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s> 이해강 Haekang Lee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지거나 하나가 되는 과정에는 많은 외부 요인들이 개입된다. 하나이되 각자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원래의 것은 변형되고 전혀 다른 무엇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흔적은 남겨진다. 그래서 어떤 부분의 존재감을 남길 것이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형태와 색, 그리고 선의 어디를 남길 것인지, 또는 제거할 것인지, 겹칠 것인지, 분리할 것인지 등등. 이해강은 두 개의 개체, 즉 ‘듀오’를 하나의 표면 위로 혼합하는 과정을 드러내기 위하여 애니메이션 제작에서의 모핑(mopping) 기법을 캔버스 화면 위에서 응용해왔다. 거리에서 그래피티 활동을 해 왔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는 스프레이 페인팅 기법을 활용한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그에게 가장 익숙했던 스프레이 페인팅과 문자의 이미지화 및 변형 등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며 독자적인 회화 형식을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본명을 숨기고 활동해야 하는 그래피티 활동 영역에서 그의 활동명은 꽤 알려져 있다. 그래피티는 일종의 영역 확장의 행위이다. 자신의 표식을 남기기 위한 이미지를 공공기물에 남김으로써 존재감을 확장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을 행한다. 그래서 그 이미지에는 그리는 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호 이외에는 서사나 의미를 담지 않는다. 이에 이해강은 늘 아쉬웠고, 자신의 이미지에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자 회화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회화를 시작하는 순간 숨겨왔어야 했던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고, 이미지를 통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피티 활동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이해강 작가가 디자인의 문법을 더욱 털어버리기 위하여 선택한 이번 전시에서의 그리기 방법은 많은 부분 그래피티로부터 차용한다. 그것은 작가도 인정했듯 그래피티 영역 활동가들과 전통 회화 작가들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그의 방식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8년 ‘어쩌다 갤러리2’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화작가로서의 방법론과 태도를 보여주었다. 두 명 혹은 두 개의 개체가 하나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내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졌듯 그의 첫 개인전에서도 두 개의 단위가 변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끄집어내어 화면에 그렸다.
2019년 개인전이 열린 갤러리2에서는 12개의 띠에 해당하는 동물 간 변화를 보여주는 총 33점의 그림이 한 벽면에 설치되었다. 2018년 처음으로 캔버스 화면위로 시도해보는 유화가 어우러지는 방법은 각 개체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형태를 조합하는 과정은 1+1=2가 되는 공식에 충실한 듯 보였으며, 이로 인하여 두 개의 개체가 각자의 모습을 상호 동등하게 삭제와 변형을 주고받았다.
이처럼 이해강은 ‘경계’ 개념에 성실한 도상을 드러냈고, 이는 애니메이션 속 어느 한 장면을 캡쳐한 듯 선명한 선과 색으로 구성된 화면을 만들어냈다.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계산에 의해 면의 구성을 배분한 화면은 이해강 작가의 전공이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이해강은 특유의 캐릭터 이미지와 드로잉 스타일로 애니메이션 및 일러스트를 제작, 음악, 상품 디자인 등 타 장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선보이기도 하였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2021년 11월 17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린 이해강 작가의 개인전제목은 <M&M's>이다. 그가 추구하는 화면 구성은 두 종류의 캐릭터를 하나로 결합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특히 이번 전시의 제목에서도 그 의도를 담고 있다. 전시 제목이자 초콜릿 이름인 m&m's 봉지 속에는 하나의 맛이지만 다양한 색채를 띤 초콜릿들로 채워져 있다. 좋아하는 맛이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색상별로 하나씩 먹어보지만 이내 모두 같은 맛이라 결국은 좋아하는 색상을 찾아보게 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과자의 이름이 전시의 제목으로 사용됨으로써 다수의 개체가 하나로 수렴되는 이미지의 변모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상징적으로 은유한다. 이는 이해강이 그간 작업해 온 다양한 장르와 영역이 캔버스 위에서 하나로 읽히는 이미지로 구현된다는 점,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이라는 공간의 성격처럼 어떤 것이든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는 점과도 상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