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우리에게는 백남준의 제자로 많이 알려진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Bill Viola)가 73세의 나이로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사인은 알츠하이머로 인한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1951년생 비올라는 1970년, 부모님의 뜻에 따라 미국 뉴욕 주 시라쿠스 대학 광고학과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던 중, 잭 넬슨(Jack Nelson)교수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넬슨 교수는 '실험 스튜디오'(Experimental Studios)라는 과를 설립했는데, 비올라는 이 과로 전과를 해 실험 영화를 공부하게 되며, 동시에 공학, 일렉트로닉 음악, 신비주의에도 관심을 가진다. 또한 당시에 플럭서스 운동의 일부로 존재했던 비디오 아트에도 관심을 가지며 백남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비올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발명될 때마다 광적으로 이를 배웠으며 자신의 작업에 이용하려 했다.
비올라는 자신의 작품 활동을 통해 '시간을 조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비올라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슬로우 모션'을 통해 '시간'을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에서 전시했던 작업 '조우(The Greeting, 1995)'가대표적이다. 매너리스트 화가 폰토르모(Pontormo)의 작품'방문'(Visitation)을 모티프로 했던 이 영상 작업에서 비올라는 반갑게 만나는 여인들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올라는 달아나는 시간을 잡아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시간에 대해 질문한다. 그래서 비올라에게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자신이 가진 고유한 문제의식, 즉 시간을 조각하기 위한 하나의 미디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