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는 인체의 상반신이 압도적인 크기로 놓여있다. 인물은 흑과 백의 바둑돌을 연상하게 한다. 검은 몸과 흰색 머리를 한 인물의 색채와 표면의 적당한 광택과 부드러움이 그렇다. 바둑 기사가 시합을 진행 중일 때의 고요함, 어떤 긴장감으로 꽉 찬 그런 고요함이 전시장 전체를 휘감는다. 이 작품의 제목은 <고요하고 고요한 serene silence>이다. 또 다른 분위기의 인물상이 있다. 울트라마린 계열의 푸른색 몸에 날개를 지닌 사람이 앉아있다. 검은 몸의 사람보다 훨씬 빛나는 광택이 감도는 이 사람도 실재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졌다. <고요한 공기 Serene air>이다.
조각 높이가 2m를 넘나드는 사람의 형상들이기에 관람자는 그림을 감상하듯 한편에서 저편의 어떤 것을 바라본다기보다 작품 사이를 거닐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풍경 속에 들어가게 된다. 변대용 작가(1972~)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다. 초기부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개인전만 30회 넘게 진행하였다. 그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스케일이 큰 조각 설치작품이기에 얼마나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작업해왔는지 이력만 보아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그의 작품의 맥락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개인전 <변대용의 꿈에 의한 개인전, 2000>에서부터 <장화신은 두루미와 아이스크림 먹는 백곰, 2009>, <호기심 많은 인어, 2009>, <당신의 위로와 위안, 2012>,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행, 2013>등에서 유추할 수 있는데 그는 미술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친근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력적이고 편안한 이미지는 작가만의 창의적인 변형과 맥락 바꾸기 등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들을 탄생시킨다. 아이스크림 먹는 백곰, 인어공주, 마이클 잭슨, 미키마우스 등이 진짜 그의 이야기를 위해 빌린 이미지들이었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편견에 관한 것이거나 사회현상과 기후변화까지 아울렀다. 그런데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에서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작품 제목에는 silence단어로도 모자라 serene이라는 단어를 겹쳐 표기하였다. 이야기를 멈춘 이야기꾼이 이야기 대신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짐짓 짐작이 간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한 작품을 제작하기 직전에 도심에서 한적한 외곽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새 작업실에서는 이전에 비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은 작가가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변대용 작가는 깊은 생각의 끝에 다다른 경험을 작품으로 펼쳐보였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귀여운 캐릭터와 다양한 색채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지만 이번 전시는 무채색과 푸른색, 동세가 없는 인물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