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예술은 또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 추상표현주의의 감정적 폭발과 팝아트의 대중적 이미지가 지나간 뒤, 예술가들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예술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감정도 이미지도 아닌 ‘본질’을 향한 사유로 이어졌고, 그 답으로 등장한 것이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었다.
미니멀리즘은 예술에서 장식과 감정을 제거하고, 단순한 형태만 남긴 사조다. 대표적인 작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반짝이는 금속 상자나 반복된 직육면체 형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손길이나 감정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저드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며, “보이는 그대로의 존재”를 예술로 제시했다.
댄 플래빈(Dan Flavin)은 형광등으로 공간 전체를 빛으로 채웠다. 그의 작품은 조명기구 몇 개뿐이지만, 빛이 만들어내는 색의 변화와 벽의 그림자가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작품은 예술의 주제가 더 이상 ‘무엇을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하느냐’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미니멀리즘은 냉정하고 비개인적인 미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철저한 사유가 있다. 감정을 배제한 대신, 형태와 공간, 재료 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는 산업사회와 기술문명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도 했다. 대량생산된 금속, 유리, 조명은 현대 문명의 물질성을 예술의 언어로 바꿔 놓았다.
한편, 개념미술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형식 자체”를 없애 버렸다. 미국의 작가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는 1969년 《하나이자 세 가지 의자(One and Three Chairs)》에서 하나의 의자, 그것의 사진, 그리고 사전 정의를 나란히 놓았다. 그는 물질적 대상보다 ‘개념’ 그 자체가 예술의 본질이라 주장했다. 이 작품은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