르고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 그 모습이 경이롭다 못해 장엄하지 않은가. 그 바다가 홀연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느끼거나 만나지 못했던 생경한 바다의 모습에 매료되어 바다에게 말을 걸고 편지를 띄우며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 준 바다 몰래 슬쩍슬쩍 필름에 옮겨 넣었다.

내 마음에서 바다를 한 번도 떠나 본적이 없다. 내가 바라본 바다를 통해 보고 느낀 진솔한 감정, 고요와 평온에서 얻은 쓸쓸한 고독, 심연(深淵)의 바다가 묵직하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했던 담아낸 연애의 결과를 수줍은 심정으로 선보인다.

비록 화려하지 않은 단순한 흑백의 낯선 풍경이지만 은은한 질감과 절제된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고 사유와 치유라는 선물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

저 작은 공간에서 주는 애틋한 그리움이 우리들 마음에 한 편의 수묵화(水墨畵)로 남아있다면 장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모자람이 지나침보다 낫다’는 ‘텅/빈/충/만’을 느끼면서 바다 혼자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바다는 하루를 여는 아침도 좋지만 하루를 닫는 저녁도 좋다. 세상 모든 것들과 화해하고 용서를 구하는 바다를 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바닷가 일기장을 꼭 쥐고서.

글. 김덕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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