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느꼈던 인상을 평면과 설치 작업으로 표현하는 시각예술분야 라이징 아티스트 조유미 작가를 만나다.
조유미 작가 작품(Cheongnyongsan Ⅱ, 130.3x162.2cm, resin and ink on canvas, 2021)
조유미 작가
자신만의 색으로 평면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가의 상상을 시각으로 구체화시키는 무한 매력의 조유미 작가를 만났다.
조유미 작가 작품(Cheongnyongsan Ⅱ, 130.3x162.2cm, resin and ink on canvas, 2021)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조유미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학원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렸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으로의 진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종이에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좋았고, 데생(dessin)과 수채화를 좋아해서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예술에 집중한다는 것, 그것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닐텐데, 조유미 작가에게도 분명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 같아 질문을 이어갔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한 조유미 작가가 말문을 연다. "대학 졸업 후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어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망대해에 혼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젋은 작가들이 겪는 비슷한 상황이어서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대답을 이어간 조유미 작가는 "그 이후 여러 가지 기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전공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좋은 선생님들과 선·후배들을 만나 힘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극복의 힘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에서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아마도 조유미 작가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전개한 듯 했다. 이어서 던진 질문은 관람자의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나 작품에 관한 것이었다.
조유미 작가 작품(Rainbow, 200x380x80cm, resin, ink and nylon cord, 2021)
"어둠 속에서 마주해 더욱 인상 깊었던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의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빛을 이용한 작업이어서 직접 체험해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빛과 색에 온전히 압도되어 마음의 울림을 한참 느꼈고 그 여운도 아주 오래 갔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마도 조유미 작가가 평면미술에서 입체미술로 접근하게 된 계기가 바로 제임스 터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조심스런 생각도 해본다.
조유미 작가 작품(Sansevieria stuckyi, 45.5x53cm, resin and ink on canvas, 2021)
조유미 작가 작품(Seonjaedo, 72.7x72.7cm, resin and ink on canvas, 2021)
다음으로 조유미 작가에게 미술작업의 매력이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물었다.
"작업할 때는 다양한 색감과 여러 가지 형상을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할 수 있고, 작품을 볼 때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혼자 작업하는 특성상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혼자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조유미 작가의 작품에는 그렇게 '혼자 생각하는 힘'이 담겨서인지 소박하면서도 솔직하고, 평범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한편, 우리가 미술작품을 대하며 가장 많이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 '아름답다'다. 조유미 작가가 생각하는 미술과 아름다움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그렇기에 미술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미적 가치를 두고 아름답다고 여길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혼자 생각하는 힘'에 이어 두 번째로 메모한 키워드는 '스스로의 판단'이다. 전달하려는 작가와 받아들이는 감상자 사이에서의 미술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고집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마음에 새겨졌다.
그래서 회화를 배우려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한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단순히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탐구하고 그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조유미 작가가 미술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기자가 뽑은 세 번째 키워드는 '탐구와 노력'이다.
마지막 질문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에 관해서였다.
"작업을 꾸준히 해서 매년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고, 언젠가는 제임스 터렐 작가처럼 거대한 체험형 설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역시나 예감이 적중했다. 제임스 터렐 작가의 작품이 조유미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 영향은 조유미 작가를 평면에서 과감히 공간으로 움직이게 했고, 그동안 경험했던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나 콜라보 작업, 그리고 다양한 개인 작업의 역량을 한 곳에 모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어냈다.
조유미 작가의 외모는 참으로 출중하다. 그의 첫인상은 미술작가라기 보다는 유명 연기자와 같은 예쁜 연예인의 모습에 더 가깝다. 그러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따뜻한 냉정함'이라고나 할까? 작품 속으로 무엇이든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나쁜 것은 절대로 섞지 않을 것 같은 그의 표정, 미소, 말투가 바로 조유미 작가의 작품 그대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임스 터렐 작가는 공간의 개념을 무너뜨린 설치미술의 대가다. 내년 80세를 바라보는 제임스 터렐이 청년 작가 조유미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감상평을 내놓을까?
조유미 작가를 주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A work where you can feel power and beauty at the same time(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