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 문화를 입히다. 21세기 한복을 만들다. 디자이너 김리을은 'ㄹ'과 '한복'으로 한국을 알리는 디자이너다. 전통 한복 원단과 손 자수를 그대로 살린 한복 정장부터 청바지와 함께 입을 수 있는 저고리까지 가장 현대적인 한복을 만든다. 21세기라는 무대 위에 김리을이 만든 퓨전 한복이 걸어 다닌다. "참 멋진 옷이군요!" 한국인도 외국인도 각자의 넘쳐나는 감흥으로 감탄하지만 그가 만든 옷자락들은 작품을 넘어 문화이기에 지구 반대편 어딘가의 카페에서도 한국과 한복을 주제로 한 대화를 만들어내고, 한복에의 경험 빈도가 낮은 이 땅의 젊은 세대에게 아이돌의 멋진 영상 속 퍼포먼스와의 조화가 남긴 여운으로 새로운 영감을 고무시킨다. 김리을의 눈으로 바라보고 김리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디자인하다'를 우리는 "문화"로 전달받고 있다.
디자이너 김리을은 옷을 디자인함을 넘어 '문화를 디자인하고 있다'라는 말이 조금도 손색없이 느껴진다. 전통과 청년이라는 조화 자체도 그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놀람, 또는 계속 지켜보고픈 그리고 동참하고픈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을 보고 한국에 관심 없던 외국인 한 명이 한복을 언급하고 한국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화 디자인'이라는 그의 말은 자칫 한류의 화려함이나 경제적 가치만을 좇기 바쁜 우리에게 잠시 멈춰 침착하게 기본 다지기를 해봄이 좋겠다는 건강한 일깨움을 준다. 본지는 김리을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Q. 김리을 디자이너에게 '디자인하다'라는 의미는 '김리을의 눈으로 바라보고, 김리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나는 '디자인하다'라는 용어를 새롭게 해석해서 활동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림을 그리다, 설계하다'라는 의미가 아닌 '김리을의 눈으로 바라보고 김리을의 방식으로 표현하다'로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하는데, 이는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한계에 머물 수도 있지만 세상에 없는 나 김리을의 사고, 태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치 형성이기에 '디자인'하면 따라붙는 '창조하다'라는 표현과 매우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김리을'은 지구상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 진행 과정 모두가 유일무이하고 의미 있는 것이다. 여기 한국, 그리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인정해 주는 나의 작품들도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Q.어떤 계기로 의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어떤 연유로 한복을 응용한 정장 영역으로 활동을 집중하게 되었나?
한복을 응용한 작품을 처음 만들었을 때 나는 본래 디자인을 전공한 상태가 아니었다. 학창 시절을 전주에서 보낸 나는 한창 전주 한옥마을이 붐을 일으키던 당시 그 공간에 있었다. 한복을 대여해 입고 한옥마을을 관광하던 한 외국인에게 왜 한복을 입고 있는지 물었을 때 "원단이 예뻐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하지만 불편해서 당신은 입지 않는군요."라고 이미 그의 생각이 결론지어진 질문을 했다. 약간의 충격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19세기 의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빠른 현실 인정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도시 생활에 보편화되어 있는 서양 정장 양식을 빌려 새로운 한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브랜드명 '리을(ㄹ)'의 의미는 무엇인가?
장기 세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서양 친구들은 수많은 언어 중 유네스코 최고 평가를 받은 훈민정음의 가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글을 구성하는 철자들에 대해서는 생소해 해서 한 예를 들어 주었다. "세계 공용의 아라비아 숫자 '2'를 닮은 이 글자 'ㄹ'은 한글의 네 번째 자음으로 영어의 'R'이나 'L' 소리가 난다." 이에 친구들은 이런 연상 논리를 빌린 나의 설명에 즐거운 호기심으로 반응했고, 나는 우리 고유의 것이 60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이 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숫자 2와 결부되어 유용한 정보로 저장될 것이라는 점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그 외국인 친구에게 낯설기만 한 한글을 최대한 이해시키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명했듯이 나의 작품들도 그렇게 세계에 제시되고 수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명을 '리을(ㄹ)'이라고 지었다.
Q. '리을'의 대표 슬로건이 "한복에 문화를 입히다"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문화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는 범주는 매우 광범위하다. 단순하고 친근하게 생각하자면 '한국 가정집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다'라는 실례를 들 수 있겠다. 우리에게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더 복잡하기만 할 정도로 당연하고 친숙한 습관이지만 서양 외국인들에게는 독특하고 고유한 한국의 '문화'가 된다. BTS가 미국 인기 프로그램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 경복궁을 무대로 리을의 퓨전 한복을 입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할 당시, 실시간으로 그 영상을 접하던 서양인들은 이런 댓글들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 의상 참 독특하다. 무슨 옷이지?", "한국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거래", "와! 멋진데", "그래, 동양적인 기운이 풍긴다 했어", "나 저렇게 생긴 옷 봤던 것 같아. 그게 한국 전통복식이었구나" 등 20만 명의 시청 속에 한복이라는 단어는 랜선의 러시아워(Rush Hour)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듯 그날의 한복은 의·식·주의 의(衣)인 기능적 성격을 넘어 범 세계적 문화가 되고 있었다. 아이돌이 입고 휘날린 퓨전 한복 한 자락에 한국이라는 근원적 대상이 문화 우주를 형성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한복 작업은 수익창출 이전에 이러한 개념, 가치 디자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