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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톡] 스프레이 페인팅 작가 '이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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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윌링앤딜링
사진=윌링앤딜링

이해강 작가의 개인전 <M&M's>가 12월 5일 막을 내렸다. 아트톡 윌링앤딜링은 이해강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행은 김인선 큐레이터가 진행했다. 한국미술신문은 김인선 큐레이터와 이해강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김인선 : 이번 전시가 끝난 지 하루 됐는데, 저도 오늘 도록 글을 마무리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 <M&M’s> 이 전시가 어떤 전시였는지도 새롭게 정리해보고 있어요. 다음 전시도 기대도 되고, 이번 전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했는데, 이해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해강이라는 창작자로서의 활동 배경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은데, 작가님 이력이 독특하다고 합니다. 물론 현대 미술에 있어서 많은 작가들이 여러가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특히 이해강 작가님의 백그라운드가 이번 회화 전시하고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해강 : 저는 이해강이고요. 2009 년부터 그래피티를 했었고 지금은 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상업 활동들을 하고 있고요. 그러던 중에 4 년 전부터 회화 작업을 병행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 더 이상 그래피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해강 : 그래피티가 명확히 정해진 룰이라는 건 없을 수도 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룰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그래피티의 본질적인 부분들은 얼굴을 숨기고 본명도 숨기고 땅따먹기를 하듯이 범죄적인 맥락으로 자기의 이름을 거리에 새기면서 다니는 게 룰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인선 : 이름을 새긴다고 했는데, 범죄 행위이기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면 그 이름은 본명이 아닌 가짜 이름이겠네요.

이해강 : 태그 네임이라고 불러요. 거리에 이름을 새기는 걸 태깅이라고 하고, 저도 태그 네임이 있고 그것을 해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이유들로 얼굴을 드러냈고 더 열심히 얼굴을드러내는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제 그래피티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안 하고 있어요. 물론 저와 다른 측면으로 그래피티를 생각한다면 얼굴을 드러내고도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지향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인선 : 그래피티의 정신 내지는 활동영역에 대한 고유의 성격을 잘 따르는 그래피티 활동가였겠네요.

이해강 : 은근히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 부분이 제가 어려운 지점이었고 극복하고 싶은 지점이었는데, 저는 그냥 단순히 이름을 새기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내용적인 측면, 메시지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그 런 그림을 그리다 보니깐 제가 지향하는 것과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김인선 : 그러면 쉽게 이해한다면 그래피티 활동이란 건 어떤 서사를 담는 이미지가 아니라 표식을 위한 기호적인 행위 정도였다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이해강 : 제가 생각하기에는 좀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고 조금 더 스타일리쉬하게, 조금 더 위험하게 더 남들 눈에 띄는 곳에 하는 것이 그 것의 멋이었던 것 같고요. 물론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했잖아요. 예를 들면 요즘은 유투브에서 알려주는 훌륭한 방식도 있고 그래피티에서도 스타성을 지향하는 방식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 방향성은 그것과 조금 달랐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인선 : 그래피티를 2009 년부터 하시고 2018 년부터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시작한 걸로 봐야겠죠. 그래서 제가 처음 작가님 작업을 봤을 때가 2018 년 어쩌다 갤러리 2 에서 개인전을 하셨을 때가 첫 개인전이었죠?
이해강 : 네. 맞아요.


김인선 : 아, 그전에 그래피티 형식으로 어떤 외국의 아트페어에서 부스를 장식했었던 것도 봤는데, 그걸 회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피티 같은 드로잉이었다고 해야할까요.
이해강 : 그때 제 마음은 회화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래피티 같은 느낌으로 보이지만 회화라고 생각을 하면서 진행했었어요.

김인선 : 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회화활동으로 뛰어 들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회화 스타일을 보면 바로 회화 얘기를 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회화에서 드러냈던 캐치하는 방식 자체가 애니메이션에서 두 개의 개체가 서로 혼합이 되면서 변화하는 그 단계의 어떤 한 장면을 따서 그린 것 같은 느낌도 들거든요. 작가님은 그걸 모핑(morphing)기법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해강 : 그래피티를 하던 중에 거기서 각자의 스타일의 종류가 있어요. 글자를 더 스타일리쉬하게 쓰는 방식이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를 새기고 다니는 것에 더 빠져있어서 캐릭터를 하나 창작을 해서 거리에 새기고 다녔었죠. 그러다가 군대에 가서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한 프레임씩 공을 들여서 만들다 보면 시간이 축적된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군대에서 오랜 시간 동안 A4 용지에 그렸던 게 첫 애니메이션 시작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게 만들기 시작했고요. 그 다음부터 그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면서 상업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2D 애니메이션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 2D 애니메이션 중에 제가 재미있어 하는 기법이 모핑(morphing)이에요. 모핑은 어떠한 사물에서 어떠한 사물로 변환시키는 기법인데, 모든 사물을 가져다가 놔도 다른 사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김인선 : 저도 작가님 애니메이션 작업을 여러 번 봤는데,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이해강 : 제가 좋아해서 그런지, 그런 것을 할 때 쾌감도 있고 그 속에서 디테일한 챌린지 느낌도 있어요. 제가 그것을 너무 즐기다 보니까 중간에 나오는 괴 형태들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어요. 그러다가 회화를 처음 시작하면서 이를 시각언어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장르들을 왔다 갔다 하는 경계자라는 맥락을 모핑에서 나오는 괴 형태의 그림으로서 표현하고 싶었죠.


김인선 : 말씀하신 애니메이션 상업 활동이라는 건 광고, 뮤직비디오 이런 거였어요. 이런 활동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보시면 많이 올라와 있거든요. 인스타그램 계정이 @hailhaillab 입니다.
이해강 : 그 계정은 제 입장에서는 개인 계정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걸 통해서 일들이 들어와요. 포트폴리오 느낌이죠.

김인선 :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하면서 두 장르 간에 본인이 정한 차이점, 차별화된 방식, 방법론은 뭐가 있을까요.
이해강 : 장르가 애니메이션, 그래피티, 일러스트 등을 장르라고 표현한다면 제가 상업 쪽으로 활동하는 장르와 회화 간 두 장르의 차이점,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일단 겉보기에는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느꼈어요. 조금 더 편안하게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 더 일러스트나 그래피티나 애니메이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김인선 : “편안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해강 : 네. 그리고 회화 같은 경우는 제가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뒤늦게 탐구하려고 하다 보니깐 회화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따로 습득해야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김인선 : 그래피티에서 담지 못했던 내용이나, 개념, 서사 이런 것들이 회화안에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루어지는 느낌으로 보셨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해강 : 최초에는 그런 식으로 봤고, 3, 4 년 정도 그림을 그려보니깐 회화에서도 직관적인 게 많다라는 걸 나중에 알았고 다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적인 면에서 방식 자체에 세련됨을 추구한다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김인선 : 아마 세련되다, 안 세련되다 그런 언어보다는 조금 더 회화적인 것에 대해 탐구를 하고 있는 태도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표현 방법이 회화만의 회화스럽게 만드는 방식이 있는구나 라고 작가님이 연구하고 탐색을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작업실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어떤 점에서 회화가 회화처럼 보일까요 물어보셔서 신선한 질문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른 장르에서 활동을 하셨으니까 그런 질문을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맥락도 그렇게 들리네요.
이해강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이건 저 스스로 이야기하기 위한 단어였고, 결국에는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클리셰적이지 않다라고 느꼈어요. 뻔하지는 않은..


김인선 : 전시 별로 이해강님의 작품을 볼 때 이번 전시 말고 이전 전시에서 강하게 느꼈던 지점이 있는데요. 두 개체가 섞이는 그 과정을 굉장히 뚜렷하게 보여주는 이미지의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게 경계를 중심으로 두 개의 이미지가 균일하게 일대일로 공평하게 섞여있는 순간의 느낌을 전달하는 이미지의 배분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반해서 이번 전시 <M&M’s>는 온전히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두 개가 섞였다기보다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고 회화 안에서 만들어졌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변화된 모습들이 많이 두드러진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이 작가가 회화적인 것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연구를 많이 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경계라는 의식을 여기에서는 굳이 했다기보다는 서로 섞여 들어가는, 물론 누구와 누구 이런 식으로 듀오라는 것을 다루기도 했지만 그 듀오 간에 서로 침범하고 섞여 들어가는 게 훨씬 더 적극적이고 개체에 대한 인식이 없어질 만큼 “회화적”으로 다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변화가 흥미로웠었고요. 그리고 많이 발전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해강 : 저는 일단 계속해서 회화, 그리고 어떤 현대미술 이야기 방식에 대해서 습득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발전을 하고 싶어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전 작업도 물론 좋아하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이전 작업들의 명료하게 떨어지는, 중간의 캐릭터를 캐치하는 방식 자체가 명료한 매커니즘, 제가 짜놓은 설계가 명료하게 떨어지는 느낌. 그 느낌이 설명적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태도가 디자이너 같은 느낌이나 정답을 향해가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근데 회화를 하는데 그런 태도가 맞는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했어요. 물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상업적인 활동을 할 때의 태도보다는 훨씬 더 다르면 하는 게 있었거든요. 명료하게 떨어지는 작업을 해서 정답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저의 방식이 좀 더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진행을 하다 보니 어떤 장르의 특성을 표면으로만 가지고 온다는 것 보다는 더 방식적이거나 원리적이거나 앞서 얘기했듯이 룰적인 부분을 적용시킨다거나 하는 장르들을 겪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존중을 하면서 두 가지 장르 전부 다 운용을 하는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그림에서의 형식적인 가장 큰 변화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중간, 경계에서 작업을 하는 저를 은유했던 이전 작업에서의 모호로비치 불연속면, 빠른년생, 빌런 그런 소재중심적으로 이 작업을 처음 진입했을 때 그렇게 찾은 소재가 듀오였죠.


김인선 : 그래서 갤러리 2 에서 보여줬던 게 빠른년생들의 띠들이 섞여 들어가는 그런 이미지들을 나열했었잖아요.
이해강 : 듀오라는 속성이 재미있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게 경계선을 듀오 바깥쪽으로 설정을 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듀오를 한 몸처럼 생각을 해줘요. 근데 이 듀오들끼리는 서로 치열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보는 것처럼 한 몸 같을 수도 있고 우열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서로 개인끼리 두기 시작하면 완전히 개개인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경계선에 대한 설정 값을 주제로 해서 소재를 듀오로 삼아서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작업을 진행하는 태도가 전이랑 똑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듀오가 있고, 듀오 두 개의 이미지를 섞고.. 근데 그런 방식으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 제 작업 방식이 굳어진다는 생각이 들고 표면적인 이미지 중심적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장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섞어보자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원리나 작동 방식 같은 걸 들고 와서 회화적인 방식으로 변환시켜서 작업을 해보기 시작했고요. 그런 방식이 예를 들면 그래피티의 획을, 그래피티는 글씨를 쓰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거든요. 글씨의 획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 애니메이션의 방식 중에서 모핑도 물론 쓰지만 이미지가 움직일 때의 어떤 획의 힘이나 흐름 같은 것들을 화면 안에서 회화적으로 만드는 방식 같은 것들을 화면에서 시도했습니다.


김인선 : <M&M’s>가 미국 초콜릿 이름이죠?
이해강 : 맞아요. 처음에는 듀오 이미지 중심적으로 해서 그 듀오가 뭔지를 찾아내는 식의 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씀을 드린 것처럼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 듀오의 이미지는 뒷전이고 그 친구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된 아리송한 이미지가 형상이 됐고 제가 생각하는 저에게 이 전시의 의미는 그런 어떤 형식적인 시도가 되어서 제목들을 이니셜로 바꿨거든요. 소재에 집중되지 않도록. 근데 그 이니셜로 바꾼 모양이 ○&○ 였어요. 제가 또 2019 년에 갤러리 2 에서의 전시 제목이 <Mashed
Potato>였어요. 음식 이름으로 전시 제목을 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했었는데, ‘M&M’s’ 라는 초콜릿이 ○&○ 형태를 가지고 있고 전시공간 이름도 윌링&딜링이고요. 이 초콜릿은 자세히 보면 캐릭터적이면서 제 그림처럼 서구적인 모습도 있고 그 형형색색인데, 먹어보면 그냥 초콜릿 맛인 거죠. 그런 어떤 성질들이 이번 전시에서 하는 내용적인 면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제목을 했고요. 여담이지만 제 후보중에서 윌링앤딜링에서 하니깐 딜링앤윌링으로 할까… 장난스런 워드플레이를 해볼까 했지만 자체 심사에서 탈락시켰죠.


김인선 : 윌링앤딜링은 기본적으로 많은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염원을 담은 이름이기도 해요. 무슨 얘기냐 하면 유통에 대한 연구나 실험적인 작품, 다양한 장르처럼 가리지는 않거든요. 그런 것들의 활동들이 여기서 잘 소화가 돼서 무슨 활동이든 가능한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인데, 이번 전시하고도 참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많아서 저한테도 의미가 있었던 전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전시에서 작가님의 활동 배경을 처음 얘기를 한 건 이 전시에서 드러난 많은 것들이 작가님이 애니메이션 활동을 하거나 그래피티 활동을 하면서 적용되는 많은 레퍼런스들이 보이기 때문에 온전한 회화작가로서 작품을 했지만 그런 배경들이 여기에 흡수가 되는, 아까 음식 얘기도 했지만, 잘 버무려져서 결과물이 잘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계’ 얘기 잠깐 해보자면 경계 라는 게 이때까지의 전시에서도 그렇고 많은 부분 키워드로 작동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도 그렇고 작품 하나 하나의 제목도 듀오 이름의 이니셜로, 물론 그 이니셜을 하나씩 해석하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어쨌든 듀오라는 걸 염두에 두고 그 듀오 간의 경계를 어떻게 넘나들 것인가 또는 어떻게 합칠 것이냐 또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시킬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가 있었던 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계를 본인은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계속 작가님의 활동 안에서 쭉 이어나갈 수 있는 맥락으로서 작동할 것인지 궁금해요.
이해강 : 저는 경계라는 것을 계속 드러내는 게 일종의 제발저림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다가 이번 전시를 하면서 솔직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피티를 하면 진짜 그래피티만 하는 제가 멋있게 생각하는 그런 분들의 활동 방식도 있고 진짜 애니메이터, 제가 진짜를 계속 덧붙이는 이유는 저는 그런 태도까지는 아닌 것 같거든요. 회화를 다룰 때에도 진짜 페인터, 그런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제가 그런 영역을 다 다루고 있지만 그거를 엄청 핵심적으로 깊이 있게 그것만 다루지 않는 제발저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스스로의 찔림 같은 거를 보완하기 위해서 나는 이런 것들을 잘 버무려서 이해도 있게 존중을 하는 배경을 두고 심층적으로 다원성을 다뤄 보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지요. 지금도 그 생각은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제가 활동을 이거 할 때에는 이렇게 유연하게 하고 저런 것 할 때는 유연하게 또 하고 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가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그런 생각하게 되었어요.


김인선 : 작품 안에서 경계를 의식했다면 작품 외 활동 간의 경계에 대해서 구분을 짓는 게 본인한테 더 자연스러워졌다 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회화라는 온전한 테두리 안에서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경계짓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그게 꼭 의식이 되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다음 전시에서는 경계라는 말이 빠질 수도 있겠네요? 구분을 다해봤으니까 굳이 찔리는 건 이제 없잖아요.
이해강 : 맞아요. 제가 작업하는 건 그런 형식적인 버무림의 시도는 계속 기본 형식으로 깔려지겠지만 제가 주제 삼아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 주제는 아니겠다 생각은 해요.


김인선 : 또 한 가지 궁금한 건 이런 전시 활동을 하면서 예를 들어서 애니메이션이 상업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그런 애니메이션 기법 자체도 파인아트 쪽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가져도 되잖아요.
이해강 : 그렇죠. 사실은 애니메이션을 제가 사용하는 것은 상업적 측면입니다. 애니메이션 독립 영화제처럼 애니메이션 자체를 작품으로 만드는 방식도 있고, 미술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형식으로 다루는 것도 있고요. 저도 그렇게 하길 희망하고, 미디어적인 시도도 1~2 년에 한 번 정도씩 저 스스로 거대 프로젝트처럼 진행해서 할 생각이 있어요.


김인선 :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이 회화 전시로만 구성하겠다고 해서 살짝 아쉬웠어요. 제가 워낙 애니메이션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재미난 애니메이션 작업들이 있었는데 회화 전시를 할 때 같이 들어오는 게 이해강 작가한테는 다른 얘기인가 싶었어요. 온전히 회화로만 하겠다고 선언을 하신 게 아쉬웠거든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강 : 맞아요. 이제 그렇게 하려고요. 이번 전시는 회화를 하는 걸 어정쩡하게 보여주진 않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김인선 : 애니메이션까지 들어오면 마치 회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추가 보충하는 느낌이었을까요.
이해강 : 네. 보조 같은 느낌. 그리고 저는 회화를 조금 더 진득하게 하는 사람 같은. 저 스스로한테도 이번에 회화를 진득하게 해봤어 이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저는 윌링앤딜링을 너무 좋아하고 여기서 하는 전시들이 좋은 작업들이 많이 보이다 보니까 제가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하게 된다면 진중한 회화에만 열심히 고민한 태도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어요.


김인선 : 이 얘기를 들으니깐 제가 얘기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에 아주 열심히 준비해 주신 걸 제가 알고 있고, 항상 감사한다는 점 알아주세요. 여러 얘기를 나눠봤는데, 지금 현대미술이라는 게 다원적인 활동이 너무나도 오픈되어 있고 아주 다양한 영역들이 미술이라는 시각 예술 안에서 소화되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는 장르에 대한 엄격함에 대해서는 느슨한 상황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해강 작가 같은 성향의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유입이 되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이기도 한데요. 한편 작가 스스로 회화라고 하는 엄격하게 보이기도 하는 장르 안에서 제대로 회화 작가로 비추어지고 싶어하는 그러한 태도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환경은 조성되어 있고, 본인이 더 엄격한 잣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긴 하지만, 그렇지만 이미 미술계는 열려있고 크게 힘들지 않게 진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이해강 : 저는 저한테 스스로 엄격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장르에 대한 오해가 있잖아요. 이제 그래피티 안하지만 예를 들기에 적절한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예를 들어서 스프레이로 거리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무조건 그래피티다 이런 느슨한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어짐이 저는 이게 정말 맞나 하면서 지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 알아서 그래피티는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한계를 설정지은 건데, 그런 사람 입장에서 그 장르가 다른 장르로 옮겨질 때 혹은 어떤 장르에서 장르 외적인 사람이 그 장르를 바라볼 때 느슨한 그 느낌을 제가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아는 선 안에서는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김인선 : 아마 그래피티를 잘 아니까 그걸 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이해강 : 그렇기 때문에 그 방식을, 일러스트의 방식, 애니메이션 방식들을 그대로 회화로 가져왔을 때 이것을 제가 가지고 와서 사람들에게 제가 회화하고 있어 라고 얘기할 수 있나 스스로의 엄격함이 있었던 거든요. 그런 것들이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요즘 엄청 다원성이 많아지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한다지만 전 그 경계가 존중을 바탕으로 해서 허물어지는 것과 그냥 안일한 사고의 형태로 버물어지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그냥 버무려도 된다 하더라도 저의 태도는 그런 태도는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김인선 : 얘기를 들어보면서 생각해보니까 저를 떠올려 봤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어느 디자이너들이 꾸민 전시를 보면서 디자인으로서 명확한 디자인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어설픈 설치처럼 보인다든지,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이걸 제대로 디자인으로서 보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죠. 아마 그걸 수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새로운 걸 시도하는 입장이었겠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했었고 특정 재료를 조금 더 연구하고 하지 이런 식으로 다뤄지면 안되는 재료인데 어설프게 다뤄지면 안타까움 같은 게 있었거든요. 비슷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전시 디스플레이가 독특하다는 자평과 외부의 평가도 들었는데, 저희 공간이 크지 않고 작은 공간인데, 거길 십분 활용해서 가지고 오신 모든 작품을 모든 벽에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고 이 덩어리가 마치 움직여서 공간을 계속 맴도는 느낌을 받았어요. 에너지의 덩어리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디스플레이 방식에서도 한편 그래피티의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작가님은 그래피티를 떠났다고 하지만 회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본인한테 가장 익숙하고 가장 제일 재미있게 했었던 어떤 것들이 여기에 적용이 됐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 그게 잘 어울리고요. 또 그러면서 몇 번 얘기하면서 나온 단어인데 ‘존중’, 그래피티라는 본인이 몸을 담았던, 지금은 떠났지만 그것에 대한 존중도 있고 회화라는
찐 회화에 인생을 걸고 하시는 많은 화가들에 대한 존중도 있다는 얘기들을 하셨어요. 이 전시 안에서 그런 것들이 작가만의 방식으로 잘 표현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해강 : 맞습니다. 저는 존중하기 때문에 그래피티를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상태에서 사실 모순이잖아요. 그리고 존중하기 때문에 회화에서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단순히 디스플레이가 그래피티적이었으면 좋겠다 라기보다는 제가 이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 그림에 대한 얘기를 했었을 때처럼 형식적인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변화 자체를 이번 작업에서 이야기하면 형식적인 시도를 한다는 것을 솔직하고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그림을 가져와서 내 그림에 대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모든 그림들을 빽빽이 거는 것을 생각했고 또한 윌링앤딜링이라는 공간이 문을 열었을 때 혹은 계단을 올라와서 문을 봤을 때 이 그림들이 쏟아지듯이 한번에 눈에 들어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기 때문에 이런 설치를 하게 된 건데요.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래피티같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게 관객 한 분은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때 화이트 큐브 바밍(white cube bombing) 이렇게 써서 올렸더라고요. 저는 그 게시물이 제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밍’이란게 그래피티에 있어서의 용어인데 어떤 공간에 불법적으로 점거를 한다, 셔터 혹은 기차 같은 데 자신의 그림을 불법적으로 새기고 도망을 치면 거기를 ‘바밍했다’라고 얘기하거든요. 화이트 큐브 바밍이란 게 재미있었던 게 화이트큐브 안에 제가 존중하는 그래피티적인 맥락들이 들어오게 되었을 때 그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말그대로 화이트 큐브를 점령해서 불법적으로 그래피티를 하고 간 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변환돼서 화이트 큐브에 들어왔다 이런 맥락으로 생각이 돼서 전 그 문장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김인선 : 이 공간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라는 의견이 저도 마음에 드네요. 저는 작가님들이 저희 공간에서 전시를 할 때 항상 공간의 느낌을 다르게 표현해 주는 게 재미있고 그걸 보고싶은 마음도 있고 항상 그랬던 입장으로서 이번 전시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가 이해강 작가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 전시를 많이 기대하게 하는 전시이기도 해요. 특히나 여기서 두 가지 타입을 말씀하셨는데, 명료한 이미지들이 보여지는 작업이 있기도 하고 아주 추상적으로 이미지가 뒤섞이고 움직이고 하는 것도 볼 수 있었고 선과 색이 과감하게 겹쳐지면서 밀도감이 확 만들어지는 이미지들도 볼 수 있었고 제목에서처럼 초컬릿 M&M’s 에서 다양한 색깔들을 골라서 먹다가 같은 맛인 줄 알게 되고, 같은 맛이구나 하면서 색깔을 찾아서 먹게 되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서 뭘 먹어야 할 지 결정하게 되는 것도 떠올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많은 즐거움과 감흥을 줬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잠깐 말씀해 주시면서 마무리 하죠.
이해강 : 그리고 싶은 내용을 좀 더 담백하게 그려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는 저라는 사람이 어떤 형식을 만들어가는가에 집중을 했던 근 몇 년, 물론 그러한 시도는 계속 되겠지만 이번 전시는 완전히 그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그렸고 꽉 채워 전시했고 전시하고 싶었던 윌링앤딜링에 와서 김인선 대표님과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이제는 그리고 싶은 걸 그려 봐야지 하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렇게 할 생각이고요. 기대를 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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