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은 2026년 기획전 《이종수–Clay, Play, Stay》를 1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대전 출신 고(故) 이종수(1935–2008)의 도예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로 한국 현대 도예의 형성과 전개 과정 속에서 재료 중심의 조형 태도를 탐구해 온 작가다. 장식적 형식이나 완결된 형태보다 흙이 지닌 물성과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 그리고 반복된 제작을 통해 축적되는 시간의 흔적에 주목해 왔다. 그의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두며, 도예를 완성된 오브제가 아닌 생성과 축적의 결과로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응노미술관 2·3·4전시장에서 진행되었으며, 개막 행사는 1월 16일 오후 3시 이응노미술관 로비에서 열렸다. 약 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평생 천착해 온 흙과 불의 물성, 유약과 소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의 흔적, 표면의 질감과 균열 등 이는 도예가 지닌 공예적 속성을 넘어, 동시대 조형 예술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Clay, Play, Stay’는 이종수의 작업 태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Clay’는 흙이라는 물질적 기반을, ‘Play’는 손과 시간, 불의 리듬 속에서 반복되는 실험과 변주의 과정을 의미한다. ‘Stay’는 이러한 제작 행위가 쌓이며 표면과 형태에 남긴 시간의 감각을 가리킨다. 완벽한 통제보다는 재료와 과정이 함께 만들어내는 상태에 주목해 왔다.
대표작 〈결터진 항아리〉(2007)는 반복된 소성과 압력으로 형성된 표면의 균열을 통해 물질과 시간이 조형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겨울열매〉(2001)는 유약의 흐름과 색의 중첩을 통해 불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 항아리 작업으로, 작가 특유의 물성 감각과 조형적 밀도를 드러낸다. 이외에도 인물·동물 형상의 도자 작품들은 일상의 기억과 상징성을 결합하며, 작가의 조형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흙과 불, 공기와 시간이 만들어낸 조형적 환경을 제시하고, 두 번째 공간에서는 제작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와 우연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한다. 세 번째 공간에서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맥락 속에서 이응노와 이종수의 조형 태도가 매체를 넘어 공명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지역 미술관 기획전으로서의 의미를 확장한다.
이응노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재료와 시간이 만나는 과정을 조형적 탐구로 제시하는 자리”라며 “관람객이 흙과 불이 빚어낸 시간의 깊이와 조형적 울림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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