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년대 이후, 세계는 급격히 달라졌다. 산업화와 정보화,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냉전 이후의 불확실한 사회는 예술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절대적 진리와 순수한 형식을 추구하던 근대의 이상은 무너지고, 다양한 가치와 시각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때 등장한 새로운 예술의 흐름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이 강조했던 ‘보편성’과 ‘순수성’을 거부했다. 대신 파편화, 혼종, 유희, 패러디 같은 개념을 중심에 두었다. 이제 예술은 단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고, 경계의 해체와 다성적 표현이 주요한 특징이 되었다. 회화, 조각, 건축, 사진, 영상, 디자인의 구분은 사라지고, 예술은 모든 장르와 현실을 넘나들었다.
대표적인 작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는 이미 1950년대부터 ‘콤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을 통해 회화와 조각, 일상 오브제를 결합했다. 그는 캔버스 위에 신문, 천, 나무, 폐품 등을 붙이며 “예술과 현실의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시도의 연장선에서 1970년대 이후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이 등장했다.
설치미술은 작품을 하나의 사물로 제시하는 대신, 공간 전체를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만든다. 관람객은 작품의 내부로 들어가며, 예술은 시각에서 체험으로 확장된다. 작가 조셉 보이스(Joseph Beuys)는 지방, 펠트, 꿀, 철 등 일상적 재료로 작업하며 “모든 인간은 예술가다”라고 선언했다. 그의 작품은 예술을 치유와 의식의 행위로 확장시켰고, 사회적 참여의 개념을 예술 안에 끌어들였다.
이 시기 또 다른 핵심은 건축과 미디어의 융합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자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는 “Less is a bore(적을수록 지루하다)”는 말을 남기며 미니멀리즘의 단순함을 비판했다. 그는 고전 양식, 팝컬처, 장식적 요소를 혼합해 건축을 시각적 언어의 장으로 확장했다. 이런 혼성적 미학은 회화와 조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