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째를 맞은 전세계 미술인들의 행사 베니스비엔날레가 23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2021년 개막했어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3년의 준비기간을 겪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는 11월까지 계속될 대장정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개최 선언문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 주제인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는 초현실주의 작가 레오노라 캐링턴의 책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녀는 상상의 굴절을 통해 끝없이 삶이 재구상되는 마법적인 세계를 그려왔죠. 그 세계에서는 누구나 바뀌고, 변화하며, 다른 누군가 혹은 무엇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상이죠.”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 고국 이탈리아에서 3년 만에 열린 거대한 축제의 축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영국에 처음으로 국가관 황금사자상 수상의 기쁨을 안긴 소니아 보이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1917년에 태어나 2011년 세상을 떠난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은 초현실주의 운동의 마지막 생존자로 꼽히는 화가이자 소설가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생애 대부분을 멕시코에서 보낸 그의 그림세계는 ‘초현실주의를 여성화했다(Feminized Surrealism)’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태생의 여성 기획자인 세실리아가 총지휘를 맡고, 국경을 넘어 58개국에서 참여한 213명 중 여성 작가의 비율이 90%에 육박하며, 평생공로상과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 또한 여성 작가들에게 돌아간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한 인용이다.
채도 V (Chroma V), 2022, 235x800x225cm 크로마틱 키네틱 설치폴리머, 알루미늄, 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 모터, 마이크로 컨트롤러, LED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는 20일 개막한다.
나선(Gyre)을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는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과 도래하는 시대 사이의 부풀은 경계를 보여준다. ‘부풀은 태양’, ‘신경(神經, 신이 다니는 길)’, ‘거대한 바깥’, 총 세 가지 주제로 7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윤철 작가는 설치작품 ‘나선(螺旋·gyre)’을 선보인다. 작품 제목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서 따왔다. 예이츠가 세상의 혼란을 소용돌이(gyre)로 표현하며 새 문명의 도래를 예언한 것에서 착안했다. 김 작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징조가 드러난 인간 중심 문명의 종말을 성찰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서구의 이분법으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작품으로 드러낸다. 인간과 기계, 자연, 물질, 질료가 우주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얽히는 관계를 보여주며 기존 사유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올해 한국관 큐레이터인 이영철(65) 예술감독은 “전시장 건물 자체가 작품들과 하나의 육체가 되는 개념”이라며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한국관 천장을 최초로 뜯어내기 때문에 파격적 외관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나선 모양의 작품들을 드러낼 계획이다. 전시장 내부에선 물질과 빛이 흐르고, 작품들이 유기체처럼 꿈틀대는 얼개라고 했다.
이번 한국관 작품은 ‘부풀은 태양’ ‘신경’ ‘거대한 바깥’이라는 세 주제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주제는 태양이 종말로 갈수록 점차 부풀어 오른다는 데서 착안했으며, 절대성의 붕괴를 뜻한다. ‘신경’은 한국관의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서 핏줄을 흐르게 하는 것을 은유한다. 동시에 저 멀리 우주에서 오는 신호들을 포착하는 매개를 상징한다. ‘거대한 바깥’은 인간이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세상의 흔적과 징후를 보여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작가의 설명에서 크게 주목되는 부분은 ‘천지인’ 개념이다. 하늘과 땅을 인간이 매개한다는 사상은 동아시아 중에도 우리 민족에게 뚜렷이 전하는 것이다. 천부경 등의 경전을 초들 것도 없이 고대사 속의 소도(蘇塗)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땅에 나뭇가지를 꽂고 동물의 모양을 매달아 하늘의 신을 부르고, 그 자리에서 인간이 노래하고 춤추며 평등한 세상을 꿈꿨다. 그런 천지인 사상이 한국관 작가의 작품에 스며 베니스비엔날레에서 21세기의 세계 관객을 만나는 셈이다.
김 작가는 한국관에서 총 7점의 설치작품을 내놓는다. 지난 2019년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던 ‘크로마(Chroma)’ ‘아르고스(Argos)’ ‘임펄스(Impulse)’ 등을 새롭게 다듬었고, 신작도 3점을 제작했다.
88년생 이미래 작가의 ‘Endless Dream: Holes and Drips’(2022).
한국작가로는 정금형, 이미래 두 작가가 초청됐다.
정금형 작가의 작품「Toy Prototype」와 이미래 작가의 작품 「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은 아르세날레에서 선보인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 제59회 국제미술전은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의 프리뷰 기간을 거쳐 오는 23일부터 공식적으로 개막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며, 11월 27일까지 약 7개월간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