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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우양미술관’ 특별전, 기술과 인간의 회로로 이어지는 예술적 대화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기술과 인간의 회로로 이어지는 예술적 대화

영상=한국미술신문 윤혜현

 

경북 경주 보문단지 안 우양미술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1년 만에 재개관했다. 개관 기념 첫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을 조명하는 특별전 《Humanity in the Circuits》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지며, 1980~90년대 백남준의 전환기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단순한 회고전이 아닌,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 거장의 시선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1전시실과 2전시실로 나뉜다. 1전시실에는 백남준의 대표작과 미공개작이, 2전시실에는 가나 출신 현대미술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시대와 문화권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공통된 지점에서 만난다. 우양미술관은 이 같은 병렬 전시를 통해 ‘회로’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확장했다.

특히 백남준의 미공개 연작인 ‘나의 파우스트 – 경제학’, ‘나의 파우스트 – 영원성’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테마의 심오함과 미디어 설치의 스케일이 결합된 이번 작품은 인간의 욕망, 시간, 구원을 기술이라는 언어로 해석한다. 복원된 대형 설치작품 ‘전자초고속도로–1929 포드’ 역시 주목을 받는다. 자동차와 전통 가마를 병치한 이 작품은 동서양 문명의 상징을 한 화면에 담아 백남준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드러낸다.

우양미술관 전경 사진출처- 윤혜현기자
우양미술관 전경 사진출처- 윤혜현기자

우양미술관은 1991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사립 현대미술관이다. 전시장 전체는 리모델링을 통해 미디어아트 전시의 최적화된 구조로 재탄생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백남준의 예술은 TV, 위성,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하나의 회로처럼 얽혀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다”며 “이번 전시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오는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앞두고, 도시 전체가 ‘연결과 혁신’을 주제로 새로운 문화 비전을 제시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양미술관은 “백남준의 예술은 APEC의 가치와 맞닿아 있으며, 기술과 인류의 공존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경주의 국제적 문화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작품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주목받았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는 우양미술관이 보유한 백남준 작품 약 190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이번 전시에 공개되며 소유권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미술계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미술품의 점유와 관리, 그리고 공공적 전시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본다.

경주라는 도시적 배경 또한 백남준 예술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게 한다. 신라의 고도이자 불국의 상징인 이곳에서, 전자와 빛으로 구성된 백남준의 미디어 조각은 전통과 기술이 만나는 또 하나의 ‘시간의 교차점’을 만든다. 과거의 예술이 돌과 금속으로 새겨졌다면, 백남준의 예술은 전류와 신호로 존재한다. 경주의 역사적 유산 위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창조 본능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가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가장 먼저 사유한 철학자였음을 증명한다. 관객은 화면 속 끊임없이 깜박이는 빛의 흐름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 놓여 있는 존재적 회로를 마주한다. 경주의 과거와 미래, 예술과 과학, 인간과 기계가 하나의 미디어적 언어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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