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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의 판도를 바꾸는 자금력, 아트리뷰 Power 100 속 중동 인물들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자금·인프라·담론을 장악한 중동, 한국 미술계의 교훈은?

출처-아트리뷰 홈페이지
출처-아트리뷰 홈페이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매년 선정하는 ‘아트리뷰(ArtReview) Power 100’이 올해도 발표됐다. 2024년 리스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중동 출신 인물들의 약진이다. 이들은 단순히 전시 기획자나 아티스트로서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라, 억 단위 달러 규모의 후원 자금과 국가적 차원의 투자로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를 재편하는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1위에 오른 인물은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의 셰이카 후르 알 카시미(Sheikha Hoor Al Qasimi)다. 그는 샤르자 비엔날레 디렉터이자 Sharjah Art Foundation 설립자로, 지난 20여 년간 걸프 지역 미술을 세계 무대로 끌어올린 핵심 인물이다. 아트리뷰는 그를 “왕실의 권위와 예술적 비전을 결합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 분쟁 지역의 문제를 국제적 담론으로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카시미는 매년 수천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국제 작가들을 초청하고 샤르자를 중동 현대미술의 거점으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25와 시드니 비엔날레 2026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며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혔다.

6위에 오른 이집트 출신 아티스트 와엘 쇼키(Wael Shawky)는 역사적 사건과 신화를 오페라적 영상 설치로 재해석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Drama 1882>는 우라비 혁명을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무대 설치로 구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 제작에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후원금이 투입되었으며, 아트리뷰는 그의 작업을 “예술적 상상력과 정치적 역사성을 동시에 담아낸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와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국제 미술계에서 중동 작가의 위상을 높였다.

21위에 오른 카타르의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알 타니(Sheikha Al-Mayassa bint Hamad Al-Thani)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컬렉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인 그는 Qatar Museums 의장을 맡아 매년 수억 달러 규모의 작품 구매와 전시를 주도한다. 그의 영향력은 루브르 아부다비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루브르라는 이름을 30년간 사용하는 대가로 무려 13억 달러(약 1조 7,500억 원)를 지불했는데, 이러한 문화 외교적 거래의 배경에는 걸프 왕가의 자금력이 있었다. 아트리뷰는 알 마야사를 “돈을 통한 문화 권력의 전형”으로 설명했다.

41위에 처음 이름을 올린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드르 빈 압둘라 알 사우드 왕자(Prince Badr bin Abdullah Al Saud)는 문화부 장관으로서 Vision 2030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가 예산을 문화와 예술 산업에 투입하며 사우디를 새로운 문화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소더비가 리야드에서 첫 경매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정책적 지원 덕분이었다. 56위에 오른 림 파다(Reem Fadda)는 아부다비 문화 프로그램 책임자로, 현대미술 아카이빙과 대규모 전시 기획을 통해 아부다비를 국제 미술 허브로 끌어올리고 있다. 아트리뷰는 그녀를 “제도적 기획과 재정적 지원을 결합한 전략가”라고 평가했다.

올해 아트리뷰 Power 100은 중동 미술계가 단순한 신흥 시장이 아니라, 자금력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세계 미술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원 자금은 단순히 작품 구입에 그치지 않고, 비엔날레와 미술관, 아카이빙 프로젝트, 국제 전시 지원 등 다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한국 미술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안정적인 후원 구조와 장기적 투자, 그리고 도시 브랜드와 미술을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한국적 주제를 세계적 담론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 기획이 요구된다.

결국 아트리뷰 Power 100 속 중동 인물들의 약진은 “돈과 인프라, 그리고 메시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세계 미술계에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한국 미술계도 이러한 흐름을 참고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미술신문 역시 중동과의 문화 교류 파트너로서 가교 역할을 강화하며, 한국 미술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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