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심시대에서 인간 중심시대로의 변화는 오직 인간만의 힘으로 세계의 변혁과 번영을 꿈꾸게 했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고 정복하고자 한 인간의 열망은 과학기술이라는 미명 아래에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로의 도래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인간이 발명한 컴퓨터라는 기계장치 그리고 인터넷은 인간에게 초일류적이고 초인적인 힘에 대한 기대를 불어넣었다. 인터넷을 통해 인간은 이 세계 너머에 녹슬거나 쇠락하지 않을 것만 같은 하나의 영역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거대하고 강고해 보이는 영역은 인간에게 굉장한 쾌감을 선사하면서 그 영역 내부에 있는 치밀하고 교묘한 감시망과 왜곡과 몰가치성으로 인한 윤리관의 변질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최규연은 정보사회의 일면인 블랙 미러를 연구한다. 블랙 미러를 “둔탁한 반사광”이라는 조형언어로 조망하며 시각예술에 기반한 철학적인 사유로 해석해 나간다. 작가에 따르면 현대 정보화 사회의 개인은 정보기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주체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보다는 정보사회의 촘촘한 망에 손과 발이 묶이고 시야가 가려지는 수동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은 항상 체스판 위의 말처럼 세상을 계산하는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조종과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자본이 권력이 되는 이 세상 특히나 온라인 콘텐츠가 재화가 되어버린 시대라는 블랙 미러에 갇혀 버리게 된 셈일지도 모른다. 블랙 미러적인 시대에 갇힌 인간은 그저 재화의 기본 단위로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인본주의적인 사고는 차치하고서라도 자연과 기계론적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며 당당하고 명석하다 자부하던 인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다. 더욱 은밀하고 영악하며 조밀해져 가는 정보의 권력구조에 의해 인간은 최소한의 자본 단위로서 계속적으로 쪼개지고 희생되어 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