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전시 <Purr Purr Purring>은 2019년부터 이준영이 붙잡고 있던 생각들을 풀어낸 두 번째 개인전이다. 공식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작업을 선보이는 시간까지 어떤 이에게는 수월하게 그 기회들이 찾아올 수 있으나 기회 혹은 마음의 준비와 같은 시간이 더 필요한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각종 공모 지원 사업과 예산,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지 주저하는 시간 안에서 갑작스레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이준영은 미술계에 진입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보편적인 과정에 대한 어려움과 회의감 속에서 현실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실에 쌓여만 가는 작업들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작업이 어떤 식으로든 소비되는 방식을 염두하기 시작했다. 관객이 존재하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출발한 이번 연작은 기능하고 있지 않았던 자신의 작업이 어느 날 지인 고양이의 캣타워로 전환된 경험에 주목하게 되면서 작품과 관객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작가의 우연한 경험에 기반한다. 이전까지 사회, 정치적 언어의 작업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작업을 관람하는 관객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고양이의 놀이 도구로 사용되는 경험에서 비롯되어 오랫동안 목말라 있던 자신의 작업을 향한 누군가의 관심이 곧 대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Purr Purr Purring>은 보편적으로 특정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고 있는 작업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소비되는 방식이 한편으로 작가에게 강압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는 전제 하에 둔다. 고양이 관객을 향한 청유형으로 접근하는 작가의 태도는 가르랑 거리는 고양이 언어를 내세우므로 다른 대상을 향해 작동하도록 희망하여 작업에 방향을 틀게 된다. 갑작스럽게 닥친 팬데믹과 더불어 외롭고 불안정한 경험의 시간으로 다가오면서 어떤 제동이 걸릴 듯 하다 턱하고 막혀버린 고립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이준영은 작업실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그에게 조금은 다른 전시 형태와 작업을 제작하는 시점으로 바뀌고, 지형을 달리하고자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진솔한 고민들이 묻어나는 태도를 취한다. 그리하여 작가가 경험한 단절을 통해 작업의 소재와 구조가 결정되고 재료와 형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이준영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를 관객으로 설정해 구조물의 재료를 선택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대상에 맞춰진 다른 조건들에 의해 타의에 의해 결정되도록 범주를 확장한다. 지난 2-3년동안 동묘 시장에서 수집한 파운드 오브제들은 고양이의 스크래처, 올라갈 수 있는 받침대, 촉각적인 도구, 숨숨집, 그리고 간단한 놀이 도구로 대체될 수 있는 재료 중심이다. 조각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던 기본 재료들을 피하고 소조와 직조, 그리고 틀을 떠내는 제작 과정이 아닌, 작가가 선택한 기성품을 해체하고 새롭게 조립하는 방식은 보다 직관적으로 작업하기 위함이며, 그가 열망하는 조각 언어에 미치기 전에 여러 프로토타입들에 가깝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조각이라 불리우는 오브제들은 전반적으로 캣타워의 구조를 띠고 있으나, 완전한 캣타워가 아닌, 구조와 질감을 부각시킨 캣타워의 용도를 가장한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기능이 거칠게 부각되고 촉각적인 표면의 질감에 주목한 날 것의 구조물은 이준영이 그 완성도 자체에 집중했다기보다, 대상의 퍼니처 개념의 기능과 형태의 감각으로 분류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획득한 기성품의 구조물을 취하면서 견고함과 조립과 분해가 가능하는 컴펙트한 지점에 무게를 두면서 보관의 측면까지 고려하게 된 제스처일 것이다.
‘푸르 푸르 푸르링’이라는 고양이에게 청유하는 인간이 고양이 소리를 흉내 내는 영미권 의성어의 전시 제목은 작업을 감상하려는 대상의 언어 혹은 고양이를 빙의한 인간 관객의 화법을 은유한다. 이같은 미러링의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막상 전시장 안에 들어왔을 때, 인간 관객과 고양이 관객 사이에 주객이 전도되는 혼선을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시 기간 동안 정해진 회차에 고양이를 전시장 안에서 머물 수 있게 함으로써 돌봄과 관람이 동시에 작동한다. 사전에 명확한 관객층을 목표로 둔 소박한 오브제 구조물은 작가가 취하고자 하는 겸손에 관한 태도를 기저에 두면서, 물성과 덩어리, 표면, 그리고 구조라는 조각적 관점보다는 기능성이 강한 사물로서 읽히는 지점에 가깝다.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의 재조합이 관객에게 익숙한 풍경과 촉각적인 감각들을 발견하도록 하는 반면, 대상을 향한 완전한 기능성에 무게를 두기보다 어쩔 수 없이 관객 대상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수 없으며 그 이후에 발생하는 간극과 낯섦을 생각해 보게 한다. 나아가, 전시장에서 통용되는 사람의 시점과 동선이 비인간의 시점과 동선과 뒤섞이면서 제작된 사물 조각을 향한 유동적인 개입과 운동성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유희적인 감각에 주목하도록 한다. 또한, 구조물의 균형과 안전, 유희에 기반한 오브제를 향한 시점이 바뀌는 순간 창작의 방식이 달라지고, 포기해야 할 것들과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발생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레 조각적 속성인 자체 직립성이 개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