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서 거친 파도소리를 들으며 기다림을 연습한다. 해를 기다리고 달을 기다리고 붉은 노을을 기다린다. 7 번 국도 바다가 보이는 영덕과 강구에서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기억은 빛 바랜 사진처럼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풋풋했던 추억은 사각 프레임에 한 마리 푸른 고래가 되어 여전히 바다를 떠돌고 있다.
작은 물 한 방울이 모이고 모인 수많은 지류가 강에서 만나 흐르고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 그 모습이 경이롭다 못해 장엄하지 않은가. 그 바다가 홀연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느끼거나 만나지 못했던 생경한 바다의 모습에 매료되어 바다에게 말을 걸고 편지를 띄우며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 준 바다 몰래 슬쩍슬쩍 필름에 옮겨 넣었다.
내 마음에서 바다를 한 번도 떠나 본적이 없다. 내가 바라본 바다를 통해 보고 느낀 진솔한 감정, 고요와 평온에서 얻은 쓸쓸한 고독, 심연(深淵)의 바다가 묵직하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했던 담아낸 연애의 결과를 수줍은 심정으로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