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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작가 오만철, '도자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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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백자도판에 구워낸 달항아리의 질감과 빛깔

오만철 작가(좌)[사진=권미나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기념 도자 전시에 소개됐던 ‘반추-달항아리(홍매)’ 2017 백자도판 1330℃ 환원소성 81x81cm[사진=오만철 작가]
오만철 작가(좌)[사진=권미나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기념 도자 전시에 소개됐던 ‘반추-달항아리(홍매)’ 2017 백자도판 1330℃ 환원소성 81x81cm[사진=오만철 작가]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싸늘한 사기지만 그 살결에는 다사로운 온도가 있다. 실로 조형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김환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며 일찍이 그 가치를 예찬했는데 달항아리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의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윳빛의 맑은 살결과 둥근 생김새가 보름달을 닮았다고 해서 ‘달항아리’라 이름 붙은 이 백자의 미학은 의도된 ‘불완전함’에 있다. 크기가 커서 한 번에 물레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이어 붙이는데 그로 인해 살짝 일그러진 형태에서 너그럽고 수더분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초,중반의 약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만들어진 달항아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며 현대적 미감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는데 오만철 작가의 작품이 그중 하나이다.

오만철 작가는 도예의 한 부분이었던 회화를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순수예술 장르로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한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으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의 문화예술 중심지에서 여러 차례 초대전을 열며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예술원과 주 사우디 대사관의 특별초청으로 현지에서 도자회화 제작 시연을 펼치기도 했다.

평창동에 위치한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옻漆한 궤에 달항아리를 향유하다’라는 주제로 31일까지 작품을 전시 중인 오만철 작가를 만났다.<편집자 주>

 


Q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만철 작가> 조선시대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분업화 되어 있었다. 도자를 만드는 관청인 관요에서 도공들이 만들어 놓은 도자에 도화원 출신의 화가들이 좋은 날을 잡아서 관요로 가서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을 했는데 그때 만든 것들이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했기 때문에 도공과 화공이 했던 일을 내가 통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다가 도자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됐고 20년 전부터 평면 도판을 만들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도자회화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오만철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들[사진=권미나 기자]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오만철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들[사진=권미나 기자]

Q 코로나19 유행전까지 중국 경덕진에서 작품을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에서 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나

오만철 작가> 국내 흙으로 만든 도판은 건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소성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다 깨졌다. 그러다 우연히 단국대 대학원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중국에서 온 제자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하게 됐고 그의 권유로 중국 경덕진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토질이 곱고 깨끗한 고령토를 발견하면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그곳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도판이 깨지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국내에서 사용했던 안료와 소성 온도가 맞지 않아 타들어 가거나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가마에서 1250°C에 맞춰져 있던 안료들이 중국의 1330°C 온도에서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작품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고 너무 힘들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안료를 하나하나 연구하기 시작했고 꾸준한 시도 끝에 1330°C에 맞춰 안료들이 제어가 되기 시작하면서 도판을 화선지 삼아 그림을 그리게 됐다.

Q 주로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어떤 의미인가

오만철 작가> 김환기 선생님 같은 선배 작가도 달항아리에 심취해 작업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영국 도자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버나드 리치도 달항아리를 안고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며 달항아리의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했다.

나 또한 대학원에서 도예와 함께 고미술 감정을 공부했는데 달항아리의 특징들을 연구하고 실제로 만들고 구우면서 달항아리야말로 한국 문화유산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했다. 순백의 색채는 백의민족이라 불렸던 민족의 정서와 맞닿아있고 약간 일그러진 듯 뒤뚱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형태는 현대적 미니멀리즘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Q 도자회화에서 산화철로 나타나는 마티에르(질감)의 표현이 독특하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오만철 작가> 산화철은 청화, 진사와 함께 도자안료의 기본 색감이다. 다른 두 안료들은 보통 도자나 도판에 발려지는 느낌으로 나오지만 산화철은 강하게 쓰면 유약과 흙속으로 파고들어 혼연 일체가 되면서 강한 질감과 입체적인 금속물질이 표현된다.

매화나 대나무의 나뭇가지, 바위 등에 산화철을 이용하는데 거칠고 울퉁불퉁한 질감은 인고의 세월을 연상시키며 실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한국적 마티에르라고 생각한다.

'검붉은섬' 2014 백자도판에 산화철 1330℃ 환원소성 57x57cm(좌)[사진=권미나 기자]/ ‘반추-달항아리(홍매)’ 부분 사진[사진=권미나 기자]
'검붉은섬' 2014 백자도판에 산화철 1330℃ 환원소성 57x57cm(좌)[사진=권미나 기자]/ ‘반추-달항아리(홍매)’ 부분 사진[사진=권미나 기자]

Q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에서 진행된 초대전에서 여러 차례 작품이 다 판매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들이 특히 더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만철 작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증명한 셈이다. 캔버스나 유화 물감 같은 것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봐왔던 것이기에 친숙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백자도판에 전통 안료를 사용해 한국적인 소재들을 표현하다 보니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Q 이번 전시엔 도자회화 작품 외에도 옻칠을 한 작품도 보인다. 옻칠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오만철 작가> 고미술 감정을 공부하면서 연구했던 옻칠을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 옻칠회화, 옻칠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베개는 옻칠이 잘 되어 있어 현재까지도 부패하지 않고 그 형태와 색감이 온전히 유지되어 있는데 옻칠은 코팅 효과가 있어 습기에 강하고 접착, 방충, 방부 등의 효과로 나무를 보호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옻 자체가 천연 물질이기 때문에 서양의 유화나 아크릴과는 다른 깊고 그윽한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옻칠도 우리의 문화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자와 접목한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꾸준히 연구중이다.

오만철 작가(좌)[사진=권미나 기자]/ '반추(反芻)-달항아리(50-11)' 2022 목판에 옻칠과 혼합재료 116.8x91cm[사진=오만철 작가]
오만철 작가(좌)[사진=권미나 기자]/ '반추(反芻)-달항아리(50-11)' 2022 목판에 옻칠과 혼합재료 116.8x91cm[사진=오만철 작가]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오만철 작가> 한국의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미감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늘 이것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실험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해외에서 좀 더 많은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도자회화의 저변 확대와 후학 양성을 위해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의 도자회화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그들이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융복합 분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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