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시 경주가 최근 예술의 도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노서동 고분군 인근에 개관한 오아르미술관(OAR Contemporary Art Museum) 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경주의 문화 지형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개관한 이 미술관은 경주의 고분군을 배경으로 세워져, 유적과 예술이 한 시야 안에 공존한다.
오아르미술관은 경주 출신 컬렉터 김문호 관장이 20여 년간 수집해온 6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Our Art Reimagined)’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미술관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열린 예술의 장을 지향한다.건축은 유현준 교수가 맡아 설계했으며, 미술관 외벽 대부분을 통유리로 구성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흔히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흰 벽과 밀폐된 공간 대신,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외부의 고분 풍경이 작품의 일부처럼 어우러진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창밖으로 보이는 왕묘의 윤곽을 마주하는 경험은, ‘예술과 역사의 동시 관람’이라는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이 미술관의 규모는 지상 2층, 지하 1층이며 연면적은 약 1,600㎡에 이른다. 카페와 루프탑이 함께 있는 복합 구조로 설계되어, 관람 후에도 머무르며 휴식할 수 있는 여유로운 동선을 제공한다. 카페 내부는 채광이 뛰어나고 외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경주를 느끼는 공간’으로 완성된다. 루프탑에서는 고분군의 능선과 경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며, 전통과 현대가 시각적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개관전은 일본 작가 에가미 에츠(Etsu Egami) 의 개인전 ‘Echoes of the Earth(지구의 울림)’ 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언어와 감정의 왜곡, 소통의 단절을 주제로 색과 선의 파장을 탐구하는 작가로, 포브스 아시아가 주목한 차세대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7점의 신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강렬한 색의 대비와 리듬감 있는 붓 터치가 화면 전체를 감싸며, 회화적 에너지가 시각적으로 폭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색채가 살아 움직이고,빛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표정이 달라지는 모습은 오아르미술관의 공간 구조 덕분이었다.
