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26 제44회 화랑미술제'에서 ‘고양이 작가’로 잘 알려진 아세움 작가의 신작 「박, 고양이」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그동안 이어온 마트료시카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국적 정서가 깊게 담긴 소재인 ‘박’을 중심으로 새롭게 확장된 작품이다. 마트료시카가 중첩된 자아와 내면의 층위를 상징했다면, 이번 신작에서 등장하는 박은 한국 전래동화 속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쪼개어 열기 전까지는 그 안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자, 끝내 보물을 마주하게 되는 기대와 행운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작품 속 고양이는 세상이 선호하는 ‘하얀 고양이’의 모습을 겹겹이 뒤집어쓴 채 등장한다. 그러나 그 가장 안쪽에는 본래의 모습인 ‘검은 고양이’가 숨어 있다. 이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편견을 피하기 위해 진짜 감정과 본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은유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세 잎 클로버 역시 작품의 상징성을 더한다. 세 잎 클로버가 일상 속 행복을 의미한다면, 사람들이 갈망하는 네 잎 클로버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행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겹겹의 껍질 속에 진짜 내가 숨어 있듯 우리의 삶에도 발견되지 않은 행복과 진실된 행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