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끝말잇기의 법칙은 순환구조를 가지지 않고 무한이 이어질 때가지 게임이 지속되는 반면 김남표의 ‘형상연상놀이’는 최초의 형상과 마지막의 형상이 순환의 구조를 가지진다. 그 순환구조는 즉흥성에 의한 모호한 완결성인데, 이것은 구조주의적으로 말하면, 의미관계의 표층과 심층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고, 언어학적으로 말하면, 형상으로 언어적 종-횡적 축을 흩트려 놓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즉흥성이라든가 연상작용이라는 면에서는 끝말잇기와 유사하나고 있으나 순환구조를 이루고 표층과 심층의 의미관계의 여백을 만들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면에서는 다분히 구조주의 언어학의 방법과 유사하다.
김남표 그림의 핵심은 화면 안에서 채택한 사물들 간의 물고 물리는 순환성의 연결고리에 있으며, 그 연결고리들이 형상의 유사성이라든지 형상으로부터의 연상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물들 간의 의미관계를 기초로 그림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순간, 관람자는 혼란에 빠진다. 의미론적 연관으로 그림을 읽어보려는 노력은 모호함을 증폭시키게 되고, 그림이 주는 잉여 정보만 늘어나서 해석 불가능의 상태로 관람자를 내몬다. 차라리 - 독법(讀法)이랄 것도 없지만 - 독법이라면 그려진 사물들의 형태와 이어지는 형상의 형식에 집중하는 것이 독법이다. 김남표의 그림은 해석의 공간을 무한이 열어놓는다는 측면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손으로’ 체득한 대상의 즉흥적인 연상, 그리고 교묘한 배열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자동기술법(automatism)과 유사한 방식인데, 손으로 체득한 사물을 형상적 연상에 의해서 저절로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남표는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고 인조 모피를 붙이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목탄은 유화나 아크릴과는 달리 분말의 형태로 캔버스와 그다지 밀착감을 가지는 재료는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는’ 효과 이상으로 캔버스에 재료를 스며들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동양 3국의 수묵화가 가지는 속도감과 깊이를 동시에 가지는 맑은 표현이 김남표 그림의 특장(特長)이라 할 수 있다. 캔버스에 착색을 하고 오브제를 붙이지만 그의 화면은 수묵담채처럼 보인다. 먹이라는 것이 나무를 땐 그을음을 재료로 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목탄으로 그린 그림이 수묵화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것도 별반 이상할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