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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승려 장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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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용문사 대장전에 전해지는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국가지정보물).가로 215㎝, 세로 261㎝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직사각형 모양 좌우에 구름무늬 조각을 덧붙여 장엄하게 장식했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거장 단응을 비롯한 조각승 9명이 일일이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 불화 같은 도상을 구현한 목각탱 작품이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운데가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좌상, 왼쪽 관세음보살 좌상, 오른쪽이 대세지보살 좌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북 예천군 용문사 대장전에 전해지는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국가지정보물).가로 215㎝, 세로 261㎝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직사각형 모양 좌우에 구름무늬 조각을 덧붙여 장엄하게 장식했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거장 단응을 비롯한 조각승 9명이 일일이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 불화 같은 도상을 구현한 목각탱 작품이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운데가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좌상, 왼쪽 관세음보살 좌상, 오른쪽이 대세지보살 좌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의 승려 장인'전을 오는 3월 6일까지 연다.

‘조선의 승려 장인’ 전은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이다. 7일 개막하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엔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이 나온다.

사진=포스터
사진=포스터

박물관은 주목할 작품으로 우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을 꼽았다. 조각승 단응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붓의 신선’으로 불린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의 1729년(영조 5) 작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의 1770년(영조 46) 작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도 서울 전시는 처음이라고 한다. 박물관은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이다. 관람객들은 한 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1622년 현진, 응원 등 조각승 13명이 만든 불상인 목조 비로자나여래 좌상(국가보물). 광해군의 왕비로 독실한 불자였던 문성군 부인 유씨가 발원해 자수사와 인수사에 봉안하려고 만든 불상 11구 중 하나다.
1622년 현진, 응원 등 조각승 13명이 만든 불상인 목조 비로자나여래 좌상(국가보물). 광해군의 왕비로 독실한 불자였던 문성군 부인 유씨가 발원해 자수사와 인수사에 봉안하려고 만든 불상 11구 중 하나다.

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이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인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을 말한다.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과 화승이 중심이었다. 박물관은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하여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공동 작업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전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일반 장인과 승려 장인의 불교미술 작품을 대비한다.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은 도화서 화원과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622년(광해군 14)의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은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상이다. 박물관은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장 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의 들머리에 펼쳐진 ‘어느 조각승의 스튜디오’ 재현 공간. 대패, 자귀, 도끼, 망치 등 작업도구와 제작 중인 불상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장 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의 들머리에 펼쳐진 ‘어느 조각승의 스튜디오’ 재현 공간. 대패, 자귀, 도끼, 망치 등 작업도구와 제작 중인 불상 등을 볼 수 있다.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했다. 1775년(영조 51) 작 ‘통도사 팔상도’ 4점(보물)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비교 전시한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하여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한다.

이런 장인의 공간을 보여주는 시도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기획진의 고심 어린 아이디어가 실현된 공간이다.

 

‘조선의 승려 장인’전 말미에는 전통 불교미술과 현대미술이 어울린 설치작업이 기다린다. 이름을 모르는 장인들이 만든 조선시대 불상들과 젊은 현대 미술작가 빠키가 꾸린 오방색조의 설치조형물 공간 속에 배치돼 독특한 감흥을 안겨준다.
‘조선의 승려 장인’전 말미에는 전통 불교미술과 현대미술이 어울린 설치작업이 기다린다. 이름을 모르는 장인들이 만든 조선시대 불상들과 젊은 현대 미술작가 빠키가 꾸린 오방색조의 설치조형물 공간 속에 배치돼 독특한 감흥을 안겨준다.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대표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단응, 의겸의 작품에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을 선보인다. 제4부‘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경북 예천군 용문사 대장전에 전해지는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국가지정보물).가로 215㎝, 세로 261㎝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직사각형 모양 좌우에 구름무늬 조각을 덧붙여 장엄하게 장식했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거장 단응을 비롯한 조각승 9명이 일일이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 불화 같은 도상을 구현한 목각탱 작품이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운데가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좌상, 왼쪽 관세음보살 좌상, 오른쪽이 대세지보살 좌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북 예천군 용문사 대장전에 전해지는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국가지정보물).가로 215㎝, 세로 261㎝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직사각형 모양 좌우에 구름무늬 조각을 덧붙여 장엄하게 장식했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거장 단응을 비롯한 조각승 9명이 일일이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 불화 같은 도상을 구현한 목각탱 작품이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운데가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좌상, 왼쪽 관세음보살 좌상, 오른쪽이 대세지보살 좌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특히 마곡사 불상과 가장 아름답고 뜻깊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예천 용문사 목각탱을 만나게 된다. 아미타여래불이 주재하는 서방 극락정토의 금빛 찬란한 세계는, 천사의 창에 가슴을 찔려 정신적 법열을 누리는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가 보았던 황홀경의 세계를 재현한 베르니니의 작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실성과 추상성이 결합된 목각탱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선 불교예술의 위대한 정화다. 부조는 입체적인 환조보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입체적 그림을 구현하는 것은 전면적 입체상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전시장 마지막을 수놓은 18세기 그림 거장 단원 김홍도의 말년기 걸작인 염불서승도. 주름이 자글거리는 구름에 휩싸여 연꽃대좌 위에 앉은 채 돌아앉은 노승의 뒷모습이다.
전시장 마지막을 수놓은 18세기 그림 거장 단원 김홍도의 말년기 걸작인 염불서승도. 주름이 자글거리는 구름에 휩싸여 연꽃대좌 위에 앉은 채 돌아앉은 노승의 뒷모습이다.

제4부‘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의겸·신겸·철유 등 18~20세기 화승의 불화 명작들에 이어 무명 승려 장인의 불상들과 어울린 현대작가 빠키의 설치작품, 노승의 원숙한 뒷모습을 담은 거장 김홍도의 <염불서승도>로 마무리되는 후반부까지, 전시는 치밀한 틀거지를 유지하면서 미감과 이야깃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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